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시위' 전성시대

  • 등록 2011-09-19 오후 1:16:18

    수정 2011-09-19 오후 4:04:35

[이데일리TV 조은송 PD]  2011년 8월 어느 날,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는 피켓을 든 한 남자를 만났다. 그는 게임회사에서 일하는 직장인 이오른(33)씨. 벌써 800일 가까이 시위를 하고 있다는 그는 1,000일 1인 시위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소통이 되지 않는 정부를 향해 발언을 하기 위해 1인 시위라는 방식을 택했다고 했다. “할 수 있는 방법이 1인 시위뿐이었어요. 이건 표현의 자유 영역이니까.”

 

 소통이 되지 않는 한국 사회, 그리고 한국 정부. 이야기가 하고 싶은 국민들은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서고 있다. 등록금이 걱정인 뮤지컬 전공의 대학생 유민해(23)씨도 용기를 내 거리로 나섰다. 유 씨의 첫 번째 일인시위였던 일요일 오후의 홍대 입구 역 앞은 유난히 바람이 거칠었고, 거리를 지나가는 사람들의 무관심도 이겨내기 쉽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조금씩 지나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힘내라며 음료수를 건네고 말을 붙이는 사람들의 따듯한 마음에 유민해씨도 용기를 얻었다. “제 스스로 가슴으로 느낄 수 있게 됐어요. 왠지 앞으로도 나올 수 있는 용기가 생길 것 같아요.”

◇ 대한민국 시위를 말하다  한국 사회에서 시위의 개념은 시대가 변함에 따라 진화해왔다. 80년대의 시위는, 민주화 운동과 파업 등 사회적 요구를 위한 집단의 과격한 움직임이었다. 그 충돌로 인해 많은 것을 잃기도 했지만, 한국 사회는 ‘시위’덕분에 민주주의라는 중요한 가치를 손에 쥐기도 했다. 이렇게 과격한 행위로 인식되던 시위였지만, 기존의 시위 문화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그 대표적인 계기는 2002년 월드컵이다. 시청이나 광화문 등의 광장에 대규모의 시민들이 집결하는 것이 ‘시위’라는 행위를 위해서만이 아니라는 것을 2002 월드컵의 거리응원을 통해 증명된 것이다. 이후 시위는 촛불시위라는 새로운 형태로 변신을 꾀했다. 사람들은 한 목소리를 내기 위해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이기 시작했다. 누구의 강요가 아니라 시민 스스로 참여하는 평화로운 축제 형식의 집회가 시작된 것이다. 촛불 집회는 시위라기보다는 일종의 문화로까지 성장했다. 이는 80년대 민주화를 바탕으로 이루어 낸 시민 의식이 성장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1인 시위의 어제와 오늘  이처럼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시위’도 함께 변화했고 1인 시위도 변화하는 사회의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새로운 시위 문화로 형성됐다. 1인 시위는 2000년, 삼성 이건희 회장 일가의 불법증여에 대한 과세를 국세청에 촉구한 윤종훈 당시 참여연대 조세개혁 팀장에서 그 시작점을 찾아 볼 수 있다. 윤종훈 회계사의 1인 시위를 시작으로 79일간 108명의 일반인이 1인 시위에 참여했고 그 결과 국세청은 삼성에 증여세 징수안을 발표했다.

 1인 시위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의 처벌을 피할 수 있는 방법으로 등장한 새로운 방식의 시위로, ‘2인 이상’이라는 법률 근거를 피해 1인이 혼자 하는 시위를 말한다. 법의 허점을 이용하여 시위의 자유를 확대한 것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최근에는 많은 사람들이 1인 시위라는 방식을 통해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표출하고 있다.

◇ 1인 시위 전성시대  일명 노량진녀로 많이 알려진 차영란 씨. 임용계획 사전예고제를 주장하는 1인 시위로 2010년 많은 이슈를 모았다. 2011년 5월 고대 의대생 집단 성추행 사건에도 많은 1인 시위자들이 등장했다. 대한민국은 지금 1인 시위전성시대다.

 사람들이 1인 시위를 통해 이야기하는 것은 다르지만, 그들이 1인 시위를 나오게 된 이유는 비슷하다. 1인 시위 외에는 자신들의 의견을 표현할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1인 시위의 요구들이 실현된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작은 노력이 조금 더 살기 좋은 세상에 힘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1인 시위에 나선다. 이오른 씨는 “비관하고 절망하는 부정적 마음으로는 바뀌는 것이 아무 것도 없다. 정말 세상을 바꾸는 것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적인 희망과 행동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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