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우의 FX칼럼)1315원에서의 승부

  • 등록 2002-02-19 오후 1:31:58

    수정 2002-02-19 오후 1:31:58

[edaily] 1315원… 최근 반년 남짓 되는 기간동안 서울 외환시장에서 주목할 레벨로 떠오른 환율이 1315원입니다. 설을 전후한 급등락 장세 속에서도 결국 외환시장 참여자들의 고민은 “1315원 위냐, 아니면 그 아래냐?”라는 명제로 축약된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왜 이렇게 1315원이 중요한 레벨로 부각되는지를 한 번 살펴보고 갈까요? ◇큰 승부가 펼쳐졌던 레벨 1315원이 처음으로 의미있게 다가온 시기는 작년 7월 24일 1314.50원에서부터 8월16일 1275원까지 환율이 흘러내릴 때였다. 1365.30원의 연중고점을 기록한 이후 하향추세를 지속해 오던 달러/원 환율이 5월 하순과 6월 초에 걸쳐 1278원 부근이 강하게 지지되는 것을 확인한 이후 위쪽으로 방향을 틀었다가 첫 좌절(?)을 맛본 시점이기도 하다. 이후 몇 차례의 공방전을 거치면서 1280원 아래 역시 힘겹다는 점이 공감대를 형성한 후 다시 오름세로 돌아섰던 환율이 막혔던 것도 10월 4일 일중 고점으로 기록한 1316원에서였다. 이 두 차례의 1315원 돌파실패는 그 당시 분위기상으로는 다소 이해하기 힘든 측면이 없지 않았으나, 그 이전에 1270원대의 안착 내지는 그 이하로의 환율하락이 충분히 가능한 상황에서의 몇 차례에 걸친 환율하락시도 또한 시장을 컨트롤하는 듯한 모종의 힘에 의해 좌절되었던 미스테리(?)와 상충시키면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겠다. 어쨌든 두 번째 1315원 돌파실패는 이후 11월 27일 1261.90원의 일중 저점을 기록할 때까지 다소 큰 폭의 환율하락세를 유발하였고, 그에 이어 달러/엔 환율의 급등세 재개라는 “모든 것을 잠재울 만한 재료”로 인해 12월 28일 1334원까지 환율이 치솟는 72원 급등장세를 일구어내었다.(1262원에서부터 시작된 반등세는 말 그대로 단기급락에 뒤따르기 마련인 기술적 반등에 그칠 것이라는 점과 따라서 2001년 연말 환율도 1200원대의 환율로 마감되리란 예상이 지배적이었지만 135엔대를 위협하는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가 심상치 않음으로 인해 그러한 전망들은 “전망에 그친 전망”으로 끝나고 말았다). 이후 1300.20원(금년 1월 7일)까지의 조정국면, 다시 1335.30원(1월 23일)까지의 2차 급등세, 또 다시 1305.10원(1월 31일)까지 밀리는 등 급등과 급락이 교차되던 시장은 설 연휴를 전후하여 달러/엔 환율이 쓸데없이(?) 135엔과 132엔대를 오가는 와중에 달러/엔의 방향 따라 단기에 큰 수익을 내보고자 의욕적으로 거래에 임했던 시장참여자들에게 상처만 입히고 말았다. 그 이후로는 달러/엔의 132~135엔 박스권 거래가 지속되면서 서울 외환시장도 1314원에서 1320원 언저리까지의 6~8원에 불과한 박스권 거래에 안주하며 일중 거래량 또한 급감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웬만큼 환율이 올라도 추격매수세가 따라붙지 않고 또 웬만큼 빠진다 싶어도 따라가며 달러를 파는 세력도 없는 “재미없는 시장”이 되고 말았다. 이토록 장황하게 날짜까지 짚어가며 1315원의 족보(?)를 살펴 본 것은, 과거의 기록이 웅변하고 있듯이 1315원 근처에서는 몇 번에 걸친 큰 승부가 펼쳐졌었고 그 승부처 근처로 환율이 접근함에도 롱(Long) 세력과 숏(Short) 세력간에 아직 확실하게 상대방의 항복을 받아낼 만한 명분이나 물량을 확보하지 못하고 힘겨루기에 접어들었다고 보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함이다. 달러/엔의 방향성과 국내외 증시의 향방이 머지않아 “1315원의 위”와 “1315원의 아래”중 어느 쪽이 정답인지를 판별해 줄 터인데, 지금 당장 성급한 판단은 유보하는 것이 낫겠다. 다만 시장에서 읽혀지는 분위기를 정리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데…… ◇곧 움직이긴 움직인다 먼저 달러/엔 시장의 분위기를 살펴보자. 서너 번에 걸친 135엔대 진입시도는 번번히 무산 되었고 시장에서는 그 이유를 3월말 결산을 앞둔 일본 기업들의 본국송금용 엔화수요에서 찾고있다. 