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브로드웨이 뮤지컬 여행

브로드웨이에서의 2일
뮤지컬과 사랑에 빠지기에 충분한 시간
  • 등록 2008-02-14 오전 10:38:28

    수정 2008-02-14 오전 10:38:28

[조선일보 제공] "3일 밖에 못 있을 걸 12시간 넘게 걸려 뉴욕(New York)까지 왔단 말이에요? 당신도 '뉴욕 열성 팬' 중 한 명이군요. 그래서 계획은 뭐에요?"

전 세계에서 온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는 존 F. 케네디 국제공항 입국 심사장을 빠져 나가는 데는 한 시간 이상이 족히 걸린다. 30대 중반의 입국 심사 직원은 '뉴욕 팬'들이 도대체 뭘 하고 놀 작정인지 궁금한 모양이다. "브로드웨이 뮤지컬 두 편을 보려고 예약했어요.", "그것 참 멋진 계획이네요. 짧게 머문다면 '최고 중의 최고'를 맛보고 가는 게 '정답'이거든요. 자, 신나게 즐기세요."

▲ 뮤지컬 "위키드" 포스터 그래픽

금요일 15:00 레스토랑가(街)에서 늦은 점심

느지막이 일어나 늦은 점심을 먹으러 나섰다. 지하철 '타임스 스퀘어(Times Square)' 역을 나서자마자 낮인데도 휘황한 네온사인이 번쩍이는 '극장 지구'(Theater District)가 모습을 드러냈다.

'브로드웨이, 금발로 달린다'(Broadway Goes Blonde·뮤지컬 '금발이 너무해'), '영원히 당신의 것'(Eternally Yours·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도로시가 끼어들기 전에 참 많은 일들이 있었답니다'(So Much Happened Before Dorothy Dropped In·뮤지컬 '위키드')…. 개성 있는 전광판의 광고 문구들이 눈에 확 들어왔다.

줄지어 서 있는 노란 택시 사이를 가로질러 씩씩하게 길을 건너는 '뉴요커'들을 구경하다가 슬금슬금 '레스토랑 가(Restraurant Row)'의 식당 '조 알렌'(Joe Allen·326 W. 46th St.· www.joeallenrestaurant.com)으로 향했다. 이 레스토랑이 있는 극장 지구 한 켠인 '웨스트 46번가'(W. 46th St.)는 뮤지컬 전후 배를 채우기 좋은 식당들이 많이 모여 있어 '레스토랑 가'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티파니에서 아침을' '닉 노라' '조지' 등 브로드웨이 옛 포스터들이 식당의 벽 한 켠을 장식하고 있다. 아보카도, 토마토, 양파가 푸짐하게 들어있는 쇠고기 햄버거와 감자 튀김 등이 함께 나오는 '오늘의 메뉴'(Today's Special) 14달러(1달러=약 945원), 과일주스·커피는 각각 4.50달러.

▲ 뮤지컬 "인어공주"가 공연 중인 "룬트-폰타네 극장(Lunt Fontanne Theater)" 앞.


20:00 뮤지컬 '인어공주'

'인어공주'(The Little Mermaid)는 디즈니(Disney's)의 2008년 야심작이다. 다리도 없는 인어공주와 하늘하늘한 물고기들, 깊고 깊은 바닷속의 화려한 궁전이 한정된 무대 위에 어떻게 표현될까 다들 궁금한지 뮤지컬 시작 전 극장은 시끌시끌하다. 형광 빛의 불가사리, 해파리, 게, 가재가 점점이 박힌 막이 올라가자 화려한 바닷속이 모습을 드러냈다. 애니메이션을 통해 귀에 익숙한 '언더 더 씨(Under the Sea)'가 경쾌하게 연주되고 물고기들과 인어공주는 밑창에 바퀴가 달린 신발을 신고 무대 위를 달리며 신나게 춤을 췄다. '와아' 하는 탄성이 곳곳서 터져 나오고 할머니부터 다섯 살 박이 꼬맹이까지 의자에서 들썩들썩 리듬을 탄다.

22:30 공연 후 맥주 한잔

관객이 쏟아져 나오는 오후 10시30분 즈음해서 택시를 잡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뮤지컬의 여운을 조금 더 담고 싶어하는 이들을 위해 브로드웨이의 많은 식당들은 '공연 후(post the- ater) 식사 가능'이라는 안내판을 달고 있다.

미 일간지 USA 투데이에 '공연 끝낸 배우들이 좋아하는 식당, 브로드웨이 쇼를 본 당신이 가야 할 바로 그곳(it-place)'이라고 소개된 '앵거스 매킨두(Angus McIndoe·258 W. 44th St.· www.angusmcindoe.com)'로 향했다. 3층의 넓은 창 밖으로는 바로 앞 '마제스티 극장'에 붙어있는 커다란 '오페라의 유령' 전광판과 집으로 돌아가는 들뜬 사람들이 내려다 보였다. 마요네즈에 적셔 계란에 올린 새우, 각종 치즈와 과일 등 미국식 안주가 푸짐한 '테이스팅 플레이트(Tasting Plate·20달러)'와 생맥주 한 잔(5달러)을 시켜놓고 여유를 부리다 보니 어느덧 밤 12시. 빈 택시가 하나 둘 눈에 띄기 시작한다.

▲ 전광판이 24시간 번쩍이는 브로드웨이의 중심, 타임스 스퀘어.

