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들은 왜 푸틴을 지지하는가 [중국은 지금]

중국 네티즌, 푸틴 우크라 침공 정당화
언론 통제로 대부분 중국인 외신 못봐
미국에 대한 반감으로 러시아 응원하기도
지식인들 참상 알지만 공개적 반대 꺼려
  • 등록 2022-04-10 오후 2:28:50

    수정 2022-09-19 오전 8:50:44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지난 2월24일.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화한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연설문 중국어 번역본은 웨이보에서 하루 만에 11억 뷰를 기록했고, 10일 현재까지 228만명이 ‘좋아요’를 눌렀다. 중국 네티즌들은 이 연설문을 보고 ‘감동적이다’, ‘러시아를 지지한다’고 반응했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정당한한 푸틴의 연설문 중국어 번역본. 사진=중국 관찰자망 웨이보
“20년 전 우크라이나는 전남편인 러시아와 이혼을 하고 몇 명의 자식(독립을 선언한 친러 지역)을 키워왔다. 러시아는 전 부인의 채무를 갚아주는 등 지원해왔는데, 우크라이나는 농촌의 깡패(미국)와 그 친구들(유럽 등 동맹)과 어울려 놀며 러시아를 괴롭혔고, 아이들도 돌보지 않았다. 전남편은 울며 아빠를 찾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문밖을 나섰다.”

중국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유를 유머있게 설명한 이 글은 중국 SNS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실제 많은 중국인들이 이처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옹호하고 심지어 푸틴을 응원하고 있다.

전 세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반인도적인 행위에 대해 비판하는 가운데 중국인들만 푸틴에 지지를 보내는 분위기는 왜일까. 다수의 중국인들을 취재한 결과 원인은 3가지로 종합할 수 있었다. △차단된 정보 △미국에 대한 반감 △심각한 검열 등이다.

우선 중국은 ‘인터넷 만리장성’이라 불리는 방화벽을 설치해 외국 사이트 접속을 차단하고 있다. 우회 접속할 수 있는 가상사설망(VPN)없이는 외신 등을 볼 수 없는 구조다. 대다수 중국인들은 VPN의 필요성을 느끼지도, 그럴 금전적 여유도 없는 게 현실이다. 지난해 중국의 언론자유지수는 2021년 180개 국가 가운데 177위에 머물렀다. 중국 당국이 통제하는 언론의 영향으로 중국인들은 편향적인 정보만 접할 수 있는 셈이다.

블라드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사진=AFP)
최근에는 중국공산당이 전국 관리들을 대상으로 푸틴이 러시아의 애국적 자긍심을 되살렸다는 내용의 역사 다큐멘터리를 만들어 토론하고 있다는 미국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도 있었다. 보도의 사실 여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중국의 사상교육이 얼마나 무서운지 보여주는 사례다.

미국에 대한 반감도 중국인들의 러시아 지지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 전쟁은 오래된 일이다. 중국 언론은 수년간 미국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해왔고,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제공하며 전쟁을 부추기고 있다거나, ‘부차학살’을 러시아 정부는 부인했다는 등 러시아 매체의 보도 등을 주로 전달하고 있다.

금융권에서 근무하는 중국인 쑹레이(가명)씨는 “중국인들이 러시아라는 나라를 좋아하거나 푸틴을 존경한다기보다는, 미국에 맞서는 러시아 그 자체에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경제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애국주의 성향의 중국인들은 미국에 맞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설령 실패하더라도 응원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관영 매체 중국중앙(CC)TV가 지난달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있는 미국의 생물·화학무기 실험실을 발견했다는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 사진=CCTV 캡쳐
그렇다고 중국에서 러시아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없는 건 아니다. 직접 만나본 많은 중국의 지식인들은 분명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들은 공개된 장소에서 이같은 의견을 내길 하나같이 꺼려했고, 공식적인 인터뷰는 거절했다. “말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테고, 정부의 감시 대상만 될 뿐”이라는 우려에서다.

중국 메신저인 웨이신(微信·위챗) 등이 수백개의 핵심 단어를 활용해 모바일 대화를 검열하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후 얼마되지 않아 쑨장 난징대 교수 등 중국 역사학자 5명이 위챗에 푸틴을 향해 전쟁 중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올렸으나 2시간 만에 삭제되기도 했다. 중국 정부의 ‘빅브라더’(정보의 독점으로 사회를 통제하는 관리 권력)가 중국인들의 눈과 입을 막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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