일본 재무성 발표에 따르면 2월 둘째 주간동안만 일본계 투자자들이 104억엔에 달하는 해외주식을 매각하고 4,371억엔 규모의 해외채권을 순매도 하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달러매도/엔화매입 실수(實需)거래요인이 마무리 되기 전까지는 달러/엔의 급등세는 어렵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기술적으로도 달러/엔 차트는 굉장히 무거워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30엔 아래로 쉽게 달러/엔 환율이 내려서지도 못하는 이유는, 아니 당장 132엔 하향돌파조차도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을 감안했을 때 그리고 그다지 확고한 개혁의지를 찾아보기 힘든 고이즈미 내각의 미적거리는 모습을 볼 때 달러를 내다 팔고 엔화를 매입해야 할 뚜렷한 이유를 찾아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거기에다 기회 있을 때 마다 “강한 달러 선호”를 확인하는 미국 행정부의 태도를 감안하더라도 국제금융시장의 외환 트레이더들이 과감한 Dollar short against Yen 포지션을 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달러/엔과 관련하여 지켜보아야 할 사항은 엔화에 대한 Repatriation 수요가 어느 정도 마무리되는 시점인 3월 초에 가서 정말 달러 상승세가 급격히 재개될 것인지, 135엔이 금년도의 달러/엔 환율 꼭대기로 굳어지는 것인지의 여부이다. 다음으로 살펴 볼 시장은 국내외 증시다. 미국 증시는 하루하루가 위태롭게 넘어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엔론사태 이후 기업들의 분식회계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시장을 짓누르고 있는 데에다 며칠 걸러 발표되는 경제지표나 기업실적 등이 그다지 시장에 우호적이지 못하다. 몇 개월에 걸쳐 형성된 차트를 보더라도 조만간 급락의 가능성은 농후해도 급등세를 이어갈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반면 국내 증시는 요즘 그야말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외환시장, 채권시장이 공히 뒤늦게 겨울잠에 빠져 들어 맥을 못 추는 가운데에 휘청거리는 뉴욕증시에도 아랑곳 없이 종합지수 800 공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말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월드컵 개막 이전 1000포인트 달성을 향해 진군하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문제는 뉴욕채권의 등락은 달러/엔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과(뉴욕증시가 하락하는 양상을 보이게 된다면 달러/엔의 상승을 장담할 수 만도 없게 된다) 국내 증시에 외국인들의 자금이 추가적으로 얼마나 더 들어올 것이지 아니면 결국 뉴욕증시와의 연결고리를 끊어 버리지 못한 채 다시 밤새 벌어진 뉴욕증시의 동향을 뒤따라 가는 장세로 회귀하게 될 것인가의 여부이다. 그 다음으로는 오도 가도 못하는 달러/원 시장 차례이다. 달러/엔의 방향성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그리고 외국인들의 과격한 몸짓이 포착되지 않는 가운데에 지수만 꾸준하게 올라가는 증시 또한 큰 모멘텀을 제공하지 못하는 가운데에(예전 같으면 주가가 오르는 날이면 여지없이 채권 값이 떨어졌던 국채선물 시장도 증시와 따로 노는 독립적인 장세를 보이니 더 어려운 시장이 되어 버렸다) 환율이 어디론가 치고 나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이다. 메이져들이 거래의욕을 잃은 상태에서 이 정도 밖에 안 되는 변동성과 파괴력(?)을 지닌 시장이라면 얼마든지 통제가 가능한 시장이다. 다들 연초부터 뭔가를 해야 된다는 조급증에 움직이지 않는 시장을 바라보며 한숨을 쉬고 있지만, 1~2월 장사는 이미 글렀다고 마음 편하게 먹고 조만간 닥칠 방향성 잡힌 시장에 대비하여 체력이나 비축해 둬야 할 것이다. 필자도 막연하게 위로 튈지 모르겠다든지 아래쪽을 대비해야 한다든지 하는 소 발에 쥐 잡기식 전망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곧 시기가 도래할 것이고 그 때 시장에 순응하겠다는 각오 밖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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