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 귀족여성 무덤에 남성이 순장됐다?

경주 황남동 신라 무덤에서 남녀 인골 발견
금은 장식구 말갖춤 등 신라시대 유물 출토
  • 등록 2015-04-09 오전 9:36:03

    수정 2015-04-09 오전 11:43:21

1호 돌무지덧널무덤 내부 및 인골 노출상태(사진=문화재청)
[이데일리 김성곤 기자] 신라 귀족여성으로 추정되는 무덤에 왜 남성이 순장됐을까?

신라문화유산연구원(원장 최영기)이 문화재청의 지원으로 실시한 경주시 황남동 일원 소규모 국비지원 발굴조사에서 20~30대로 추정되는 남녀 인골(人骨)과 무덤 주인을 위한 금·은 장신구, 말갖춤(馬具) 등의 신라 시대 유물들이 출토됐다.

고대인의 무덤에 다른 사람을 같이 묻는 순장 풍습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모두에서 나타난다. 다만 이번처럼 나란한 위치에서 성인인 주 피장자(被葬者, 무덤에 묻힌 사람)와 순장자의 인골이 발견된 경우는 처음이다.

인골은 1호 돌무지덧널무덤에서 2개체가 겹쳐진 형태로 출토됐다.

주 피장자로 보이는 아래쪽 인골은 똑바로 누운 상태다. 허벅지뼈가 얇고 두개골의 귓바퀴 뒤쪽 뼈 형태가 여성적 특징을 보인다. 다리뼈의 근육선이 두드러지고 치아의 크기와 닳은 정도 등으로 미뤄 근육이 발달했던 30대 정도의 여성으로 추정된다.

금귀걸이와 금박을 장식한 것으로 보이는 허리띠를 착용하고 있었다. 동쪽의 부장(副葬) 공간에서는 말안장과 장식 꾸미개, 발걸이 등의 말갖춤을 비롯해 큰 칼, 항아리 등의 유물도 확인됐다.

위쪽 인골은 주 피장자의 오른쪽 어깨 부근에서 치아가 노출됐고 다리뼈 등이 주 피장자의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비스듬히 겹쳐져 있다. 안치 상태와 착용 유물이 없는 점으로 보아 순장자(殉葬者, 무덤 주인과 함께 따라 묻힌 사람)로 추정된다. 종아리뼈의 가자미근선 발달 정도와 넓적다리뼈의 두께, 치아 등으로 볼 때 20대 정도의 남성으로 보인다.

최영기 원장은 “여성의 무덤에 남성을 순장했다는 사실이 상당히 흥미롭다”며 “근육의 발달 정도와 함께 묻힌 말갖춤, 큰 칼 등의 유물로 볼 때 이 여성은 말을 타고 무기를 다루던 신라 귀족일 가능성이 있다”고 추정했다.

아울러 1호와 덧붙임무덤인 2호에서도 금귀걸이와 은허리띠, 비취색 곡옥과 청구슬을 꿰어 만든 목걸이 등의 장신구가 출토됐다. 은허리띠는 띠고리와 띠끝장식, 30여 개의 띠꾸미개로 구성돼 있는데 고리부분에 용을 형상화한 문양이 정교하게 투조(透彫)되어 있고 띠꾸미개 장식이 독특한 문양을 하고 있다.

한편, 유적에서는 현재까지 움무덤 3기, 덧널무덤 11기, 돌무지덧널무덤 7기, 독무덤 1기 등 24기의 신라 무덤이 조사됐다.

경주 시내 지역에서 사례가 드문 신라초기 덧널무덤 다수가 한곳에서 확인되었다는 점과 화려하고 정교한 금·은 장신구와 말갖춤 등 각종 유물이 출토됐다는 점에서 역사적·학술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것으로 평가된다.

비록 왕릉급 무덤은 아니지만 중상위 계층 신라 귀족들의 모습을 담고 있어 앞으로 신라 무덤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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