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불위의 노동권력, 경제 망친다…노사 '상생'하는 개혁 필요

노조공화국
윤기설│272쪽│미래사
  • 등록 2020-02-20 오전 10:08:11

    수정 2020-02-20 오전 10:08:11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2019년 10월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를 방문해 의례적인 인사말을 했다가 노동계에 사과하는 웃지 못할 촌극이 벌어졌다. 당시 이원욱 원내수석부대표는 “우리가 대기업 노조나 민주노총 편이 돼 일하는 건 절대 아니다. 민주당에 반기업 정서가 있다는 선입견을 갖지 말고 규제개혁을 위해 국회의원들과 소통해 달라”고 말했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가 노조의 편이 아니다’라는 앞선 발언에 대해 노동계에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자 민주당에선 곧바로 공개 사과에 나섰다. 우리나라 노동권력이 얼마나 막강한지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책은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는 노동권력과 친노조 정책의 실상을 파헤쳤다. 국내 한 경제지에서 노동전문기자로 활동하다가 한국좋은일자리연구소를 운영 중인 저자가 침체에 빠진 한국경제를 살릴 노동개혁의 방향과 대안을 제시했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한국 노동운동의 행태와 기업경영을 옥죄는 ‘붉은 깃발법’들을 소개하고, 성공한 노동개혁 사례를 통해 바람직한 방안을 모색하고자 했다.

‘붉은 깃발법’은 1865년부터 약 30년간 영국에서 시행된 도로교통법으로 마차가 붉은 깃발을 꽂으면, 자동차가 이를 추월할 수 없게 만든 법이다. 이 법은 영국의 자동차산업이 경쟁국들에 뒤처지는 결과를 가져왔고, 시대착오적 규제의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홀에서 열린 민주노총 2020년 70차 정기대의원대회(사진=연합뉴스).


대한민국은 ‘노조공화국’인가

민주노총은 ‘노동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문재인 정권의 친노동 정책과 만나면서 거대 권력집단으로 탈바꿈했다. 투쟁을 통해 제 몫을 챙기는 전투적 실리주의는 선진국에서 자취를 감췄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위력을 과시하고 있다. 사회 모든 분야에서 개혁과 변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민주노총은 여전히 이념투쟁, 정치투쟁에 매몰돼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주사파인 NL(민족해방)계와 평등파인 PD(민중민주)계 간의 계파 싸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는 것만 해도 그렇다. 대화와 타협은 어용으로 매도당하고 투쟁만이 대우받는 풍토가 자리잡고 있다. 민주노총 소속 조합원들이 국회, 검찰청사 등 국가 중추기관을 점거하며 불법시위를 벌여도 공권력의 법과 원칙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야심차게 내세운 핵심 경제 정책이 ‘소득주도성장’이었다. 최저임금의 인상 등 노동소득분배율을 높여 경제성장을 이끈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이로 인해 수많은 자영업자와 영세중소기업이 타격을 받으면서 ‘대한민국은 노조공화국’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포퓰리즘’보다 ‘노동개혁’ 필요

저자는 공권력도 우습게 아는 노동권력의 안하무인 행태를 다루며 제1노총으로 등극한 민주노총의 권력자원에 대해 살폈다. 현장에서 목격되는 민주노총의 노동권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라는 것이다. 일례로 2019년 6월 국회 불법진입을 시도하다 구속됐던 김명환 민주노총위원장은 구속 6일 만에 바로 풀려났다. 민주노총이 기업체 사장실과 지방노동청 등 공기관을 돌아다니며 기습시위와 무단점거를 벌였어도 공권력이 별다른 제지를 하지 않아 기업체와 공공기관들은 앉아서 피해를 입어야 했다.

주 52시간제, 노동이사제 도입, ILO(국제노동기구)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노동관계법 개정 등은 ‘붉은 깃발법’을 연상케한다고 꼬집는다. 우리나라에서는 노동조합이 무리한 요구조건을 내세우며 불법파업을 벌이면 오히려 회사 측이 법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많다. 친노동·반시장적인 노동관계법과 법원 판결로 인해 기업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해외의 실패한 ‘포률리즘 정책’과 성공한 ‘노동개혁’에서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생각해볼 수 있다. 1999년 대통령에 취임한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는 자신의 무능과 탐욕을 숨기기 위해 외환 금지조치 등의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했고, 곧 베네수엘라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반대로 독일은 경제성장에 활력을 불어넣고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하르츠 개혁’을 단행하면서 경제성장을 이끌었다.

저자는 국가 경제의 성장 동력을 높이기 위해선 노동시장의 유연화와 국제 기준에 맞는 노사관계법 개정, 임금체계 개편 등을 골자로 하는 노동개혁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노동계의 저항이 워낙 거세기 때문에 정치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 돼야 한다. 노동운동이 집단이기주의와 정치투쟁에서 벗어나 노사 모두가 상생할 수 있는 실용주의 노선을 택해야 노동개혁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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