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 과잉 저축, 저소득층 빚 증가로 이어져…'저금리 장기화' 끊어야

[2022년 BOK 국제컨퍼런스]변화하는 중앙은행의 역할
아티프 미안 교수 "자산 상위 1%가 공급한 자금, 하위 90%에 대출로"
"빚으로 수요 진작할 경우 '유동성 함정' 빠질 우려"
"소득 불평등 완화, 부채 감축 등 제도 개선 필요"
  • 등록 2022-06-02 오전 9:00:00

    수정 2022-06-02 오전 9:00:00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자산 상위 1%인 고소득층의 과잉 저축이 경제 성장을 촉진하는 투자로 이어지지 않고 저소득층의 빚만 늘린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소득층의 과잉 저축은 금리를 낮춰 저소득층에게 빚을 쉽게 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환경에선 ‘유동성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커 중앙은행은 저금리를 장기간 유지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다.

아티프 미안 프리스턴대 경제학과 교수(출처: 한국은행)
우리나라에서 ‘빚으로 지은 집’이란 책으로 유명한 아티프 미안 프리스턴대 경제학과 교수가 2~3일 한국은행이 주최한 ‘BOK 국제컨퍼런스’에 참석해 소득불평등이 금리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BOK 국제컨퍼런스는 코로나19로 2년 만에 화상회의로 개최됐다.

미안 교수는 아미르 수피 시카고대 부스 경영대학원 석좌교수와 함께 쓴 논문 ‘빚으로 진작된 수요(Indebted Demand)’를 발표하며 “소득 불평등 확대는 고소득층의 저축 증가를 통해 금리를 낮추고 저소득층의 부채를 증가시켜 부채에 기반한 수요를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미안 교수에 따르면 미국 소득 상위 1% 계층의 국민총소득 대비 저축률은 1963~1982년중 5.3%에서 2008~2016년 중 8.5%로 크게 상승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소득 하위 10% 가계의 저축률은 5%포인트 하락했다.

소득계층별 저축 구성 항목을 살펴보면 소득 상위 1% 가계의 저축은 주로 금융자산 보유로 늘어난 반면 하위 10% 가계의 저축률 하락은 차입금 확대, 금융자산 보유 축소로 나타났다. 특히 1998~2007년까지 저소득층의 저축이 줄어든 가장 큰 이유는 저금리 환경이 이어지면서 빚을 내 주택 구매에 적극적으로 나선데 기인한다.

반면 고소득층은 뮤츄얼 펀드 등을 가입하면서 금융자산을 늘렸는데 뮤츄얼 펀드가 주택저당증권(MBS)을 매입하면서 결과적으로 고소득층 저축이 여타 가계의 차입 재원이 된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로 1983년~2016년 중 소득 상위 1% 가계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국민총소득 대비 비율은 4.4%포인트 상승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인 2.4%포인트가 가계 및 정부 부채에 대한 청구권 형태로 증가했다. 즉, 미안 교수는 “미국 대출의 상당한 부분이 자산 분포 상위 1%가 공급한 자금으로 이뤄진 금융상품이며 이러한 금융상품의 상당 부분이 간접적으로 하위 90%에 대출돼 가계부채를 증가시켰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기간 총소득 대비 국내 순투자가 꾸준히 하락하고 경상수지 적자가 지속됐다. 이는 고소득층의 과잉 저축이 전통적인 실물 투자 확대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미안 교수는 “소득 불평등 확대로 인한 자산 분포 상위 계층의 저축 증가는 금리 하락을 통해 하위 계층의 부채를 더욱 증가시켜 빚으로 진작된 수요를 창출한다”며 “완화적 통화 및 재정정책은 단기적으로 빚에 의해 진작된 수요를 창출해 부채에 기반한 호황을 발생시킬 수 있으나 장기화할 경우엔 부작용이 크다”고 설명했다. 부채를 감당하기 위한 조세 증가, 지출 삭감, 원리금 상환 부담 증가로 이어져 수요 위축과 자연 이자율 하락을 초래한다는 지적이다.

미안 교수는 “반복적인 완화적 거시정책으로 부채 규모가 크게 확대되거나 소득불평등이 악화되는 경우 자연이자율이 실효 하한을 하회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경제가 부채에 기반한 유동성 함정 또는 부채 함정에 빠질 우려가 크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앙은행은 장기간의 저금리 기조 유지 정책의 부작용을 인식하고 소득불평등을 완화하고 부채 규모를 줄일 수 있는 제도 및 구조 개선 정책, 재분배 정책, 거시건전성 정책 등을 복합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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