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복합사업 투기 차단?...곳곳서 투기 유입 정황

당정, 현금청산일 바꾸는 사이에 투기 수요 유입
현금청산일 당일 소유권이전등기에 쪼개기매매까지
국토부, 투기 차단 자신했지만 전문가 “허술한 정책”
  • 등록 2022-02-02 오후 2:48:22

    수정 2022-02-08 오후 1:21:37

[이데일리 김나리 기자] 정부가 2·4대책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도심 공공주택복합사업 후보지 내 투기 유입 정황이 감지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투기방지 조치를 통해 외부 매수 유입 및 지분쪼개기 등을 차단했다고 밝혔지만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미 투기성 거래가 늘었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 일대 빌라 및 다세대 주택 밀집 지역. (사진=뉴스1)
2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도심복합사업은 노후된 역세권 등을 공공 주도로 고밀 개발해 신축 주택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공공주택특별법에 의거해 3년간 한시적으로 진행되며, 공기업이 시행자가 돼 현물선납 및 수용방식으로 부지를 확보하고 아파트 우선공급권을 부여한다.

다만 지난해 6월 29일 이후 구역 내 부동산을 취득한 소유주는 현금청산 당한다. 원래 이 사업 현금청산 기준 시점은 지난해 2월 5일이었으나 관련 법도 통과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하게 재산권을 침해한다는 등의 지적이 잇따르면서 국회 법안 의결일인 지난해 6월 29일로 현금청산일이 바뀌었다. 당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 국토교통소위에서 “보통 (매매계약부터 등기까지) 한두 달 넘게 걸리기 때문에 현금청산일이 변경되는 그 사이 계약, 중도금, 잔금, 등기를 못한다”고 자신했다.

그러나 이처럼 기준일이 바뀌는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예상과 달리 “아파트 공급권을 노린 투기 수요가 유입됐다”는 게 후보지 주민들의 얘기다.

실제 이 사업 후보지인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역세권 내 한 근생다세대주택은 10가구 중 6가구 소유권이 지난해 6월 현금청산일을 코앞에 두고 급히 바뀌었다. 이 중에는 매매 계약 당일 소유권이전등기 접수가 이뤄진 경우도 세 차례나 있었다. 해당 가구 매입자들은 모두 이 구역에 주소를 두고 있지 않은 외지인이었다. 나머지 4가구 중 2가구는 이보다 앞선 지난해 4월 이미 소유권 지분이 변동됐다.

나아가 또 다른 후보지인 서울 은평구 증산4구역에서는 대책 발표 후 현금청산일이 바뀌는 동안 구역 내 뒷산에서 쪼개기 매매가 이뤄진 사실이 드러났다. 이 사업에 반대하는 후보지 주민들로 구성된 ‘3080공공주도반대전국연합(공반연)’ 관계자는 “후보지 곳곳에 투기세력이 들어서면서 사업에 반대하는 원주민들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라고 했다.

국토부가 사업 추진 지역 내 투기 여부 등을 조사해 조치하기로 했지만, 문제는 위법 증여·대출 등 구체적인 불법 사실이 드러나지 않는 한 틈새를 노린 거래를 했다는 것만으로는 처벌하거나 투기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국토부는 이 같은 이상거래 정황에도 불구하고 후보지 내 외부 매수 유입 및 지분쪼개기 등을 차단했다며 자신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8차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도심복합사업은 외부 매수세 유입에 따른 부동산 시장 과열을 차단하는 게 반드시 필요한 선결 과제”라며 “이를 위해 토지주 우선공급권을 법안의 국회 의결일 기준으로 제한했고, 이로 인해 외부 매수 유입 및 지분 쪼개기 등이 차단되는 등 사업이익이 온전히 기존 토지주들에게 돌아가는 구조를 만들 수 있었다”고 자찬했다.

이와 관련해 서진형 대한부동산학회장(경인여대 교수)은 “불법 사실이 명확한 경우가 아니면 투기 여부를 판가름하기 쉽지 않다”며 “2·4대책은 처음부터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등 허술하게 만든 정책이어서 부작용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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