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 산업은행 임원 인사 엿보기

  • 등록 2003-04-21 오후 5:21:16

    수정 2003-04-21 오후 5:21:16

[edaily 김병수기자] 유지창 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이 32대 산업은행 총재에 취임했습니다. 전임 정건용 총재와의 남다른 인연도 관심거리지만, 당장 시급한 것이 `人事` 아닌가 싶습니다. 박상배 전 부총재에 대한 해임안이 제출되면서 2개월이상 부총재 자리가 비어 있습니다. 전임 정 총재도 한달이상 `인사 외풍`에 시달려, 산업은행은 이래저래 `정상`이었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신임 유 총재는 이 같은 상황을 충분히 알고 있다는 듯, 지난 17일 기자들과 만나 "(인사를) 빨리 하겠다"고 말했습니다. 김병수 기자가 산업은행의 인사 구도를 생각해 봤습니다. 인사는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적재적소에 인력을 배치해 효율을 극대화하고, 조직의 안정도 유지해야 하는 등 고려사항이 참 많습니다. 노무현 정부가 들어선 뒤 그것이 어떤 단어로 표현되든 간에, 세대교체와 지역안배 등 소위 `노무현 코드` 맞추기도 여간 힘들어 보이지 않습니다. 산업은행의 인사를 예상하는 것도 간단한 사안은 아닙니다. 특히 전임 정 총재가 스스럼없이 얘기했듯 산업은행은 `半官` 입니다. 그래서 인사 시스템도 일반 시중은행과는 조금 다르죠. 산업은행 임원에 대한 임명권자는 재정경제부 장관입니다. 산업은행 총재는 제청권을 가지고 있을 뿐입니다. 그 동안 관례로 보면, 산업은행 총재는 보통 2배수를 추천하고 낙점은 재경부 장관이 합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재경부와 산업은행은 ‘충분한(?) 사전협의’를 하기는 합니다. 어찌됐건, 산업은행 임원 인사권자는 재경부 장관이라는 얘기죠. 최근 노무현 코드를 감안할 경우 제청권자의 권한이 다소 존중되는 분위기도 감안해야 할 듯 하네요. 이제 산업은행 내부로 들어가 볼까요? 산업은행 임원 자리는 6자리입니다. 부총재를 포함하면 총 7명입니다. 현재 부총재직과 임원 한자리가 비어있습니다. 그럼, 부총재를 먼저 결정해야겠군요. 최근 `부총재도 외부에서 영입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는 조금은 흉흉(?)한 소리가 있으나 산업은행의 특성과 여러 상황을 감안하면 설득력은 별로 없어 보입니다. 따라서 현 임원중에서 누군가 낙점을 받겠죠. 현재 산업은행 이사진의 면면을 보겠습니다. 서열대로 보면 김기성(47년생), 이성근(48년생), 이윤우(49년생), 김왕경(49년생), 장재홍(48년생) 이사 순입니다. 산업은행 인사를 관전할 때는 입행 기수도 상당히 중요한 변수중의 하나입니다. 국책은행이라는 것이 이유라면 이유일 수 있겠네요. 김기성 이사는 70년 입행입니다. 그 뒤로 이성근 이사와 이윤우 이사가 72년 동기입니다. 김왕경 이사와 장재홍 이사가 또 73년 동기군요. 좀 더 나가 볼까요? 김기성 이사는 전북 완주 출신으로 삼례고·전북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성근 이사는 서울 출신으로 서울고·서울대 법대를 나왔습니다. 이윤우 이사는 대구에서 태어났습니다. 경북고·서울 상대 출신이군요. 김왕경 이사는 전남 광주 출신으로 광주고·성대 법대를 졸업했고, 장재홍 이사는 경북 칠곡 출신으로 계성고·서울 법대를 나왔습니다. 신임 유 총재의 이력도 좀 봐야겠죠? 아시다시피 유 총재는 49년 생입니다. 전임 정 총재보다는 두살 아래이나 행시는 14회로 동기죠. 전북 장수 출신입니다. 동성고·서울대 사회학과를 졸업했습니다. 이런 행태가 노무현 코드에 맞는지는 모르겠으나 여러 채널을 통해 물어보시는 분이 많아 한가지 추가한다면, 유 총재는 전주 북중을 나왔습니다. 지금까지 산업은행 ‘부총재’ 후보군에 대한 간단한 이력을 살펴봤습니다. 이젠, 몇가지 경우의 수를 생각해 봐야겠군요. 신임 유 총재의 인사 스타일과 재경부의 의중, 산업은행 구성원들의 희망사항 등이 결국 부총재 낙점의 주요 요인으로 꼽힙니다. 