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부장이 들고 있는 매출채권은 45일이 지나면 거래처의 돈이 들어오는 꽤 건전한 채권이고, 그동안 라이보(Libor) 금리에 0.8%정도의 은행 마진을 얹어 주면 현금화가 가능해 자주 이용해왔다.
회사로 돌아와 상사에게 보고를 하고 사장 결재를 기다리던 박 부장은 달러-원 환율이
1200원까지 치솟았다는 뉴스에 가슴이 철렁내려앉고 말았다. 지난해 말 환 헤지를 위해 가입한 키코(KIKO)의 손실 폭도 환율 상승과 함께 크게 뛰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아침. 매출채권 팩토링 금리를 올려줘서라도 달러를 구해 수입대금을 치르라는 사장의 지시가 떨어졌다. 그때 박 부장의 사무실 전화도 울렸다. 거래은행이었다. 외상매출채권을 받아줄 수 없다는 통보였다. 박 부장이 마진을 더 얹어주겠다며 계속 사정해 봤지만 은행은 "우리도 빌려줄 달러가 없다"며 불가능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달러 유동성 위기가 실물로 전이되기 시작했다. 금융시장의 달러 품귀 현상은 기업들에게 직접적인 타격을 입히고 있다.
은행들의 이 같은 움직임으로 인해 어느 정도 외화를 자체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은 당장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지만 주로 신용거래를 해왔던 중소기업들은 수출입대금을 맞추는 것부터 차질이 생기고 있다.
한 화학섬유업체 재무담당 관계자는 "지난 주부터 은행들이 갑자기 신용장(L/C) 거래금액을 줄이겠다고 통보하는 한편 외상 매출채권을 아예 받아주지 않는 곳도 있다"면서 "우리 뿐 아니라 주위 여러 기업들에게서 이 같은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