|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경찰서에서 피의자 김모(34·구속)씨의 심리분석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피해망상 정신분열증에 다른 ‘묻지마 범죄’로 결론내렸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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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전상희 기자] 서울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을 정신질환자의 ‘묻지마 범죄’로 결론 내렸다.
경찰은 지난 19일과 20일 두 차례 피의자 김모(34·구속)씨의 심리면담을 실시해 종합 분석한 결과, 전형적인 피해망상 조현병(정신분열증)에 의한 묻지마 범죄 유형에 부합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03∼2007년 “누군가 나를 욕하는 게 들린다”고 호소하며 피해망상 증세를 보였다. 이런 증세는 2년 전 김씨가 특정 집단에서 소속되면서 ‘여성들이 자신을 견제하고 괴롭힌다’는 피해망상으로 변했다. 김씨는 서빙 일을 하던 식당에서 이달 5일 위생 상태가 불결하다는 지적을 받고 이틀 뒤 주방 보조로 옮겼는데, 이 일이 여성의 음해 때문으로 생각한 게 범행을 촉발한 요인이 됐다고 경찰은 분석했다.
경찰은 △범행 당시 김씨의 망상적 태도 △표면적인 범행 동기가 없다는 점 △피해자와의 관계에서 직접적인 범죄 촉발 요인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번 사건을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 중 정신질환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또 김씨가 화장실에 들어온 여성을 보자마자 바로 공격한 점으로 미뤄 범행 계획이 체계적이지 않아 전형적인 정신질환 범죄의 특성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지방경찰청 과학수사계 행동과학팀 관계자는 “김씨가 2년 전 소속됐던 특정 집단의 여성들에게 사소하지만 기분 나쁜 일들을 겪었다고 얘기했다”며 “그러나 이미 그전부터 피해 망상 증상이 나타났었고 명확한 근거도 없어 이 또한 피해 망상으로 왜곡해 인지한 것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외아들인 김씨는 부모와 거의 대화 없이 지내는 등 가족과 단절된 생활을 해왔고, 청소년기 때부터 특이 행동을 보이거나 대인관계를 꺼려왔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은 김씨가 2008년부터 1년 이상 씻지 않는다거나 노숙을 하는 등 일상생활에서 기본적인 자기 관리 기능을 잃었다고 분석했다.
경찰은 ‘여성혐오 범죄’가 아니라 본 이유에 대해 “혐오범죄와 정신질환 범죄를 구분해 정의해야 하는데 이 경우는 정신질환 범죄”라며 “지난해 ‘특정 민족이 한국에 와서 한국을 망친다’는 망상을 지닌 환자가 해당 민족 사람 3명을 살해했는데, 이는 환자의 피해망상에 의한 정신질환 범죄이지 인종혐오 범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 강남역 10번 출구 외벽에 마련된 추모의 벽에 ‘강남역 화장실 살인 사건’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상희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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