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아파트 비밀의 ‘똥봉투’… 건설현장 노동자는 알고있다

  • 등록 2022-07-28 오전 10:09:44

    수정 2022-07-28 오전 10:09:44

[이데일리 송혜수 기자] 경기 화성시의 한 신축 아파트단지에서 작업 인부들이 숨겨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인분’이 발견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 현장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라는 증언이 나왔다.

경기 화성시의 한 신축 아파트단지 입주민의 집 드레스룸 천장에서 인분이 들어있는 검은 봉지가 발견됐다.(사진=연합뉴스)
건설 일 중 골조 분야에서 형틀 목수를 6년째 하고 있다는 김산씨는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를 통해 “일반인들이 보기에는 깜짝 놀랄지 모르겠는데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던 내용”이라고 운을 뗐다.

김씨는 “일단 지상 23층에서 일을 하고 있다 하면 화장실이 가고 싶을 땐 1층까지 내려가야 한다”라며 “1층까지 가기에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관리자들의 눈치도 보이고 그래서 볼일을 작업 구간 주변에다가 해결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현장마다 상이하지만 거의 대부분의 화장실은 상가 밖에 있거나 1층 사무실 쪽에 있다고 했다. 김씨는 “간이소변기 같은 경우에는 구간별로 조금씩 있는데 큰일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거의 대부분 1층에 위치해 있다”라고 덧붙였다.

만약 23층에서 작업하다가 1층에 있는 화장실을 가려면 왔다 갔다 20~30분 정도 걸린다는 것이다. 이에 진행자는 “각 층마다 한쪽 구석에 볼일 보는 장소가 정해져 있느냐”고 묻자 김씨는 “정해진 건 없다”라며 “현장별로도 상이한데 일하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부분 안 보이는 구석에서 해결하시지만, 공사하는 화장실 구간에서 볼일을 보시는 분들도 있다”라고 말했다.

인부들이 아파트 한 동마다 특정 호수를 ‘똥방’이라고 지정하고 볼일을 해결한다는 한 누리꾼의 주장에 대해선 “다 이렇지는 않고 (해당 누리꾼의) 현장에서 관리자들이 ‘그냥 호수 하나를 정해서 거기다가 배설을 하라’고 한 것 같다”라고 추측했다.

김씨는 “이 경우는 일할 시간에 화장실 가지 말고 가까운 층 정해서 볼일을 보고 나중에 시멘트로 묻어버리면 입주자들은 모른다는 식으로 한 것 같다”라며 “굉장히 심한 케이스”라고 했다.

(사진=민주노총 건설노조 제공)
그는 최근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 봉투가 발견된 것에 대해선 “골조 후속 공정에서 인테리어 관련 인부들이 (볼일을 보고) 간 것 같다”라며 “천장을 시공하고 나서 입주자들은 모를 거라 생각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고 인분이 액체로 변하면서 그렇게 된 게 좀 그렇더라”고 지적했다.

김씨는 “건설 현장은 근무에 따라 안전 비용이 측정된다”라며 “원청사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화장실, 휴게실, 세면실 등 안전 시설물들에 대한 설치가 미흡하다”라고 밝혔다.

이어 “인부들이 배설물을 방치하는 것도 문제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구조를 만든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하도급과 원청사들이 추가 이익일지 아닐지 모르겠지만 노동자들에게 돌아가야 할 비용을 사용하지 않는 한 현장에서 배설물 관련은 해결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6일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건설 현장 편의시설을 개선해달라며 국가인권위원회에 고용노동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대상으로 진정을 제기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건설노조는 “얼마 전 신축 아파트 천장에서 인분이 나온 것에 대해 건설노동자로서 죄송하다”라면서 “다만 이런 문제가 왜 나오게 되었는지도 알아봐 줬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이들은 “3000명이 일하는 건설 현장에 화장실이 10개가 채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고작 30명도 일을 해결하지 못하는 화장실을 만들어놓고 건설노동자들이 더럽게, 그리고 아무 데나 용변을 본다고 비난한다”라고 토로했다.

또 “화장실을 가려면 30분이 넘게 걸린다”며 “그래서 참다 참다 도저히 안 되면 공사 중인 건물 내부에서 용변을 보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분명 잘못된 것이지만 왜 그래야만 하는지도 생각해달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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