일단, 유 총재는 `빨리 하겠다`는 말로 인사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산업은행 부총재 유고가 이미 상당기간 지속됐기 때문에, 이런저런 이유로 행내 여론도 상당히 진전돼 있는 상황입니다. 당연히 전임 정 총재도 많은 생각을 해 왔을 겁니다. 한가지 주목할 대목은 전임 정 총재가 얼마나 많은 내용을 `인수인계`했나 하는 겁니다. 전임 정 총재는 떠나기 전 임원회의에서 `후임 총재에게 가능한 자신의 인사 생각을 얘기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이미 상당기간 업무공백이 있어왔기 때문에 이를 만회하기 위해선 조기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논리가 기저에 있는 듯 합니다. 신임 유 총재가 "빨리 하겠다"고 언급한 것이, 이런 전후사정과 정 총재의 주문(?)에 따른 것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습니다. 다만, 행내에서는 대체로 그렇게 해석하는 분위기가 우세하군요. 서론이 너무 길었습니다.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흔히 하는 식이지만, 나갈 수 있는 자리를 먼저 계산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은 될 듯합니다. 현재 산업은행 자회사중에는 산은캐피탈이 있습니다. 거액적자로 전임 정 총재는 구조조정의 칼날을 거세게 들이댔습니다. 산업은행에서는 당초 산은캐피탈의 은행 흡수까지 고려할 정도로 강경했습니다. 어림잡아도 올해 약 2000억~3000억원의 증자를 해야 하는 등 산업은행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전임 사장이 퇴임한 상태로 직무대행 체제입니다. 최근 변화의 흐름은 그동안의 이 같은 산업은행의 생각이 다소 누그러 들고 있다는 겁니다. 아무래도 산업은행 인사와 연관이 있겠죠. 산은캐피탈을 흡수·합병한다면 임원 인사에는 부정적입니다. 나갈 자리가 하나 줄어드는 셈이니 말입니다. 일부에서는 흡수하더라도 그렇게 속도가 붙을 수는 없는 사안으로 이번 임원인사와는 무관할 수도 있다는 얘기도 하는군요. 일단 한자리 확보. 다음은 대우증권입니다. 대우증권에서는 현재 정철조 전 산업은행 부총재가 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대우증권의 경우 여느 자회사와 조금 다른 의미로 해석되기는 하나,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적극적인 분들은 정책적으로 대우증권을 파는 것은 파는 것이고 산업은행이 예전에 증권 자회사를 둔 적도 있는데, 사장 자리를 산업은행에서 내려보낼 수 없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는 분들도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를 감안하면 산업은행에서 현재 내려갈 수 있는 자리는 2~3자리 정도입니다. 물론 최악의 경우 그냥 퇴임하는 분도 있을 수 있으나, 산업은행의 경우 그런 사례가 거의 없었다는 점을 감안해야 할 듯 합니다. 그렇다면, 좀 매정하기는 하나 대체로 1~2명의 이사는 퇴임할 수 있는 구도입니다. 김기성 이사에 대해선 여러 평가가 있으나 돌아가는 정황이 좋지만은 않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입니다. 신임 유 총재와 같은 전북 출신이어서 `역차별` 가능성도 부담스러운 분위깁니다. 산업은행에서 나이 문제는 별로 큰 고려사항이 아니나 역시 좋은 쪽은 아닌 것으로 보이네요. 나이 문제에선 이성근 이사도 개운치 않은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만약 김기성 이사가 퇴임 쪽으로 가닥을 잡는다면, 부총재 경쟁은 이성근 이사와 이윤우 이사로 좁혀지는 구도입니다. 행내 여론을 감안하면, 이들 이사들은 장단점 면에서 차이를 보입니다. 이성근 이사가 세밀한 일처리로 대우차 등 구조조정 문제를 무난히 해결해 왔다면, 이윤우 이사는 비교적 선이 굵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따라서 신임 유 총재가 산업은행 부총재의 역할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산업은행 부총재 역할에 대해선 다소 논란이 있으나 대체로 안팎의 온갖 궂은 일을 도맡아 온 것이 사실입니다. 