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으려 했는데 억울” 과고 출신 배달기사, 의대 준비하는 사연

과학고 진학했지만 “가난하다”며 학폭 당해
12시간씩 택배 상·하차 일하며 수능 준비
정씨 “나와 같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싶어”
  • 등록 2024-02-02 오전 9:37:40

    수정 2024-02-02 오전 9:37:40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과학고등학교에 다니며 가난 때문에 학교폭력을 당하고 대학에 진학하지 못했던 20대 남성이 6년째 의대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헬스터디2’에 지원한 정순수씨. (사진=유튜브 ‘미미미누’ 캡처)
지난달 31일 유튜브 ‘미미미누’ 측은 ‘헬스터디 시즌2’에 참여할 최종 합격 수험생을 공개했다. ‘헬스터디’는 공부와 공부와는 담을 쌓은 N수생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수능까지 모든 교재와 대면 강의를 지원해 주고, 목표 대학 합격 시 첫 학기 등록금을 전액 지원해 주는 콘텐츠다. 약 4000명의 지원자 중 합격자들을 발표했다.

그 중 정순수씨(25)의 사연이 네티즌들의 눈길을 끌었다. 중학교 재학 당시 1등을 하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한 그는 선생님의 추천으로 과학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이후 학교폭력과 마주해야 했다.

정 씨는 “대치동에서 과고 입시반에서 친해진 애들끼리 무리가 형성되어 있고, 대학 수학까지 끝내고 온 애들끼리 있었다”며 “발표를 해보라고 하면 당연히 못 푸니까 애들이 낄낄거리고 웃거나 조별 과제를 할 때도 ‘정순수랑 같은 팀 하면 망한다’고 꼽을 주거나 같이하고 싶어 하는 학생이 없어 혼자 했다”고 당시를 털어놨다.

이후 본격적인 괴롭힘이 시작됐다. 동급생 세 명이 정 씨의 노트북을 뒤지다 그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곤란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그는 “친구 세 명이 제 노트북을 뒤지다가 자기소개서를 봤는지 우리 집안이 가난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그걸 다른 애들한테 까발리겠다고 했다. 그땐 들키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너무 무서웠다. 꾹 참고 학교에 다녔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3학년 때에는 아버지가 과학고 입학 선물로 사준 노트북을 한 친구가 밟아 부순 적도 있었다. 그 학생은 대학생이 되면 과외를 해서 노트북값을 주겠다고 했지만 연락이 끊겼고 재수를 하게 된 정 씨는 인터넷 강의를 들을 노트북조차 없었다.
‘헬스터디2’에 지원한 정순수씨. (사진=유튜브 ‘미미미누’ 캡처)
노트북을 사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그는 “어머니가 조울증으로 병원에 들어가게 되면서 돈이 더 필요했다. 하루 12시간씩 배달 일하다가 아스팔트에 팔이 갈리는 사고가 났는데 병원비가 아까워 혼자 연고 바르고 치료했다. 며칠 뒤 급성 패혈증으로 죽을 뻔했다”며 “너무 억울했다. ‘노트북 하나 때문에 이렇게까지 돼야 하나?’ 싶었다. 많이 비참했고 가난하면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그런데 어느 날 정 씨의 아버지마저 치매에 걸리게 되면서 병원비와 생활비를 감당해야 했다. 정 씨는 “응급실에서 입원이 안 된다고 하는데 아빠는 괜찮다더라. 근데 아빠가 살도 40㎏까지 빠지고 그랬다. 너무 암울해서 딱 죽으려고 했다. 그때가 제 생일이었다”며 “그냥 죽기가 너무 억울했다. 학교폭력 당한 것도 제 잘못 아니고, 부모님 아픈 것도 제 잘못 아니지 않냐. 아빠한테 너무 미안했다. 과학고 간다고 하지 말고 일반고 가서 잘해서 의대 갔으면 아빠를 이렇게 만들지 않았을 텐데”라고 눈물을 흘렸다.

그는 의대를 준비하는 이유에 대해 “의사가 돼서 엄마. 아빠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되자. 장기적으로는 나같이 힘든 사람들을 도와주자는 결심에서 의대에 지망하게 됐다”고 밝혔다.

정씨는 지난 5년간 생활비를 벌기 위해 12시간씩 택배 상·하차 일을 하면서 계속 수능을 봤지만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폭력과 가난이 얼마나 아픈 건지 잘 알기 때문에 그런 친구들의 공부를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며 “끝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가려고 한다”고 다짐을 전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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