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식의 주식보기)미 경제팀 교체의 의미

  • 등록 2002-12-11 오전 10:49:10

    수정 2002-12-11 오전 10:49:10

[edaily]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랜스 린지 경제수석 등 부시행정부의 두 경제참모가 경질됨에 따라 그러한 조치의 배경과 새로 구성될 경제팀에 대한 하마평이 한창이다. 또한, 새 경제팀에 의해 펼쳐질 경제 정책의 내용과 그 파급효과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기도 하다.

◇경제팀 교체의 배경

부시 대통령은 취임이후 외교적으로 강경일변도의 노선을 지향하면서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미국의 정책에 반기를 드는 국가들과 전쟁을 벌이거나 전쟁을 앞두고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이 때문에 가뜩이나 하강기에 있던 미국 경제에 전쟁 불확실성 이란 또 다른 부담을 제공하면서 경기회복을 더욱 더디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그래서, 전쟁광이라는 외부로부터의 비난은 물론이고 미국 내부에서도 정치적 인기를 위해 경제적 희생을 마다하지 않는 모험주의적 지도자라는 불만도 날로 고조되어 오고 있던 터였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추구하는 정책기조의 이면에는 미국의 안보와 경제적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철저한 계산이 숨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중의 지지를 추구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한 자세이다. 더구나 2005년 이면 그가 대통령으로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할 수 있는 지를 결정짓는 대선이 있을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런 면모를 보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경제와 증시는 물론 세계경제에도 부담을 주고 있는 이라크와의 전쟁을 추구하는 것도 따지고 보면 미국의 국익을 위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는 일시적으로 대내외적인 저항과 도전에 직면하더라도 그가 취하는 일련의 공세적 조치들이 결국은 미국 유권자들의 자존심과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음을 증명해 보임으로써 신뢰할 수 있고 강력한 추진력을 지닌 지도자로 각인될 것을 기대하고 있음에 틀림없다. (참조: 이데일리 2002년 9월 23일자 박주식의 주식보기, ‘왜 전쟁을 추구하나’ )

대외문제에 치중하는 듯하던 부시대통령이 갑자기 경제참모를 경질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이 가능해 보인다. 대중의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을 제대로 포착하지 못했을 때 어떤 결과가 빚어지는 지에 대해서는 그의 아버지가 1992년 선거에서 실패한 경험으로부터 잘 알고 있다. 취임 이후 미국 경제의 연착륙과 빠른 회복을 기대했었지만 최근까지 미국 경제는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태이다. 지난 주 6.0%로 발표된 실업률만 해도 그의 경제 성적표를 초라하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취임당시의 4.2%보다 높은 수치이고 최근 8년 동안 최고치인 것으로 파악된다.

그의 경제 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신뢰저하를 더 이상 방치할 경우 그의 지도력 전체에 영향을 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생겨났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러므로 그는 경제부문에 대한 그의 정책구상을 더욱 강력하게 구현할 수 있는 진용을 구성하려는 목적과 함께, 다른 한편으론 그가 대외적인 힘의 과시에만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미국 국민들의 경제적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경제팀 경질이란 수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새경제팀은 어떤 정책을 펼까?

금리정책에 관한 권한이 전적으로 연준에 있는 만큼 경제팀 교체에 따라 예상할 수 있는 변화는 세제정책과 달러화 정책이 가장 관심을 끄는 부분이 될 것이다. 시장에서는 다소 엇갈린 예측들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감세정책의 확대와 강한 달러 정책의 지속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새로운 경제팀의 예상되는 경제정책 변화

오닐 장관은 부임 초기 강한 달러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발언을 한 경력이 있지만 실질적으로 강한 달러 정책을 고수해 왔다는 점에서 그가 강한 달러정책을 약화시킨 주체로 보기는 어려우며 오히려 강한 달러화를 유지하기 위한 노력이 더욱 강도 높고 빈번하게 나타났었다. 따라서 일부의 기대와는 다르게 경제팀의 교체는 오히려 달러화 약세 용인을 통한 경상적자 해소노력에 기울여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환율 정책과 관련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국가들은 달러화 강세의 수혜를 더 이상 향유하기는 어려워질 것이 예상된다. 하지만, 달러화 약세를 용인함과 동시에 새 경제팀이 추진할 가능성이 높은 위안화의 평가절상 압력은 중국을 제외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겐 도움이 될 것이다. 중국의 입장에서도 위안화 절상을 통해 수입단가를 낮추어 경제개발속도를 높일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에 저항이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책변화가 있을 경우에는 경상적자 해소를 위한 무역불균형 해소노력 강도가 그만큼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와 동반하여 나타날 가능성이 높은 통상압력 강화 등의 요인으로 대미 수출비중이 높은 아시아 국가들에게 다소 불리한 상황이 초래될 것으로 판단된다.

