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유동성 위기)①中企 자금부장의 하루

  • 등록 2008-10-01 오후 3:10:16

    수정 2008-10-01 오후 4:51:54

[이데일리 하수정 조태현기자] IT기기 제조업체에서 재무를 담당하는 박 부장. 여느 때와 같이 매출채권으로 자금을 빌리기 위해 은행에 갔다. 해외 부품 수입대금을 치러야 하는 날이 다가와 외상매출채권 팩토링으로 돈을 구해보려던 참이었다.

박 부장이 들고 있는 매출채권은 45일이 지나면 거래처의 돈이 들어오는 꽤 건전한 채권이고, 그동안 라이보(Libor) 금리에 0.8%정도의 은행 마진을 얹어 주면 현금화가 가능해 자주 이용해왔다.

그런데 은행에서는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했다. 라이보에 0.8%을 더해도 달러를 구할 수가 없으니 마진을 더 올려달라는 얘기였다. 안그래도 회사 자금 사정이 빠듯한 지라 박 부장은 그 자리에서 결정할 수가 없었다.

회사로 돌아와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사장 결재를 기다리던 박 부장은 달러-원 환율이
1200원까지 치솟았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내려앉고 말았다. 지난해 말 환 헤지를 위해 가입한 키코(KIKO)의 손실 폭도 환율 상승과 함께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당시에는 키코 가입이 대세였고, 사장의 승인도 받아 투자한 것이다. 하지만 은행과 직접적으로 계약한 것은 박 부장 본인이었기에 마음이 돌덩이처럼 무거울 수 밖에 없다.

다음날 아침. 매출채권 팩토링 금리를 올려줘서라도 달러를 구해 수입대금을 치르라는 사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그때 박 부장의 사무실 전화도 울렸다. 거래은행이었다. 외상매출채권을 받아줄 수 없다는 통보였다. 박 부장이 마진을 더 얹어주겠다며 계속 사정해 봤지만 은행은 "우리도 빌려줄 달러가 없다"며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달러 유동성 위기가 실물로 전이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의 달러 품귀 현상은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특히 단기, 중장기 할 것 없이 금융업체간 달러 조달이 어려워지면서 은행들은 기업에 대한 외화대출을 줄이고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고, 그 여파로 기업들의 자금 조달 창구는 점점 막히고 있는 상황이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어느 정도 외화를 자체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주로 신용거래를 해왔던 중소기업들은 수출입대금을 맞추는 것부터 차질이 생기고 있다.

한 화학섬유업체 재무담당 관계자는 "지난 주부터 은행들이 갑자기 신용장(L/C) 거래금액을 줄이겠다고 통보하는 한편 외상 매출채권을 아예 받아주지 않는 곳도 있다"면서 "우리 뿐 아니라 주위 여러 기업들에게서 이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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