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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단체는 KB증권이 지난 2017년 1월 라임자산운용으로부터 유가증권시장(코스피) 상장사인 대유에이텍(002880)의 전환사채(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를 시세보다 훨씬 비싸게 사서 회사에 192억원의 손실을 끼치고 라임운용에 부당 이익을 제공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라임운용이 35억원에 매입한 채권을 KB증권이 매입가의 6배가 넘는 227억원에 사들여 그 차액만큼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이 주장은 사실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는 ‘공시’ 실수로 인해 생긴 해프닝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당시 라임운용과 KB증권은 ‘총수익 스와프(TRS)’ 계약을 맺고 거래를 했다. TRS는 쉽게 말해 증권사가 사모펀드 운용사로부터 수수료를 받고 자기 자금으로 주식·채권 등을 대신 매입해 주는 파생 상품 거래다. 펀드 운용사(총수익 매수자)는 적은 돈을 들여 투자 이익을 얻고, 증권사(총수익 매도자)는 자산의 손실 부담을 지지 않고 수수료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당시 라임운용은 TRS 계약에 따라 보유 중인 대유에이텍 전환사채의 소유권을 KB증권에 넘겼다. 대유에이텍 주식 493만6708주(1주당 전환가격 1580원)와 맞바꿀 수 있는 액면가 78억원 상당의 채권이다.
그리고 이 채권을 받은 KB증권은 36억원 가량을 라임운용에 지급했다. 라임운용 입장에서는 증권사 자금을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해 실제 투자금의 2배 규모의 전환사채를 보유하게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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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시 규정에 따라 ‘처분 단가’ 입력란에는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가격(1주당 1580원)을 적어야 하지만, 채권의 액면가 당 매매 가격인 1만235원을 써넣은 것이다. 채권의 발행 당시 액면가는 보통 1만원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를 액면가보다 2.35% 비싼 1만235원에 KB증권에 넘겼다는 얘기다.
반면 라임운용으로부터 전환사채를 넘겨받은 KB증권은 ‘취득 단가’를 해당 사채의 주식 전환가격인 1주당 1850원으로 정확히 기재했다.
이는 결국 시민단체가 양측의 거래를 잘못 이해하는 결과를 낳았다.
라임운용이 KB증권에 넘긴 전환사채의 주식 전환 가격을 1만235원이라고 오해하고 KB증권의 채권 매입 금액이 실제보다 훨씬 비싼 227억원에 달했다고 주장하게 된 것이다.
KB증권 관계자는 “라임운용이 공시에 주식 가격이 아니라 채권 가격을 쓴 것인데 라임 쪽 공시만 보고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당국 역시 시민단체가 제기한 의혹이 공시 실수에서 비롯한 해프닝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투기자본감시센터 관계자는 “공시를 일관성 없이 엉터리로 했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불법 의혹이 있는 만큼 반드시 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