항상 관료 출신이 총재로 왔기 때문에 조직내부의 일을 잘 다독거려야 하고, 국책은행으로서 국회관계 등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하는 게 산업은행 부총재입니다. 입행 동기인 두분 중에선 서열상 앞선 이성근 이사가 부총재에 오른다면 비교적 무난해 보이나 만약 이윤우 이사가 부총재에 오른다면 이성근 이사의 거취도 관심입니다. 산업은행 임원은 임기가 보장되는 자리기 때문에 다소 불만스럽기는 하겠으나 그대로 남는데 무리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신임 유 총재가 ‘세대교체’라는 명분을 들이대고, 특히 갈 자리가 있는 상황이라면 안팎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형국입니다. 앞서 얘기했듯 6개인 산업은행 임원 자리는 현재 ‘2+α’의 형국입니다. 최소한 2자리는 확보돼 있고, α가 다소 유동적입니다. 2자리가 확정적인 것은 누군가 한명은 부총재로 승진할 테고, 지난 16일 박순화 전 이사가 공식적으로 사표를 제출했기 때문에, 이젠 자리를 채울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여기에 α의 버퍼를 둔 것은 산은캐피탈 구조조정 방향에 따라 한자리, 또 대우증권 회장과 사장 자리에 대한 유 총재의 생각에 따라 추가 변수가 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전임 정 총재는 대우증권 전 임원에 대해서도 사실상 사표를 포함한 자구계획서를 요구해 놓은 상황입니다. 산업은행이 대우증권 사장 자리까지 ‘밀어 붙이기’에는 다소 부담이고, 산은캐피탈 사장 자리는 구조조정 대상이라는 이유로 다들 꺼려합니다. 따라서 α는 없을 수도 있습니다. 대체로는 1자리에서 3자리까지를 보는군요. 현재는 전자에 다소 무게가 실리는 분위깁니다. 물론 후자라면 엄청난 물갈이를 뜻하겠죠. 이젠 ‘2+α’를 볼까요. 1급 가운데 김종배 인력개발부장, 나종규 종합기획부장, 이설규 투자금융실장, 성태홍 국제금융실장 등이 자천타천으로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군요. 김 부장은 74년, 나머지는 75년 입행입니다. 김 부장은 행내에서 비교적 고른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지역안배 차원에서 경남 출신(경남고·성균관대 경영학과)이라는 점도 유리하게 작용할 듯 합니다. 이 실장도 경남 출신으로 마산고·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습니다. 나머지 2명의 1급은 모두 서울 출신입니다. 나 부장이 동성고·연세대 경제학과를, 성 실장이 서울고·서울 공대 응용물리학과를 각각 나왔습니다. 75년 입행 3명의 경쟁 구도는 간단치 않아 보입니다. 이 실장은 김 부장이 같은 지역 출신이라는 점이, 나 부장은 유 총재와 고등학교가 같다는 점이 불리한 요소라면 성 실장은 삼애인더스건으로 한동안 보직을 받지 못했던 경험이 있어, 자웅을 겨루기가 만만치 않아 보입니다. 이외 후보군으로는 반기로 재무관리센터장(서울고, 서울대 경영학과), 이민기 기업금융1실장(전주고·전북대) 등이 회자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반 부장의 경우 내외의 좋은 평가에도 불구하고, 이미 동기 2명(김왕경·장재홍 이사)이 임원이 된 상황이어서, 여건이 좋지 않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이 실장은 76년 입행 발탁 케이스로 관심입니다. 그러나 유지창 총재와 전주 북중 동문이라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될지, 역차별로 결론날지 불투명합니다. 지금까지 산업은행 임원 인사를 둘러싼 주변의 얘기들을 정리해 봤습니다. 아마도 유 총재는 이보다 더 많은 변수들을 생각할 겁니다. 고민도 많겠죠? 조만간 마음의 결정을 내려야 하는 유 총재의 첫 작품을 우리 한번 지켜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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