◇추가적 감세정책은 매우 제한적일 것

한편 추가적인 감세정책은 제한적이거나 미미한 정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지난 3/4분기 미국의 평균 개인소득세율은 12%대 초반으로 90년대 초반수준과 비슷한 수준으로 하락했다.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누진적으로 세율이 증가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근의 평균 세율은 이미 상당히 낮은 수준까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 1인당 가처분 소득은 90년대 초에 비해 1.23배, 명목 개인소득은 1.87배 높아져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악화되는 재정여건을 감안할 경우 추가적인 감세정책이 나타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수 밖에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새로운 경제팀이 의욕적으로 소비를 진작시킬 것인지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추가적인 개인소득세의 감면이 나타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추가적인 감세를 하더라도 매우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평균세율 및 장기적인 추이


자료 : Datastream

◇새로운 경제팀에 대한 기대가 커지는 이유

이미 지난 해부터 미 행정부는 감세정책을 적극적으로 진행해 온데다가 연준도 금리를 큰 폭으로 인하하는 등 정책적인 경기부양의 노력 강도는 그 어느 때 보다 높았다. 하지만 강도 높은 부양책에도 실제 경기상황은 뚜렷한 회복기조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책의 재량권이 축소된 상황에서 기존의 정책담당자들은 새로운 정책을 의욕적으로 진행하기 보다는 이미 실시중인 부양책의 효과를 좀 더 기다려 보자는 관점을 유지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어려움은 오닐 전재무장관이 미국경제 상황에 대해 지나치게 낙관적 태도로 일관한다는 비판을 받게 하는 요인이 됐다.

◇새 경제팀, 보다 다양하고 적극적인 방법으로 경제 자극 방법 강구할 것

경제를 적극적으로 자극하는 정책들 중 웬만한 것들은 옛 경제팀들에 의해 이미 가동된 상태이기 때문에 새 경제팀이 추가로 적용할 수 있는 것들은 상당히 제한돼 있다. 그러나, 새 경제팀은 물러난 경제팀이 실시한 정책의 효과를 앉아서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기 때문에 무엇이든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현재의 저금리와 낮은 세 부담 그리고 고용과 투자부진이라는 당면 문제를 감안할 때, 새 경제팀이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은 기존의 감세조치의 강도를 가능한 한 높이는 것과 함께, 규제완화 및 투자기업에 대한 혜택 제공 등과 같은 고용과 투자를 활성화 할 수 있는 대책들이 위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행히, 그 동안의 금리인하와 감세정책 등에 의해 미국 경기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것을 저지하는데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새 경제팀이 추가적인 자극을 적극적으로 가할 경우 경기가 기대보다 더 빠르고 크게 상승할 수 있는 여건은 갖춰져 있다고 볼 수 있다.

◇우리 시장에 미칠 영향

새 경제팀이 미국 기업들의 국제 경쟁력을 살려 고용을 개선하고 경상적자를 해소할 목적으로 강한 달러 정책을 포기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새 재무장관으로 거론되는 후보자가 기업경영자 출신이란 점도 이런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다. 달러약세 정책이 효력을 발휘할 경우 아시아 국가들의 대미수출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이 예상되고 우리 수출 기업들에게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미국이 달러 약세를 유도할 것이라는 전망은 미국 금융시장에도 매우 나쁜 영향을 줄 것이다. 달러 약세는 미국 금융자산의 가치하락을 의미하기 때문에 이로 인한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미국 주식과 채권 등에 대한 투매가 발생하여 금융시장이 매우 불안해 질 가능성이 있다. 이럴 경우 우리 시장에도 나쁜 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

그러나 새 경제팀이 달러약세 정책으로 전환하기 어렵게 하는 요인도 많다. 우선 달러약세 정책은 미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감소시킴으로써 대외무역부문에서 개선되는 성장률 제고 효과를 상당수준 제약할 수 있다. 금융시장 불안과 자본시장의 급격한 악화는 이보다 더 감내하기 어려운 부담이 될 것이다. 또한, 달러약세 정책은 엔화약세로 경기침체와 디플레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일본의 입장과도 상충된다. 그러므로, 새 경제팀이 달러 약세 정책을 취할 가능성은 전혀 없지는 않다 하더라도 그 속도는 예상되는 부작용을 제거할 수 있을 정도의 속도, 즉 매우 완만하도록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환율문제로 인해 우리 수출 기업들이 크게 타격을 입는 사태는 발생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최근 우리 주력 수출품들은 과거처럼 가격경쟁력에만 의존하는 단계를 이미 탈피하고 있는 상황이다.

어쨌든, 미국 경제팀의 경질과 이로 인해 미국경제 정책의 방향에 관해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는 점은 우리 시장에 부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팀을 새롭게 일신한 부시행정부가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여 미국 경제가 탄력적인 성장세를 회복할 경우 우리 경제와 시장에는 더 없는 호재가 될 수도 있다. 다만, 이런 상황은 전망 단계에 불과하므로 아직 시장에 제대로 반영되기 어렵기 때문에 새로운 경제팀의 모습이 갖춰질 때 까지 얼마기간 동안은 다소 부정적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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