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오후에)언론도 부동산정책 책임있다

  • 등록 2005-08-26 오후 4:22:17

    수정 2005-08-26 오후 6:19:41

[이데일리 문주용 경제부장] 참여정부 임기 반환점을 맞아 국내 언론은 `미래로…`를 일제히 요구했다. 더이상 과거 들추기에 집착하지 말고 미래를 향한 어젠다를 수행해달라는 노무현 정부에 대한 고언이다.

하지만 정작 언론은 어떤가. 과거는 아예 잊어버리는 본성이 언론에게 있는 듯하다. 자신의 과거는 잊고 미래만 외치는 단기기억 상실증환자인가.

언론은 부동산대책이 윤곽을 보이자마자 `세금폭탄`, `세금쇼크`라며 목소리를 세운다. 대책이 확정되면 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소비심리가 타격을 입고, 기업설비투자가 부진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우려를 심하게 드러낸다.

불과 한달전만해도 언론은 강남 부동산값이 뛰고, 분당, 용인도 덩달아 뛰는게 역대정부 사상 최악이라고 아우성을 쳤다. 그래서 참여정부의 실패로 부동산정책을 으뜸으로 꼽았다. 부동자금이 부동산으로 가지 말고, 주식이나 기업투자로 가야 한국의 미래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가격급등을 뿌리뽑을 정책을 내놓으라 했는데, 막상 대책이 윤곽을 잡으니 세금폭탄이라고 아우성이다.

정부가 `헌법만큼 바꾸기 어려운 제도`를 만들겠다고 엄포한 지 한달. 가격이 소강세를 보이니 만족한다는 식이다. 이런 자세로 한국의 미래를 논했단 말인가.

보수언론의 말대로 이번 대책이 대책인지, 폭탄인지 생각해보자.

`폭탄`, `쇼크`라는 말에는 강한 폭발력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이 대책의 폭발력은 어느정도될까. 공간적으로 전국토, 전국민 대상이라야 클 것이고, 시간적으로 급격한 상승을 예상하는 것이라야 폭발력이 있을 것이다.

2주택 양도세율 중과 세율 50%가 새로 적용되는 세대는 한국에 20만가구 정도에 불과하다고 언론이 쓰고 있다. 4인가족으로 보면 80만명 가량인 것이고, 1200만 주택으로는 2%가 채 안된다. 이들은 대부분 서울 남쪽에 몰려 살고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 정도면 폭탄인가.

재산세 실효세율을 0.15%에서 1%로 올리는게 지금부터 14년에 걸쳐 이뤄진다. 그사이 재산세 과표인상은 2년유예된다.

물론 세대별 합산과세로 전환되는 종부세는 4만명에서 16만세대로 늘어나는데 이것은 제도의 허점을 메우기 위한 것이다. 또 과세 기준을 실가로 전환함으로써 취득, 등록세 등의 과표자체가 바로 올라가는 것은 분명하다. 기준시가가 실가의 70~80%였던 만큼 과표가 30%가량 오르는 것이지만, 거래를 할때 얘기다. 어쨌든 쇼크 수준인가.

결국 이번 대책의 부담은 거의 대부분 서울 강남을 비롯한 수도권에 사는 고가주택 보유자를 겨냥한 것이다. 1주택 서민은 주택 거래를 할때라야 거래세 부담이 전보다 커지는 것일 뿐이다.

둘째, 사유재산제를 보호하는 헌법을 넘어선 것일까, 시장의 원리를 무너뜨린 것일까도 따져보자.

논란이 없지 않았지만, 이번 대책은 부동산 다보유자의 투기혐의를 확정하는 징벌적 과세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 다만 부동산 과다보유에 대해 많은 부담을 요구, 보유가 불편하게 느껴지도록 하는 조치다.

