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투자은행들이 경쟁 격화로 인해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대부분의 애널리스트들은 아시아증시가 앞으로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나 이와는 별개로 투자은행들의 침체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
아시아투자은행들은 지난 1997~1998년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기업들의 인수합병(M&A)바람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했으나 이제는 투자은행들 자체가 M&A의 대상이 돼야 할 지경이라는 것이다.
HSBC 홍콩의 금융담당 수석 애널리스트 안나 보르지는 "투자은행산업은 심각한 과포화상태"라며 "M&A시장이 침체에 빠져 있고 향후 몇 년간은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2005년까지 최소한 2개의 글로벌 투자은행과 상당수의 소형 투자은행들이 시장에서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까지 아시아투자은행들간의 합병은 없었지만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두업체들을 제외하고는 대대적인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인력감축 등 조직축소는 이미 진행형이다. 지난해 엥도수에즈W.I.카는 아시아지역에서 중개업무를 중단했고 350명의 인력을 줄였다. HSBC와 메릴린치도 지난해 동남 아시아에서 중개업무를 축소했고 지난달에는 싱가포르의 DBS그룹이 필리핀에서 증권업무를 폐쇄했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조직축소는 미국 및 유럽증시의 침체와 무관하지 않다. 주가하락으로 실적악화위기에 몰려 있는 글로벌 투자은행들이 더 이상 아시아 자회사에 대한 지원을 감당하기 어려워 진 것. 특히 메릴린치는 지난해 11월 대대적인 인력감축을 단행했고 JP모건 리만브라더스 등도 투자은행 인력을 줄였다.
그러나 앞으로 투자은행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투자은행들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실적을 자세히 공개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 지역에서의 투자은행 실적이 지난해 악화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JP모건은 지난해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 1억9500만달러의 순손실을 기록, 적자로 전환했다. 메릴린치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지역에서 4억달러의 세전 순손실을 기록, 전년도 2억6900만달러에서 실적이 크게 악화됐다.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드 이 지역 세전순이익이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홍콩의 한 투자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6~12개월동안 아시아 투자은행들은 심각한 영업위축을 피하기 어렵다"며 "많은 글로벌투자은행들이 지역별 투자배분을 다시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중국 대만 등 동북아시아 지역이 그나마 남아 있는 투자은행들의 탈출구. 이들 국가들은 구조조정 노력으로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빠른 경제성장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홍콩대학의 마이클 엔라인트 교수는 "아시아지역 전체 인력의 75%를 일본 한국 중국 홍콩 등에 배치하지 않으면 기회를 잃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결국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끝까지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은 주식뿐 아니라 외환 채권 파생상품 등의 신탁계정과 고유계정에서 모두 이익을 낼 수 있는 대형 종합투자은행들 뿐이라고 WSJ는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