깔끔한 새 터 얻은 피맛골 맛집

지저분한 화장실·음식 냄새·좁은 식탁은 두고 옛 분위기와 맛만 가지고 갑니다
  • 등록 2008-08-28 오전 11:30:54

    수정 2008-08-28 오전 11:30:54

[조선일보 제공] 낯 뜨겁고 냄새 나는 남녀 공용 화장실, 뒷자리 사람과 등을 맞대야 했던 다닥다닥 붙은 식탁, 속옷까지 배는 음식 냄새…. 종로구 청진동 일대의 소문난 식당이 말끔한 주상복합 건물로 이사 가며 두고 간 것들이다. 이미 깔끔한 새 터를 얻은 청진동 식당들을 찾아 분위기를 염탐하고 왔다. 미운 정이 무섭다고 '구리다'고 여겨졌던 오래된 것들이 통짜로 철거된다고 생각하니 조금, 아니 상당히 섭섭했다.


펄펄끓는 해장국… 신세대는 "좋아"

::: 청진옥

옛 분위기를 살리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미닫이 문 격자 유리창엔 빨간 글씨로 '해장국', '동그랑땡', '수육'이라고 쓰여있다. 멀리서 보면 붓으로 쓴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붓글씨 흉내낸 스티커다. 나무 식탁과 의자, 백열 전구를 연상케 하는 조명도 추억을 자극한다. 해장국을 끓이던 커다란 가마솥을 이전 가게에서 가져오려 했지만 주방이 생각보다 좁아 지금은 작은 새 가마솥 세 개에 나누어 끓인단다.

'신세대'의견을 반영, 해장국(6000원)과 술국(안주용 해장국·1만원)을 전과 달리 펄펄 끓는 상태로 내기 때문에 해장국 뚝배기 아래 바닥 받침을 깔아준다. 전에는 맨 상에 뚝배기를 놨다. 직원들에 따르면 "손님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8월 22일 오후 8시30분, 가게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비고 있었다. 술국 하나 놓고 '초저녁'부터 맥주에 소주를 섞어 마시는 30대 여성 두 명, 나란히 앉아 조용히 해장국을 먹고 일어서는 60대 부부 등 '청진옥을 대하는 손님들의 자세'만큼은 변하지 않은 듯했다. (02)735-1690,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 조선영상미디어 유창우 기자 canyou@chosun.com
"홍어 냄새 걱정 마세요."

::: 목포집

회사원 김모(32)씨의 증언이다. "2003년 어느 날 점심, 목포집에서 삼합에 김치찌개를 먹고 왔더니 동료들이 화장실에 빠졌냐는 둥 업무가 마비된다는 둥 아우성이었습니다. 독한 홍어 냄새 때문에 작은 회의실에 감금돼 일해야 했죠. 4월 이사간 목포집에서 얼마 전 같은 메뉴를 먹고 왔는데 아무도 제가 홍어를 먹고 왔는지 눈치 채지 못하더군요." 다닥다닥 붙어있는 식탁 때문에 옆 자리 손님과 말을 섞어가며 먹는 수준이었던 목포집은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으로 이사한 후 깔끔하고 넓어졌다.

뒷자리와는 2m 가까이 떨어져 있다. 새 건물이라 환기가 잘 돼서 음식 냄새가 거의 배지 않는다. 금연석도 마련했다. 25일 점심 땐 다섯 테이블에만 손님이 있었다. 저녁 때는 '술 손님'이 많아 예약 안 하면 자리 잡기 힘들단다. 가구는 새로 맞췄고 김치찌개 끓이는 냄비와 삼합을 담아 나오는, 초록색 문양이 군데군데 벗겨진 흰색 플라스틱 접시는 그대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쓴 액자도 가져다 걸어놨다. 삼합 가격은 이사하면서 5000원 올려 4만원을 받는다. (02)737-9322,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 1층.


"다른 건 버려도 맷돌은 챙깁니다."

::: 장원집

여성들은 청진동 옛 맛집에서 한잔 할라치면 화장실이 맘에 걸린다고 불평이었다. 남녀 공용 화장실밖에 없던 족발집 '장원집'은 르메이에르 종로타운으로 이사한 다른 청진동 식당들과 마찬가지로 깔끔한 화장실을 얻게 됐다. 청진동 예전 식당을 올해까지는 운영할 계획이라서 '르 메이에르점'을 위해 모든 집기를 새로 구매했다. 철거할 때 다른 물건은 그냥 버려야겠지만 요즘 구하기 힘든 빈대떡(1만원)용 '손맷돌'만큼은 챙겨올 계획이라고. 지금은 임시로 기계 맷돌을 사서 쓰고 있다.

환기구가 아직 미흡해 요즘은 족발(양에 따라 2만8000원부터)을 본점서 쪄서 가져온다. 이사한 후 점심 먹으러 오는 회사원들이 많아 뚝제육볶음(6000원) 뚝닭도리(5000원) 양푼비빔밥(5000원) 같은 '점심 메뉴'를 추가했다. (02)734-7230,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근사한 한옥으로 옮겼어요."

::: 안성 또순이집·충청도집

생태찌개로 이름난 또순이집은 한옥에 터를 잡았다. 종로구 신문로 2가 성곡미술관 맞은편으로 이사했다. 원래 고깃집이었던 '은행나무집' 건물로 고기 구워 먹던 야외 테라스가 있는 게 특징이다. 비 오는 날도 앉을 수 있도록 유리로 된 간단한 '하우스'를 설치했다. 내부 인테리어는 은행나무집이 쓰던 것을 그대로 활용했지만 가스레인지, 냄비, 식기 등 '내용물'은 전 식당에서 가져왔다. (02)720-5670, 종로구 신문로2가 1-161(성곡미술관 맞은편).

