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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물가상승률이 5%대로 24년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물가 급등 심리를 막아야 한다는 간절함이 크다. 다만 한은이 연말께 금리를 2.75~3% 수준으로 높인 후 금리 인상을 중단할 것이란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다수이기 때문에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 대해 어떤 언급이 나올지 주목된다.
물가 고점 아직이나 기대인플레 하락…예고된 ‘베이비스텝’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25일 이창용 총재 주재로 정기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해 연 2.5%로 높였다. 2013년 하반기~2014년 상반기 당시의 금리 수준이다. 이는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 1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와 일치한다. 반년 만에 완전체인 7명의 금통위원이 모여 내린 결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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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총재는 7월 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사상 첫 빅스텝을 한 이후 기자회견에서 “물가와 성장 전망 경로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면 당분간 금리는 빅스텝보다 0.25%포인트씩 점진적으로 인상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포워드 가이던스(forward guidance·선제적 안내)를 제시한 바 있다. 한은은 9월~10월께 물가가 고점을 찍고 내려오고 성장률은 올해와 내년 각각 2% 중반, 2%초반으로 잠재성장률(2%)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그러나 물가 고점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전 세계 경기침체 우려를 반영해 국제유가가 배럴당 90달러대로 하락하는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고 있지만 겨울철 러시아의 유럽 가스 공급 중단 가능성, 10월·11월 중국과 미국의 정치 이벤트 등이 몰려 있어 여전히 물가를 자극할 변수가 많다.
한미 금리 역전 상황도 부담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우리나라 기준금리와 미국 정책금리 상단이 같아졌지만 미국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0.5~0.75%포인트 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있어 미 정책금리 상단은 3~3.25%로 높아져 우리나라와 최대 0.75%포인트 역전될 것으로 전망된다. 연초 이후 7월까지 외국인 주식·채권 자금은 31억2000만달러 순유입되긴 했으나 안심하긴 이르다.
달러 초강세에 원화가 상대적으로 약세를 보여 자본 유출뿐 아니라 수입물가 상승 압력을 자극하는 것도 걱정거리다. 원·달러 환율은 23일 장중 1346.6원까지 올라 금융위기였던 2009년 4월 29일(고가 1357.5원)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중립금리 도달한 기준금리 vs ‘물가 못 잡았다’ 더 올려야
기준금리가 2.5%로 올라오면서 한은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에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이 총재가 연말 기준금리 2.75~3% 전망이 합리적이라고 밝힌 바 있지만 해당 금리 수준이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의 최종 금리가 될지, 내년에도 추가 금리 인상이 있을 지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언급한 바는 없다.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두고 금통위원간 이견이 생길 조짐이다. 7월 금통위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별로 향후 금리 인상 기간을 두고 ‘당분간’, ‘상당기간’으로 표현을 달리하고 있다. 서영경 금통위원은 7월 말께 기자들과 만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을 묻는 질문에 “연말이 될지, 내년 상반기가 될지 알 수 없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반기 마이너스 성장률이 예고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고점을 찍은 것이 확인되면 금리 인상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올 수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경기둔화 우려가 더 크다며 우리나라의 금리 인상 종료 시점이 미국보다 더 빨리 끝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반대로 금리 인상이 경기를 갉아먹더라도 연말 4~5%대의 높은 물가상승률 하에선 추가 금리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금통위원은 금통위 의사록에서 “(1970년대) 미국은 물가가 안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경기침체를 우려해 성급히 금리 인하에 나선 결과 기대인플레 상승에 따른 인플레 악순환을 막지 못해 경기진폭을 키웠다”며 “인플레 대응에 있어 긴축 시작 시점 못지 않게 긴축을 마무리하는 시점이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