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전 남양유업 회장이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인 한앤컴퍼니와 맺은 경영권 지분 매각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할 가능성이 커지자 시장에서는 혹평이 쏟아지고 있다.
계약 당사자인 한앤컴퍼니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인수·합병(M&A) 전례상 계약금 납입후 최종 딜이 무산된 사례가 종종 있지만 이번 남양유업 딜은 특별한 의미를 갖고 있어서다. 대리점 갑질 사태부터 창업자 외손녀의 일탈, 경쟁사 비방 댓글 조작 사건 등의 줄이은 악재로 기업가치가 상당히 훼손된 상황에서 한앤컴퍼니의 적극적인 구애와 100% 경영권 프리미엄이라는 파격 조건으로 성사된 딜이기 때문이다.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던 홍 전 회장도 쇄신을 약속하며 경영권뿐 아니라 소유권까지 모두 포기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었다는 점에서 시장은 우호적으로 돌아선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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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 체결후 2개월 여만에 변심한 이유는
당초 남양유업은 이날 임시 주총에서 정관 변경과 윤여을 한앤컴퍼니 회장 등 신규 이사 선임의 건을 안건으로 의결한 뒤에 매각 절차를 완료할 예정이었다. SPA상 거래종결 시점이 8월 31일인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매각의사를 철회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투자업계는 홍 전 회장의 변심 이유로 △시장 대비 낮게 평가된 남양유업의 기업가치 △매각 이후 주가 상승에 따른 시가총액 상승 △평판리스크 해소 △다른 투자자의 제안 등을 꼽는다.
시장에서는 매각 초기 단계부터 남양유업의 매각가격이 저평가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남양유업은 맛있는 우유, 불가리스, 임페리얼 분유 등 인지도 높은 브랜드를 다수 보유하고 있고 우유업계에서도 12% 점유율을 갖고 있는 만큼 경영권 프리미엄 등을 합쳐 최소 5000억원 이상을 받았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SPA 체결후 50% 이상 급등한 주가 역시 홍 전 회장의 마음을 흔들리게 했을 것이라게 중론이다.
주가순자산비율(PBR) 역시 남양유업은 지난 3월말 기준 0.57배로 경쟁사인 매일유업의 절반 수준이다. 투자자들을 만나고 주가를 관리하는 IR업무도 사실상 손을 놓은 상태였다. 오죽했으면 증권사에서 담당 애널리스트도 없었을 정도다. 일각에서는 홍 전 회장 측에 다른 투자자들이 접촉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주가가치를 반영해서 매각가격을 올리고 계약 파기 금액(약 310억원)까지 보전해준다는 조건에 홍 전 회장이 변심했을 것이라는 것이다.
남양유업과 한앤컴퍼니 간 경영권 매각 작업에 이상기류가 발생하면서 홍 전 회장 측으로선 법적, 평판리스크 확대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당장 한앤컴퍼니 측은 “깊은 유감을 표명”한 데 이어 일방적인 계약 연기에 대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한앤컴퍼니 측은 “매도인은 매수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합의된 거래종결 장소에 나오지 않았다”며 “이는 주식매매계약의 명백한 위반인 바 한앤컴퍼니로서는 법적 조치를 포함한 모든 대응 방안에 대한 검토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계약파기에 따른 평판 리스크 확대로 제3자 매각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제3자 매각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앤컴퍼니와의 법적 분쟁을 해소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앤컴퍼니 측은 이미 계약금 반환 만으로 SPA를 파기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매매계약 이행을 둘러싼 법적 다툼을 예고한 상태다. 투자은행 업계는 이같이 거래 당사자간 법적 리스크가 상존한다면 유의미한 제3자 매각 추진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불매 운동이 재연될 가능성도 열려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간 악화된 여론을 경영권 포기로 간신히 추스렸는데 막판 홍 전 회장의 변심이 시장뿐 아니라 소비자들을 자극할 가능성이 큰 상황”이라며 “납득키 어려운 홍 전 회장의 행보가 기업가치 훼손을 넘어 소비자 불매운동으로 이어진다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더 많게 될 것”이라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