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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경쟁자인지, 동업자인지

빙그레 스낵 판매 외주화…크라운제과 독점 판매
음료 조심스러운 CJ제일제당, 경쟁사 삼양사와 협업
에치와이 건기식 발휘 제조하는 서흥과 홍삼시장 경쟁
보수일색 식품업계도 명분보다 실리 추구 과정 해석
  • 등록 2021-06-04 오전 11:00:05

    수정 2021-06-06 오후 9:33:33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이 기사는 이데일리 홈페이지에서 하루 먼저 볼 수 있는 이뉴스플러스 기사입니다.

‘크라운제과 영업사원이 왜 빙그레 과자를 팔죠.’

때로는 경쟁하지만 뒤로는 협업하는 식품업계. 프레너미(Frenemy)로 얽힌 이들 관계를 이해하면 ‘불가근불가원’(不可近不可遠) 생존 전략의 진수를 이해할 수 있어 흥미롭다.

(그래픽= 이미나 기자)


19년간 바깥살림 빙그레 스낵

4일 식음료 업계에 따르면, 크라운제과는 2012년부터 빙그레 스낵을 매입해서 판매하고 있다. 스낵 시장에서 경쟁하는 두 회사가 스낵으로 얽힌 계기는 2003년으로 거슬러간다.

당시 빙그레는 스낵의 제조만 담당하고 판매는 외부에 넘기기로 결정했다. 스낵의 적자가 지속해서 구조조정이 필요했고, 아예 접기에는 ‘꽃게랑’·‘쟈키쟈키’ 등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이 따르는 효자 상품이 아쉬웠다.

판매권은 ‘짱구’와 ‘사또밥’ 등을 파는 스낵 경쟁사 삼양식품에 넘어갔다. 보수적인 식품업계에서 경쟁 관계끼리 협업이라서 파격이었다. 격을 깬 결과는 윈-윈(win-win)이었다. 삼양식품은 2003년 빙그레 스낵을 팔아 72억원의 짭짤한 매출을 올렸다. 삼양식품이 휘청하고 판매권은 2012년 크라운제과로 넘어갔다. 마찬가지로 적잖은 매출이 서로에게서 일어났다.

남의 상품을 공들여 팔지에 대한 우려는 기우다. 어차피 크라운제과가 빙그레서 사들여서 판매하는 것이라서 안 팔면 손해다. 현재 빙그레는 크라운제과 최대주주인 크라운해태홀딩스 지분 7.6%(올 1분기 기준)를 가진 주요 주주라는 점도 고려 사항이다.

두 회사는 긴장과 협력 사이에서 오랜 기간 균형을 잡아왔다. 빙그레가 2009년 크라운해태 전환사채를 사들일 당시 적대적 인수합병 얘기가 돌아 불꽃이 튀었지만, 지난해 크라운해태는 적자 계열사 해태아이스크림을 빙그레에 매각해 한숨을 돌렸다.

빙그레 스낵 ‘꽃게랑’의 상품 설명서. 제조는 빙그레로, 판매는 크라운제과로 돼 있다.(사진=이데일리)


설탕 라이벌끼리 만나 음료 제작

CJ제일제당 음료 ‘쁘띠첼 미초’를 삼양패키징이 제조하는 배경도 눈에 띈다. 글로벌 종합식품기업으로까지 성장한 CJ제일제당이지만 이렇다 할 음료 제품은 찾기 어렵다.

음료 회사가 주 고객이라는 게 원인으로 꼽힌다. 음료 제조에 쓰는 원당과 제당을 CJ제일제당이 팔기 때문이다. 음료를 제조해서 기존 고객인 음료 회사와 경쟁하느니 애초 시도하지 않은 것이다. 상도를 지키는 동시에 고객에게 밉보이지 않으면서 명분과 실리를 동시에 챙겼다.

2018년 1분기 론칭한 미초는 사실상 유일한 음료 제품이다. 대상의 홍초를 잡고자 출시한 건데 고민이 컸다. 회사는 직접 음료를 제조할 공정이 부족했고, 스스로 제조하는 것도 부담이었다. 그래서 주문자 제작 방식(OEM)으로 외부에서 만들기로 하고 작업을 삼양패키징에 맡겼다.

삼양패키징을 택한 이유는 무균(Aseptic) 방식 음료 OEM 부문에서 국내 선두 업체이기 때문이다. 멸균 공정은 미초처럼 발효 성분이 들어간 음료가 산화할 우려를 원천 봉쇄하고 맛까지 끌어올려 제격이다.

CJ제일제당을 고객으로 둔 삼양패키징의 최대주주는 삼양사이고, 삼양사는 CJ제일제당과 경쟁 회사다. 삼양사는 사업보고서에서 CJ제일제당을 ‘제당(설탕), 전분당(물엿 등), 제분(밀가루)에서 경쟁하는 회사’라고 규정하고 있다. 삼양패키징은 여름이 다가오면서 무균 방식 음료 OEM 제작 수요가 늘어 매출이 증가하리라 기대하고 있다. 기대가 현실이 되려면 경쟁사인 CJ제일제당 제품이 잘 팔려야 하는 구조다.

삼양사 사업보고서 가운데 국내외 시장여건을 설명한 부분. CJ제일제당을 경쟁사로 규정하고 있다.(사진=사업보고서 캡처)


파격 배경은 ‘명분보다 실리’ 우선

흔히 OEM 방식에서 경쟁과 협업의 경계가 허물어지곤 한다. 에치와이(옛 한국야쿠르트) 건강기능식품도 마찬가지다. ‘발휘’는 에치와이가 홍삼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공략하고자 야심 차게 제작한 브랜드다. 이 브랜드의 제조사는 주식회사 서흥이다.

서흥은 건강기능식 OEM 제조 전문업체다. 올해 1분기 매출 1638억원 가운데 건강기능식 제조가 차지한 비중은 46.1%(755억원)다. 에치와이처럼 건강기능식 제조력은 달리지만 유통력은 충분한 업체에서 주문을 받아서 제조하고 매출을 일으킨다. 서흥은 자체브랜드도 판매하기에 건강기능식 시장에서 에치와이와 경쟁 관계다.

보수 일색 식음료 업계가 경영 초점이 명분보다 효율로 옮겨가는 과정으로 해석된다. 부족하면 빌리고, 남으면 빌려주는 과정에서 서로 이윤을 추구하는 게 흉은 아니라는 것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제조와 판매 방식은 회사마다 여력과 전략에 따라 갈리는 것이라서 가능하면 타사에 맡겨서라도 이익을 창출하는 게 흠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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