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노칼 사태, 美-中 안보전쟁으로 비화

워싱턴 정가 반대 여론.."공산국에 에너지 주권 줄 수 없다"
  • 등록 2005-06-24 오후 3:50:00

    수정 2005-06-24 오후 3:50:00

[edaily 하정민기자] 중국 국영 석유회사 중국해양석유(CNOOC)의 우노칼 인수문제가 경제이슈를 넘어서서 미국과 중국간의 정치 및 안보 이슈로 비화되고 있다. 당초 미국 9위 정유업체를 중국기업이 넘본다는 사실에 경제대국의 자존심을 손상당했다는 놀라움과 함께 경제적 위험성을 우려하던 미국의 언론과 씽크탱크들이 이제는 국가안보를 앞세워 반대 여론을 몰아가고 있다. 특히 위안화 절상, 섬유 분쟁 등으로 올들어 내내 중국과 대립각을 형성해온 터라 워싱턴 정가에서는 이를 더더욱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공산주의 국가" 운운하는 강성발언까지 나오고 있다. 미국 정가의 분위기는 한마디로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도 절대 우노칼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는 것이다. 국제 유가가 60달러까지 돌파하는 등 에너지 정책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황에서 세계 에너지 시장에서의 지배력 확대를 꾀하는 중국을 저지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팽배하다. 미 정치권으로 파장 확산 미국 정계에서는 CNOOC의 우노칼 인수 시도가 단순한 석유회사 인수가 아니라며 부시 행정부가 즉각 대처에 나서야 한다고 아우성이다. `차이나 파워`가 미국의 미래 위협 요인으로 부상할 수 있는 상황에서 국부 유출로 비춰질 수 있는 우노칼 매각을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미국 하원 자원위원회 의장인 캘리포니아 출신 리차드 폼보 공화당 의원은 23일 "CNNOC의 우노칼 인수는 미국 경제와 국가안보에 재앙적인 결과를 낳을 것"이라고 말했다. 폼보를 비롯한 몇몇 의원들은 앞서 CNOOC가 처음 인수 의향을 밝혔을 때도 조지 부시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이를 견제하도록 촉구한 바 있다. ☞미, 우노칼 인수추진 中 기업에 벌떼공격 미국 국가외교무역위원회(NFTC) 의장인 윌리엄 린치는 "이 문제는 분명히 국가 안보 이슈"라며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사람이 탁자 앞에 모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표적 싱크탱크인 브루킹스 연구소의 군사 전문가 마이클 오핸런도 가세했다. 오핸런은 "언젠가 우리의 적이 될 지도 모르는 `공산국가`에 왜 우리의 기업을 팔아야 하느냐"는 노골적인 언사를 써 가며 우려를 표명했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PFC 에너지의 로빈 웨스트 회장은 "워싱턴의 사람들이 이 문제로 극도로 흥분한 상태"라며 미국 정계가 이 문제를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전했다. 미국의 유수 언론들도 일제히 부정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중국 정부의 정치적 의도가 담긴 인수"라고 비판했으며 포브스도 "중국이 천연자원과 세계적 브랜드를 단숨에 얻기 위해 미국 기업을 사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美 언론들 "중국, 기업사냥 시작됐다" 미 정부, 우노칼 인수 승인할까 CNOOC의 우노칼 인수 여부를 결정짓는 최대 변수는 외국 투자자의 미국 기업 인수를 검토하는 미국 해외투자위원회(CFIUS)의 결정이다. CIFUS는 지난 1990년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이던 시절 한 항공기 부품업체가 중국에 매각되는 것을 막은 바 있다. 지난 2003년 홍콩 재벌 허치슨 왐포아 그룹이 미국 초고속 인터넷망 업체 글로벌 크로싱의 지분을 취득하려 한 것도 제지했다. CFIUS는 레노보의 IBM PC 사업부 인수 때도 정보 유출 위험성이 있다며 강도높은 조사를 단행한 바 있다. 아직 CIFUS가 어떤 결정을 내릴 지는 불투명하다. 그러나 같은 미국 업체인 셰브론 텍사코가 먼저 `찜`한 우노칼을 CNOOC가 더 높은 인수가격을 제시하며 뒤늦게 달려든 것을 곱게 봐줄 수 없다는 분위기가 워낙 팽배해 IBM 인수 때와는 달리 CIFUS가 쉽게 허가 결정을 내려주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를 의식한 듯 CNOOC는 미국 최고의 홍보 전문가 및 미국 투자은행들과 자문 계약을 맺었다. 미국 기업 인수에 있어 미국 식 로비 방법을 동원하겠다는 의미로 풀이할 수 있다. CNOOC는 지난해 대통령 선거 당시 부시의 이미지를 관리했던 마크 매키넌을 영입해 미국 내 적대적인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기로 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도 CNOOC의 자문 역할을 담당할 전망이다. 셰브론 텍사코도 가만히 당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셰브론의 피터 로버트슨 부회장은 23일 "우리가 우노칼 주주들의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CNOOC가 목적을 달성하려면 막대한 장애물들을 넘어야 한다"며 "CNOOC가 미국 기업이 아닌 이상 우리보다 규제도 까다로울 것이고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우노칼에 맞서 셰브론이 새로운 인수 조건을 제시할 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美 "차이나파워 의식" vs 中 "자원부족 해소 시급" 미국과 중국이 우노칼 인수에 이렇게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데는 이유는 무엇일까. 미국과 중국 모두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일단 중국의 경우 급속한 경제 성장으로 심각한 자원 부족을 겪고 있어 에너지 분야에서 외국 기업 인수 필요성이 절실하다. 유전 개발 등은 시간이 많이 걸리고 투자위험도 높은 반면, 선진국의 에너지 기업을 인수하면 안정적인 공급원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국 산업 경쟁력 강화를 꾀할 수 있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1980년대 말~1990년대 초 유례없는 호황을 누린 일본 경제에 지금과 비슷한 위협을 느낀 적이 있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일고 있는 `중국 공포증`은 일본에 대한 두려움과는 성격이 매우 다르다.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미국과 공고한 동맹을 맺고 있는 일본과 달리 중국은 미국에게 `협력이 불가피하지만 잠재적 위협 요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본과 달리 미국 정부의 압박이 잘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은 미국의 거센 위안화 절상 요구에 대해 특유의 만만디 전략으로 꿋꿋이 맞서면서 지난해에만 1620억달러 규모의 대미 무역흑자를 일궈냈다. 미국 기업을 인수하려는 중국 기업이 모두 국영기업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IBM의 PC 사업부를 인수한 레노보의 최대 주주는 국영기업 레전드 홀딩스다. 우노칼을 노리고 있는 CNOOC 역시 국영기업이다. 때문에 미국은 중국 기업들의 해외 기업 사냥을 사실상 중국 정부의 해외기업 사냥으로 받아들이고 우노칼 인수를 저지하겠다는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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