부담의 적정성은 나라마다, 역사적으로 다를 수 밖에 없다. 인구가 적은 나라, 넓은 땅이 있는 나라와 단순 비교하는 것은 의미없다. 땅값과 집값이 이토록 단기간 폭등한 경우에는 현상도 특별한 만큼 대책도 특별해야 한다. 고가주택, 개발지역 땅값에서 시장의 실패가 보인다는 지적은 일리가 있다.

그런 점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내 토지의 전매 제한, 분양권 전매 제한 등은 수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고, 장기보유 특별세액 공제 확대도 이해된다.

세째로 공급정책 비중이 소홀하다는 지적은 어떨까. 거꾸로 생각해 보자. 공급정책이 주된 정책이고, 세제 정책은 비중이 적거나 사후적이라고 하자. 예컨대 송파 특전사 부지, 서초 정보사 부지를 개발, 공급하는 것을 먼저하고 개발이익 환수는 안하거나, 전매제한을 하지 않는다면 결국 부동산 투기장을 더 늘리고 가수요를 더 부채질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공급 왜곡을 막기 위해서는 가수요를 막아놓고 투기가 판치지 못하도록 하는게 먼저다.

안그래도 경기회복이 부진한데, 건설경기, 설비투자등 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되어서 대책을 쓰면 안된다는 주장은, 지금은 말할 상황이 아니다.

이번 대책이 정부, 여당, 청와대에 떠안길 고민은 다른데 있을지 모르겠다.

이 대책이 실패할 경우 금리정책을 쓸 수 밖에 없다는 비장감을 갖고있을까. 이번 정책은 서민의 추가 부담을 최소화한 채 부동산 다보유자에게 부담을 중과시키는 `차별적` 정책이 분명하다.

정부는 서민부담, 경기에 미치는 영향등을 생각해 금리정책을 반대했었다. 하지만 실패하면 그땐 버틸 재간이 없을 것이다. 서민이 뒤늦게 추가 부담을 안아야 하는 사태가 오고, 그땐 `무차별적` 대책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래서 여기서 분명히 선을 긋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막연하지만 이들 부동산 다보유자들이 중과된 부담을 감당하면서 특권을 요구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없지 않다.

동전의 양면처럼, 이번 정책은 참여정부 입장로선 요구하는 만큼 약속도 해야 하는 정책이다. 부담을 덤덤히 수용할 때, 이들은 스스로 특정구역으로 숨거나, 독특한 문화, 양해를 권리처럼 요구할 수도 있다. 떠나겠다는 결심을 하지 않는다면 특권화를 수용해줄 것을 사회를 향해 요구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럴 때 사회적 갈등이 더 커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편 이번 정책은 바로 1가구 2주택자에 대해 양도세를 중과하는데 중대한 의미가 있다. 1주택은 거주의 개념으로 정착시키되, 2주택부터는 투자이익 목적이라는 개념으로 보겠다는 당국의 시각이 드러난 것으로 봐야한다.

때문에 이 개념의 정착여부가 부동산정책의 승패를 좌우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정착이 되면 무모한 가수요는 사라질 수 있다. 실패하면 정부가 안보일 것이다.

이런 정책적 고민을 국내언론이 이해해줄 필요가 있다. 그것이 바로 참여정부의 미래이고, 한국 경제의 미래다. 과거를 잊어서는 안되는 것도 이 이유다.

현장기자들이 이번 대책에 비교적 긍정적인 반면, 언론의 전체 평가가 부정적인 것이 강남 기득권에 사로잡힌 언론간부들의 탓이라고 한다면 너무 씁쓸할 것이다.

참여정부가 2년반 임기반환점을 돌았고, 언론도 함께 돌았다. 작용이 있으면 반작용이 있듯, 비판이 있다면 응당 책임감도 느껴야 한다. 언론도 참여정부와 함께 지내온 2년반을 반성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싶다. 부동산대책에 관한한 언론은 반성을 모르는 듯하다.

언론에게도 `미래로…`는 과제일 수 밖에 없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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