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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김정현 기자]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규모가 3년여 만에 두 배로 급증한 와중에 전세가격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어 주목된다.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주택시장이 위축될 경우 전세를 사는 100가구 중 7가구는 전세금을 되돌려 받기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다.
한국은행이 20일 국회에 제출한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올해 3월말 현재 국내은행의 전세자금대출 규모는 72조2000억원으로 지난 2014년 말(35조원)의 두 배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신규 입주가 늘어난 데다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자금을 빌리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도 적극적으로 대출을 취급했다.
최근 전세가격이 하락한 것은 신규 주택 공급이 확대된 게 주 원인으로 꼽히는데, 앞으로도 공급은 줄줄이 예정돼 있다. 2000~2014년 신규 아파트 준공 물량은 연평균 29만호 수준이었지만, 2015~2017년 당시 31만6000호로 늘었다. 올해 이후로도 경기, 경남, 세종 등을 중심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렇자 향후 집 주인이 전세금을 돌려주기 힘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총자산 대비 총부채(임대보증금 포함) 비율이나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 때 임대가구의 재무건전성은 대체로 양호하다는 것이 한은의 판단이긴 하다. 그러나 위기 상황이 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다는 판단도 동시에 내놨다.
한은이 전세가격이 20% 급락한 경우를 가정해 임대가구의 전세보증금 반환 능력을 살펴본 결과, 임대가구 중 92.9%는 금융자산과 거주주택 담보대출을 통해 전세금 감소분을 마련할 여력이 있으나 나머지 7.1%는 신용대출 등을 통해 마련해야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상대적으로 여건이 취약한 7.1% 중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40% 이하인 경우는 5.6%로 나타났다. 나머지 1.5%는 DSR이 40%를 초과했다. 신용대출마저 받기 힘들 수 있는 경우가 1000가구 중 15가구라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전세가격이 급락하고 주택시장 전반이 위축될 경우 파급 영향이 커질 수 있다”며 “유동성 대응 능력이 취약한 일부 임대가구의 경우 전세금 반환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최근 전세자금대출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어 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