청진동 일대 주당(酒黨)들의 속풀이를 책임졌던 충청도집의 올뱅이국('올갱이국' 혹은 '다슬기국'·7000원)은 헌법재판소 앞 고깃집 '전원'이 있던 한옥으로 옮겼다. "가시는규?" 하는 충청도 사투리와 낡은 식기들은 함께 왔다. 흰 벽에 손님들이 쓴 낙서와 진입로에 그린 커다란 화투짝 두 장('똥광'과 '똥쌍피'), 골목에 붙은 'IMF 시대에 따른 저렴한 별미 올뱅이국' 표지는 못 따라왔다. (02)734-8998, 종로구 재동 85-3 헌법재판소 앞(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 * 지도상 위치는 이사하기 전 기준.

 

◆ 이름(가나다 순)/ 전화번호(02)/ 주 메뉴/ 이사 가는 곳/ 영업시간

1 감촌/ 733-7035/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2층, 9월 문 열 예정으로 현재 준비 중

2 고바우/ 732-4381/ 고기 모듬 2만2000원/ 내년 1월 초까지 지금 자리/ 오후 5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3 대림 삼치/ 735-0829/ 삼치 백반 6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전 8시~오후 11시

4 로타리 소곱창/ 365-3080/ 곱창 1인분 모듬(곱창·대창·염통) 1만6000원, 특(곱창만) 1만8000원, 김치찌개 5000원/ 서대문구 미근동 31-14 '로타리 본가'와 합병/ 오전 11시~오후 10시30분(일요일 휴무)

5 목포집/ 737-9322/ 삼합 4만원/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 1층/ 오전 11시30분~오후 10시(일요일 휴무)

6 물따라 구름따라/ 735-7811/ 카스 맥주 한 병 4000원/ 종로구 공평동 중앙지도 옆 훼미리마트 건물 2층/ 오전 10시~오전 1시(일요일 휴무)

7 미진/ 730-6198/ 냉메밀 6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올해까지 청진동 본점도 운영)/ 오전 10시~오후 10시

8 세라돈('음악과 사람들'로 상호 변경)/ 738-9995/ 카스 맥주 1병 5000원/ 태평로 2가 69-15 덕제빌딩 2층(삼성생명 별관 맞은편)/ 오전 11시~오전 2시(일요일·공휴일 휴무)

9 신승관(중국 요리)/ 735-9955/ 중구 북창동 73번지(소공동 우체국 바로 뒤), 현재 준비 중으로 9월 중순쯤 문 열 예정

10 안성또순이집/ 720-5670/ 생태찌개 소(小) 2만5000원/ 종로구 신문로2가 1-161(성곡미술관 맞은편)/ 오전 11시~오후 10시

11 열차집/ 02-734-2849/ 빈대떡 9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전 11시~오후 11시30분

12 오소리순대/ 723-8779/ 순대국밥 5000원/ 종로구 연지동 243번지(보령약국 뒤)/ 오전 9시30분~오후 10시30분(일요일 휴무)

13 욕쟁이 할머니집/ 734-8955/ 영양탕 1인분 1만2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지하 2층/ 낮 12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14 우정집/ 02-732-7553/ 갈치구이 1인분 6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전 11시~밤 12시

15 의전방/ 738-2559/ 어성초탕 2000원/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 1층/ 오전 6시~오후 9시30분(토·일요일 휴무)

16 장뚜가리/ 730-3389/ 삼겹살 1만원/ 종로구 수송동 두산 위브 파빌리온 1층 143호/ 오전 10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17 장원집/ 734-7230/ 족발 대(大) 3만2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올해까지 청진동 본점도 운영)/ 오전 10시~오후 11시

18 제주도 복집/ 733-4250/ 복지리 1인분 2만2000원/ 9월 말까지 지금 자리, 10월부터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오전 10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19 지중해 참치/ 723-8685/ 참치 정식 1인분 2만원/ 종로구 공평동 139번지 박문각 행정학원 1층/ 점심 오전 11시~오후 3시·저녁 오후 5시~오후 10시 30분(일요일 휴무)

20 참새집/ 738-6664/ 참새구이 한 꼬치(두 마리) 3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후 3시~밤 12시(토요일 오후 4시·일요일 오후 5시부터)

21 청운 왕갈비/ 725-6424/ 문 닫음, 내년쯤 가게 구해 다시 시작할 예정

22 청진옥/ 735-1690/ 해장국 6000원/ 르메이에르 종로타운 1층/ 24시간 영업

23 충청도집/ 734-8998/ 올뱅이국('올갱이국' 혹은 '다슬기국') 7000원/ 재동 85-3 헌법재판소 앞(3호선 안국역 2번 출구)/ 오전 10시~오후 10시(일요일 휴무)

24 한일관/ 732-3735/ 11월 중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쪽에 문 열 예정

25 현이네 바베큐 보쌈/ 732-7640/ 보쌈 2인분(500g) 2만2000원/ 당분간 현 위치/ 오전 10시~밤 12시(일요일 휴무)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스트레칭 필수
  • 극락 가자~ '부처핸섬!'
  • 칸의 여신
  • 김호중 고개 푹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