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 ‘브릭스’ 대신할 신흥경제권 부상
아시아개발은행(ADB)에 따르면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 국가들의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5%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2011년과 2012년 각각 4.6%와 5.3%에 이어 3년 연속 양호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한때 글로벌 경제 성장을 이끌던 ‘브릭스(BRICs: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 가 주춤거리는 사이 동남아시아가 새로운 신흥경제권으로 부상하고 있다. 풍부한 자원과 인구를 바탕으로 전세계 생산과 소비를 이끌고 있는 셈이다.
이에 세계 주요 국가들이 동남아 시장 문 두드리기에 바빠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해 미국·아세안 정상회의를 열었고 지난 2010년 아세안과 자유무역협정(CAFTA)을 맺었던 중국은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를 차례로 방문하는 등 접촉 빈도를 늘리고 있다. 일본 역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 취임 후 해외 첫 순방지로 동남아를 선택할 만큼 중요한 지역으로 인정하고 있다.
다시 볕 드는 동남아 인프라 시장
그러나 꾸준한 경제 성장을 일궈낸 동남아시아 국가들이 다시 건설투자를 늘리자 세계 주요 기업들의 관심도 다시 늘어나고 있다.
아세안 시장이 주목받고 있는 이유는 풍부한 노동력에 따른 경제 성장 잠재력이다. 현재 인구수는 약 6억명이지만 2050년에는 8억명까지 늘어나 세계 인구의 12.8%를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소득 증가에 따른 중산층 인구 확대로 내수 시장도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여기에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 등 일부 국가를 제외하면 대다수 국가들이 교통과 전력 등 경제 인프라가 매우 취약해 인프라 개발 수요가 크다. 세계경제포럼(WEF) 글로벌 경쟁력 지수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필리핀, 베트남의 인프라 질적 수준은 144개 평가 대상국 중 90위에도 못미친다. 이런 상황에서 아세안 국가들이 최근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를 위한 사업 환경 개선 등 인프라 개발에 적극적이다. 인도네시아는 오는 2025년까지 인프라 구축을 위해 총 4458억달러(약 483조원)를 투자할 예정이고 태국은 2020년까지 720억달러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관료주의· 규제·낮은 수익률 등 장애물 수두룩
실제로 민간자본 유치 성적은 좋지 않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1억5000만달러에 달하는 신규 인프라사업에 착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민관협력에 의존하면서 필요한 자금의 15%를 확보하는 데에 그쳤다. 필리핀은 민관협력을 통한 인프라 사업 16건을 준비했지만 이 중 2개 사업만 낙찰됐다.
싱가포르의 인프라민간자산업체 캡아시아의 요한 바스틴 최고경영자(CEO)는 “각종 프로젝트 연수익은 3~5%에 불과해 매력적이지 않다”면서 “게다가 현지 관리당국의 행정 능력이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떨어져 위험 부담이 있다”고 지적했다.
<용어해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1967년 발족 당시는 경제·사회·문화 등의 상호협력을 주목적으로 했으나 지금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국가 간 정치와 안보문제 전반에 대해서도 협의한다. 필리핀·말레이시아·싱가포르·인도네시아·태국 5개국으로 출범한 뒤 브루나이(1984)·베트남(1995)·캄보디아(1999) 등이 가입해 현재 회원국이 총 10개국이다. 상설 중앙사무국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다. 한국은 1991년터 미국·일본·호주·뉴질랜드 등과 함께 ‘대화상대국 10개국’에 속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