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점유율' 언제까지 숨길건가

  • 등록 2016-10-20 오전 10:48:59

    수정 2016-10-20 오전 10:48:59

[김상헌 산업에디터 겸 소비자생활부장]

주식 투자자 최모씨는 요즘 분통이 터진다. 지난 3월 한 주류회사 주식을 샀는데 주가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약 7개월 사이에 무려 30% 가까이 추락했다. 주식을 내다팔까도 생각 중인데 너무 많이 떨어져 고민이 크다.

게다가 주가가 왜 하락했는지 이유를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도 쉽지 않다. 올해 초 시장점유율이 반등하고 있다는 정보를 얼핏 듣고 샀는데 확인할 방법이 없어 답답하다. 인터넷을 아무리 뒤져도 가장 중요한 시장점유율 추이 관련 자료는 보이지 않는다. 증권사가 내놓은 3, 4분기 연결 실적 전망치는 있지만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중소 주류회사 임원인 홍모씨도 깜깜이 시장점유율 때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대기업 출신의 주류업체 경력 20년차로 마케팅을 담당하는 그는 업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브랜드별 시장점유율을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아 매월 말이면 경쟁사 정보를 빼내느라 애를 먹는다. 홍씨는 “데이터가 없는 상황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플랜을 짜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주류산업협회는 업체별 주류시장 점유율을 3년 넘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 2013년 3월을 마지막으로 어떤 자료도 내놓지 않는다. 이유는 단 한가지다. 과당 경쟁을 막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운다. 협회가 자료를 내면 업체들이 이를 자의적으로 해석해 언론플레이를 하고, 이것이 오히려 시장질서를 어지럽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논리는 상당수 주류 회사들도 수긍하지 않는다. 공개에 따른 일부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투명성 확보’라는 순기능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요즘 같은 세상에 가장 기본적인 정보조차 공유하지 않는 것은 큰 문제”라며 “극히 일부의 판단에 따라 업계 대다수가 피해를 보는 일은 이제 그만둬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정확한 통계가 자취를 감추다보니 시장에는 갖가지 소문만 떠돈다.

그러다 보니 간혹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료에 의존해 시장상황을 파악하는 웃지못할 일도 벌어진다. 2015년 업체별 맥주시장 점유율의 경우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AB인베브(Inbev)의 국내시장 자료가 올해 초 공개되면서 3년만에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지만 소주나 다른 주류는 해외에서 자료를 받아보는 것이 불가능해 여전히 깜깜이 상태다. 업계에서는 협회의 역할에 주목한다. 시장점유율 미공개만 해도 처음부터 한 대기업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시장점유율이 떨어지자 협회를 움직여 미공개에 앞장섰다는 것이다. 사실이 아닐 수 있지만 업계에는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다수다.

안타까운 것은 협회의 태도다. 제대로 된 설명없이 3년 넘게 과당 경쟁 방지만 들먹인다. 비공개 초기에는 “분기나 반기별로 시장점유율 수치를 공개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깜깜 무소식이다. 연이어 자리를 꿰찬 국세청 출신 협회장도 뒷짐을 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협회가 국세청 놀이터로 전락하고, 지나치게 일부 회원사 이익만을 대변한다는 비판을 더 이상 받아서는 안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장점유율 미공개의 최종 피해자는 소비자다. 투명한 공개는 품질, 가격, 마케팅 등에서 업체 간 경쟁을 촉발시키는 구실을 한다. 애주가들이 국산 술은 맛이 없다며 비아냥거리는 것도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국내 주류업계는 과점 구조로 가뜩이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정확한 정보의 투명한 공개가 협회와 투자자, 업계 종사자, 소비자간 신뢰의 출발점이란 사실을 깨닫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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