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안과 밖을 보는 중국

  • 등록 2005-10-17 오후 6:14:52

    수정 2005-10-17 오후 6:14:52

[이데일리 이태호기자] 오늘 중국인들은 `대국`의 자부심을 만끽한 날이었던 것 같습니다. 유인 우주선 `선저우 6호`의 무사귀환을 환영하는 시민들은 축제 분위기에 빠져 하루를 보냈습니다. 여기에 세계적인 신용평기기관인 피치가 중국의 신용등급을 올려주는 선물까지 안겨줬습니다. 하지만 이런 눈부신 성장이 가져다 주는 부담도 분명 있습니다. 중국이 최근 눈을 돌리기 시작한 새로운 숙제를 국제부 이태호 기자가 전합니다.

`정치대국`, `경제후진국`. 우리가 오랫동안 중국에 대해서 갖고 있던 생각입니다. 그러나 현재의 중국은 우리는 꿈도 꾸지 못하는 달나라 유인탐사를 앞으로 5년 안에 실시하겠다는 기술강국입니다. 두번째 유인 우주선 `선저우 6호`의 무사귀환을 맞은 중국인들에게는 달나라도 그리 멀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값싼 노동력을 바탕으로 조잡한 옷가지나 완구를 만들어 팔던 그런 나라로 무시하기에는 중국이 너무 커버린 느낌입니다. 우리가 유일하게 중국에 자신감을 보였던 경제에서도 큰 소리를 치기가 어렵게 됐습니다. 피치가 17일 중국의 신용등급을 한단계 올려 줌으로써 우리나라와 중국의 신용등급이 같아졌기 때문입니다. `죽의 장막`뒤에 숨어 있던 공산국가 중국은 이제 먼 과거의 일처럼만 여겨집니다.

중국은 2차대전 직후 독일이나 일본에 견줄 만큼 놀라운 성장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1950년대 독일은 전후사업 복구와 더불여 연 평균 8%의 성장률을 기록했으며, 일본은 1960년대에 평균 10.5%의 고성장을 달렸습니다. 그러나 중국의 높은 경제 성장률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란 점에서 이들 국가를 능가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11일 중국 상무부는 올해 무역규모가 지난해보다 22~25% 증가할 것이며, 올해 전체 무역흑자 규모는 900억~10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하고 있습니다.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 산하 사회과학원은 중국의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9.4%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하지만 빛이 밝으면 그림자가 짙은 법. 너무나 잘 나가기 때문에 오히려 견제를 받아야 하는 부담도 안게 됐습니다. 실제 올들어 중국은 미국과 계속 갈등을 빚고 있습니다. 미국의 섬유쿼터 부활로 수출에 브레이크가 걸렸고, 중국 국영석유회사 CNOOC의 유노칼 인수 계획도 미국 정치권의 반대로 물건너 갔습니다. 미국의 압력 때문에 환율정책 마저 수정해야 했습니다.

지금 베이징에는 미국의 스노 재무장관이 건너가 있습니다.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해 중국의 위안화 추가 절상을 요구하기 위해섭니다. 신용등급 상승으로 인해서 중국은 앞으로 미국을 비롯한 서방 국가들로부터 위안화 절상과 시장 개방이라는 두 가지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을 괴롭히는 문제는 내부에도 있습니다. 바로 빈부격차입니다. 중국의 거대한 인구와 비교할 때 아직까지 중국인들의 소득수준은 매우 보잘 것 없는 수준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PPP(실질구매력 기준 GDP)를 5642달러로 평가하면서 세계 96위에 랭크시켰습니다. 미래 경제력을 평가하는 한 지표로 활용되는 교육 수준도 상당히 매우 낮은 편으로 투자은행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중국의 대졸자수는 인구 1000명당 14명으로 인도(16명), 브라질(30명), 러시아(115명), 미국(192명)보다 크게 뒤쳐져 있습니다.

중국의 평균 생활수준도 매우 보잘것 없는 수준입니다. 지난 8월 중국 국가통계국에 따르면 허베이, 광둥, 베이징 거주자 약 3억5000만명의 평균 세후소득은 129달러에 불과합니다. 중국 농촌지역의 가계 소득도 평균 196달러에 불과합니다.

빈부격차도 날로 심각하지고 있습니다. 미국 통계청에 따르면 중국은 상위계층 20%가 중국 전체 소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하위 20%의 소득비중은 겨우 4.7%에 불과합니다.

이 같은 현상은 사실 중국의 정책적인 선택의 결과인 측면이 있습니다. 우리에게도 너무나 친숙한 논리인 `파이를 키울 때지, 나눌 때가 아니다`라는 판단이었죠. 그동안 중국은 분배나 균형 문제를 방치하는 듯한 정책을 유지해온 것이 사실입니다.

경제전문가들은 빈부격차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성장잠재력을 갉아먹을 것이라는 경고까지 내놓고 있습니다. 페킹 대학의 양 자오후이 정치학 교수는 "심각한 수준에 이른 소득불균형이 경고 수준에 이르렀다"며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할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국가정보센터(SIC)의 판 지안핑 부주임은 "중국은 새로운 경제개발 사이클로 들어서고 있다"며 "만약 고성장을 유지하면서 다른 문제들을 등한시 한다면 사태만 더욱 악화시키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는 지난 8일~11일 베이징에서 회의를 갖고 2006~2010년까지의 5개년 경제계획의 주안점을 `균형 성장`에 맞추로 결정했습니다. 중국 보다 경제개발의 역사에서 한 세대쯤 앞서가는 우리도 아직 `성장과 분배의 균형`이라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습니다. 중국의 문제도 쉽게 해결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중국이 이제 안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이고, 이런 각성을 가능케 할 만큼의 자신을 축적했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지금 중국을 겁내는 것은 개개인의 가난에도 불구하고 전체로써 중국의 국부와 경제력이 압도적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중국이 이제 덩치 키우기에서 체질개선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입니다. 안으로 불균형을 치유하기 시작하면서 밖으로는 먼 우주를 바라보는 미래의 중국이 더욱 두렵습니다. 정쟁과 갈등을 벗지 못하고 있는 우리는 과연 어디를 바라 보고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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