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RS)②경제는 이미 감염..방역망이 없다

수출·소비 등 전방위 피해우려 불구, 정부는 "걱정없다"

  • 등록 2003-04-23 오후 12:25:00

    수정 2003-04-23 오후 12:25:00

[edaily 안근모기자] "한국에서는 아직 사스(SARS) 환자 발생이 보고되지 않았으며, 사스에 가장 취약한 관광수입의 경제비중이 극히 낮아 큰 영향은 없을 것으로 본다" 지난 11일 김진표 부총리가 영국 런던에서 한 말이다. 해외 투자자들을 안심시키려는 의도가 담긴 말이지만, 최근의 사스사태를 바라보는 우리 경제정책 당국의 낙관적 시각이 녹아 있기도 하다. 하지만, 이에 앞서 지난 1일 국립보건원의 김문식 원장은 "사스(SARS)의 국내유입은 시간문제"라고 밝혔다. 사스의 국내 상륙은 비단 관광산업만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다. 심각한 사스 홍역을 앓고 있는 중국과 홍콩, 싱가포르 등지는 우리 수출상품의 4분의 1 이상이 들어가는 시장이라는 점에서 우리 경제는 이미 사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상태다. ◇한은 "경제충격 예상 웃돌 가능성"..중국이 특히 문제 한국은행이 주요 투자은행들의 분석을 토대로 최근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의 성장률이 오로지 사스때문에 0.2∼0.5%p, 홍콩은 0.6%p 이상, 대만·태국·말레이시아 등은 0.2∼0.9%p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투자은행들의 전망치는 사스가 2분기중 진정될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실제 성장률 하락폭은 더욱 커질 우려가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 한국은행은 보고서에서 특히 "중국경제가 투자은행의 예상보다 더 큰 영향을 받을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중국 전체 수출의 40%를 맡고 있는 광동성에서 사스가 발원함에 따라 조업단축 또는 공장폐쇄가 우려되고 있으며, 중국 경제를 이끄는 외국인 직접투자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 모건스탠리의 앤디 시에는 "중국의 감염자 수 및 피해상황이 알려진 것보다 더 클 것"이라며 "이는 중국에 대한 불신감을 높여 투자연기 또는 취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S&P는 홍콩 역시 사스 발생으로 2분기 경제성장이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라고 밝혔고, BNP파리바페레그린은 사스가 홍콩경제에 미칠 영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고 경고하면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5%에서 0.9%로 하향조정했다. ◇수출·소비 동반 충격 우려.."중국 다음으로 큰 피해" 문제는 사스가 창궐하고 있는 중국과 홍콩 두 지역이 미국을 능가하는 우리의 수출대상국이라는 점이다. 두 곳에 대한 우리 수출의 의존도는 23.6%에 달해 이미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훨씬 웃돌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수출은 올 들어 61%, 홍콩에 대한 수출은 29%의 급신장세를 기록, 우리 경제를 거의 유일하게 떠받치는 기관차 역할을 하고 있다. 검역과 통관이 까다로와지는 간접적인 수출차질도 우려되고 있다. LG증권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의 성장 전망치를 3.5%로 하향조정하면서 "중국 및 아시아 경제에 대한 우리나라의 높은 의존도를 감안할 때, SARS가 국내에 상륙하지 않더라도 한국은 크게 타격을 입을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당국이 `시간문제`로 보고 있는 사스 상륙이 현실화될 경우에는 충격이 가중될 전망이다. 무엇보다 크게 위축돼 있는 소비경기가 문제다. 사스 상륙시 민감한 반응을 보일 도소매, 음식숙박서비스, 운수, 교육서비스 등 4개 업종에만 국내 취업자의 39%가 종사하고 있는 상황. 한은은 보고서에서 아시아 사스 감염국 국민들은 외출과 외식을 자제하고, 극장과 백화점 등 인구밀집 장소를 기피하고 있다면서 관련산업 매출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나라의 성장률 전망치를 한 달만에 다시 4.0%로 하향 조정한 ING는 "사스가 아시아경제에 미치는 타격은 이라크전쟁 보다 더 클 것"이라고 우려했고, 홍콩의 경제전문지 파이스턴이코노믹 리뷰(FEER)는 최근호에서 "사스로 인한 한국의 GDP 손실액이 20억 달러에 달해 중국(22억 달러) 다음으로 큰 피해를 입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정부, "관광업 비중 적어 걱정 없다" 낙관 IMF는 최근 세계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사스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북핵 문제와 함께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22일 처음으로 국제금융센터가 개최한 `국제금융정책 포럼`에서도 외국계 증권사 및 은행 관계자들은 "사스는 아시아 지역 전체의 문제인 만큼 사스확산에 따른 한국의 피해여부를 유의깊게 관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무디스와 S&P 등 국제 신용평가기관들도 우리 정부에 사스에 관한 문의를 잇따라 해오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제정책 당국은 낙관적이다. 우리나라의 GDP에서 관광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2%에 불과하기 때문이라는 것. 우리나라에서는 사스 환자가 발생하지도 않았다는 점도 정부가 사태를 낙관하는 근거다. 이라크 전쟁에 대비, 단계별 비상 경제운용계획을 짜고, 주요 부처마다 상황실을 운영하던 것과는 딴 판이다. 한국금융연구원 박재하 거시금융팀장은 "사스가 우리나라에 상륙했는지 여부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여름이 되도록 사스문제가 계속되면 수출 피해가 심각해 질 우려가 있다는 것. 그는 "경제정책 당국은 사스와 관련한 국내외 동향을 면밀히 파악, 경제가 추락하지 않도록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