토요일 9:00 '에디슨'에서 아침을

부지런을 좀 떨어 극장 지구 '호텔 에디슨' 1층에 있는 '에디슨 카페(Edison Cafe·228 W. 47th St.·212-840-5000)'에서 커피 한 잔(1.20달러)과 감자 볶음·베이컨·오믈렛(조식 세트 7.25달러)으로 아침을 해결했다. 벽에 '라이온 킹' '타잔' 등 낡은 포스터가 다닥다닥 붙어 있는 아주 허름한 이 식당은 어거스트 윌슨(Wilson), 닐 사이먼(Simon) 등 유명 극작가들이 몇 시간이고 앉아 희곡을 쓰고, 토론을 벌이고, 기자들과 인터뷰를 하던 일종의 '살롱'이었다.

10:00 '위키드' 백스테이지 투어

'오즈의 마법사'의 '숨은 이야기'를 그린 인기 뮤지컬 '위키드'는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에메랄드 커튼 뒤에서(Behind the Emerald Curtain)'라는 '백스테이지 투어(backstage tour·30달러)'를 선보인다. 토니 갈디(Galde), 션 맥코트(McCort) 등 뮤지컬에 출연하는 배우 두 명이 나와 뮤지컬 제작 과정과 뒷이야기를 생생하고 재치 넘치게 풀어 놓는다.

"뮤지컬 한 편에 의상 담당자만 35명이 투입되죠. 속옷까지 맞춰서 입고 잘 보이지도 않는 단추에도 '오즈(Oz)'라고 새겨 넣는 등 의상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써요." "뮤지컬 공연이 시작되면 무대 감독의 말이 곧 법이 되죠. 배우들은 무대 감독이 사인을 주지 않으면 쇼가 망가지는 한이 있어도 절대 무대로 나서지 않아요." 두 배우는 극장에 마련된 작은 '전시관'과 빈 무대를 옮겨 다니며 50여명의 관객들을 한 시간 반 동안 휘어 잡았다. 

▲ "인어공주" 주인공 시에라 보기스(Bogges). /"Original Broadway Company" 제공

14:00 뮤지컬 '위키드'

'오즈의 마법사'에 등장하는 '서쪽의 악한 마녀'를 주인공으로 '악한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악한 것일까'라는 주제를 파고든 그레고리 맥과이어(McGuire)의 소설 '위키드(Wicked·악한)'는 2003년 10월 브로드웨이 뮤지컬로 다시 탄생했다. 초록으로 분장한 주인공 '엘파바(Elfaba)'와 흰 드레스로 치장한 '글린다(Glinda)'가 빚어내는 우정과 배신과 사랑 이야기에 두 시간 반이 훌쩍 간다.

'백스테이지 투어'를 이끌었던 토니 갈디가 엘파바의 아버지로 나오고, "이 뮤지컬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대사를 내가 한다"고 뻐기던 션 맥코트가 "마법사가 이제 자네들을 면담하겠답니다(The Wizard will see you now)"라고 외치자 곳곳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공연이 끝난 오후 5시쯤, 해 짧은 겨울이라 벌써 밖은 어둑했다. '당신은 이제 오즈를 떠납니다. 현실이 코 앞에 있으니 조심해서 돌아가세요'라는 재치 있는 문구가 극장 정문에 커다랗게 붙어 있다.

17:30 '쉐 조세핀'에서 저녁을

'현실' 속으로 직행하기가 아쉽다. 미 세인트루이스 출신으로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했던 전설적인 가수 조세핀 베이커(Baker)를 기려 그의 양아들 장 클로드 베이커가 만든 '쉐 조세핀(Chez Josephine·414 W. 42nd St.· www.chezjosephine.com ·파스타 19달러, 필레 미뇽 34달러)'에 들렀다. 18살의 해리 코닉 주니어가 앉아서 연주했다는 1층 피아노의 긴 의자. 이날은 드레스를 곱게 차려 입은 두 명의 흑인 할머니가 앉아 피아노와 트럼펫을 연주하고 있다. 음악에 맞춰 손님들 사이를 춤 추듯 돌아다니며 프랑스 억양을 섞어 "아, 이 아름다운 숙녀분들 좀 보세요" 같은 농담을 던지는 유쾌한 베이커씨 덕분에 뮤지컬의 흥분이 한층 오래 머문다. 

▲ "위키드"의 "착한 마녀"를 연기하는 애나레이 애시포드(Ashford). /"유니버설 픽처스" 제공

여행 정보

여행 마켓플레이스 '옥션여행'에서는 '위키드', '인어공주' 뮤지컬 관람과 '위키드 백스테이지 투어'가 포함된 '브로드웨이 뮤지컬 투어' 상품을 판매한다. 여행 출발 전 브로드웨이에 관한 정보를 문화 여행 전문가 '컬처 플래너'가 설명해 주는 한 시간 무료 강의가 제공된다. 옥션여행(http://tour.auction.co.kr) 검색 창에 '브로드웨이'를 치면 상품 정보를 볼 수 있다. 6박7일(매주 수요일 출발) 189만원부터. 문의 1644-6747.

브로드웨이 뮤지컬 티켓은 인터넷 사이트 '브로드웨이닷컴(www.broadway.com), 티켓마스터(www.ticketmaster.com) 등을 통해 한국서도 예약 가능하다. 오케스트라석 티켓은 예약 수수료 포함 약 150달러. 막판 '떨이'를 하는 당일 할인 티켓은 'TKTS(1535 Broadway·www.tdf.org)'에서도 구할 수 있다. 단 두세 시간 기다릴 각오는 해야 하고 유명 뮤지컬 표는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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