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리포트)야인시대, 그리고 중국

  • 등록 2002-12-05 오후 6:40:48

    수정 2002-12-05 오후 6:40:48

[edaily 박영환기자] 조폭마누라, 가문의 영광 등 이른바 조폭영화들이 극장가에서 인기몰이를 하고 있고 최근에는 조선주먹들을 그린 TV드라마까지 안방을 점령했습니다. 깡패를 영웅으로 윤색하는 등 역사자체를 왜곡하는 것도 문제지만 이 드라마가 우리의 척박한 문화적 토양을 그대로 드러낸다는 점이 더 큰 문제라는 게 산업자원부를 출입하는 박영환 기자의 진단입니다. 요즘 한 TV드라마가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야인시대". 김두한을 비롯해 일제시대 조선 주먹들의 활약상을 그린 TV프로그램입니다.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입니다. 팬클럽이 인터넷상에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습니다. 동네 꼬마들마저 김두한, 김무옥은 물론 하야시, 가미소리 등 일본 조직폭력배들의 이름을 줄줄 외울 정돕니다. 드라마가 뜨는 바람에 서러운 무명시절을 끝낸 배우들도 하나 둘이 아닙니다. 풍부한 볼거리가 이 드라마의 인기비결인 것같습니다. 예쁘장한 20대 청년이 수 미터를 날아올라 스무 명이 넘는 장정들을 볼링핀처럼 넘어뜨립니다. 일본 최고의 유도 고수를 단숨에 쓰러뜨리는 화려한 발차기는 시청자들의 얼을 빼놓습니다. 여주인공들과의 로맨스도 빠뜨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드라마가 지닌 문제도 적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어릴 적 거지시절 친구였던 정진영을 납치해 각목으로 살해하는 등 적지 않은 좌익인사들을 참살한 주인공을 영웅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우선 제기될 만합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이 드라마가 액션이나 멜로 말고는 보여줄 게 없는 국내의 척박한 문화적 토양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산업자원부를 출입하는 기자가 난데없이 왠 야인시대 얘기냐고 하실 분도 있겠지만 이 프로그램이 지닌 한계를 돌아보는 것도 의의가 있을 듯 합니다. 2년전에 벤처업무 담당 국장을 지냈던 한 산자부의 고위 공무원이 최근 몇몇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유명 코메디언이 감독했던 영화 "용가리"의 예를 들며 국내 산업 전반에 대한 우려를 털어놓은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 영화는 언론의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관심을 끌었지만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디즈니의 "타잔", 일본영화 "러브레터"와 비교할 때 볼거리가 부족한데다 스토리도 엉성한 실패작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조폭들이 스크린과 안방을 점령한 것도 따지고 보면 딱히 보여줄 게 없는 우리나라 문화산업의 현 주소를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소득수준 2만달러 이상을 달성하기 위해선 "모든 산업이 Culture가 뒷받침되야하는 데 우리에겐 이게 부족하다"고 진단하더군요. 문화는 상상력을 낳습니다. 창의적인 상상력은 산업 현장에서 신선한 제품력으로 연결됩니다. 결국 문화가 산업의 성장잠재력의 척도라는 설명입니다. 그는 우리의 부족함과 대비되는 나라로 중국을 지적했습니다. 중국은 두려울만큼 풍부한 Culture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위의 인생" 등 예술영화 뿐만이 아니라 "희극지왕" 등 오락영화에서도 중국은 문화적 저력을 느끼게 한다는 게 그의 주장입니다. 게다가 최근 젊어진 최고지도층이라는 터보엔진까지 장착하고 세계박람회 개최권까지 따낸 중국은 어느 나라보다 두려운 존재라며 고개를 떨굽니다. 지금부터 이에 대비하지 않으면 희망을 찾기가 어렵다고 강조합니다. 물론 아직까진 문화를 상상력으로, 그리고 제품력으로 100% 현실화시켜내진 못했지만 그 속도는 충분히 느낄 만합니다. "차기 정부에서 이뤄질 조직개편도 떠오르는 중국을 염두에 두고 현안별로 부처간 태스크 포스를 구성하는 등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게 이 산자부 고위공무원의 결론입니다. 사실 그가 제시한 여러 이야기들을 어디까지 받아들여야 할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조폭 영화밖에 보여줄 것이 없기 때문이 아니냐는 그의 지적을 그냥 흘려버리기엔 아깝다는 느낌입니다. 문화적인 토양을 비옥하게 만드는 일이 한순간에 될 일은 아닙니다. 중국의 문화적 저력은 수천년의 역사와 시인, 역사가들이 만들어낸 것입니다. 그렇지만 우리도 그만한 역사속에 잠재적 저력은 갖고 있질 않습니까. 지금부터라도 잠재되어 있는 저력을 끌어내는 방법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산업의 경쟁력을 극대화해야 할 것입니다. 최근 몽정기에 이어 광복절 특사라는 우리 영화가 극장가를 달구고 있습니다. 두 영화는 오래간만에 흥행차트를 장식하고 있는 이른바 비조폭 영화들입니다. 비조폭 영화가 득세하는 영화산업의 선전이 여간 반갑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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