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입장에서는 부동산 가격이 본격 하락하기 전에 보유 자산을 미리 처분, 몸집을 가볍게 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여유자금으로 재무 개선, 신규 투자 등에 사용한다는 포석이다. 이에 따라 사옥은 물론 영업용 점포까지 처분해 자산 유동화에 힘쓰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점포 빌려 쓰면 되지"..유통업계 세일 앤드 리스백 물결
세일 앤드 리스백을 주도하는 업종은 할인점 등 유동화 할 수 있는 부동산이 풍부한 유통업계다.
▲ 이랜드그룹은 홈에버 매장을 코람코에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6147억원에 매각했다 | |
매각 방식은 기존 점포 운영을 위한 재 임대를 조건으로 단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이며, 홈에버 운영은 이랜드가 계속하게 된다.
짧은 기간에 국내 할인점 2위에 오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도 비슷한 대책을 서두르고 있다. 설도원 홈플러스 상무는 “국내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국내 홈플러스 자체 신용을 이용한 외부자금조달과 함께 선진 금융기법인 `매각후임대`(Sales & Lease Back) 방식을 적극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현재 43개 점포 가운데 많게는 10여개 점포를 자산 유동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밖에 롯데쇼핑, 신세계 등도 M&A 자금 확보, 신규 투자 등을 위해 사옥, 할인점 등에 대한 세일 앤드 리스백 적용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한화. SK, 재무구조 개선, 신규 투자 목적으로 사옥 매각
대기업들도 회사의 얼굴이라는 사옥을 투자자금 확보, 재무구조를 위해 이 방식으로 유동화하거나 추진 중이다.
최근 CR리츠인 코크랩은 서울 중구 장교동 한화그룹 빌딩 매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한화그룹은 28층짜리 서울 중구 장교동 빌딩을 2002년 3월에 구조조정전문 부동산회사에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으로 1860억원에 팔았다.
한화그룹은 재무구조 개선 차원에서 매각했었고, 4년 뒤인 내년 3월에 되살 수 있는 조건을 붙였었다. 한화그룹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던
▲ 한화그룹은 여의도 한화증권을 2002년에 1381억원에 5년 뒤 되사는 조건으로 매각했다. 사진은 여의도 한화증권 빌딩 | |
이 회사 관계자는 “은행돈을 빌릴 경우 부채비율이 높아지기 때문에 아예 건물을 매각하고, 새 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자금을 마련하는 전략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재매입시 오히려 자금 부담 될 수도 있어
그러나 이 같은 세일 앤드 리스백 방식이 기업들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가능성도 크다. 실제 한화그룹이 되사는 조건으로 코크랩에 매각한 서울 중구 장교동 빌딩은 최초 매각 최근 매각가격이 3000억원 이상으로 뛰, 한화그룹 내에서도 재 매입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옥 매각은 구조조정 차원을 넘어 자산 유동화를 통해 신규사업 진출의 발판이 될 수 있지만, 나중에 되살 경우 매입 금액이 큰 폭으로 올라 오히려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