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정부 `현실`의 눈으로 경제를 보다

당정협의, 올 세제개편안..`경기부양에 올인` 전략
정책 실효성은 논란소지..재정건전성 `우려`도
  • 등록 2004-09-01 오후 3:15:05

    수정 2004-09-01 오후 3:15:05

[edaily 박동석기자]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마련한 올해 세제개편안의 요체는 ‘경기부양 올인 전략’이다. 경기 침체로 생활 형편이 궁색해진 근로자들이 지갑을 열 수 있도록 세금을 깎아줘 소비를 되살려 보겠다는 복안이다. 개편안에는 소득세를 일률적으로 1%포인트씩 내리는 것과 프로젝션 TV와 PDP TV, 에어컨등 24개 품목에 대한 특소세 폐지, 근로소득 표준공제액 확대등 동원 가능한 감세대책이 총망라됐다. 그러나 정부와 여당이 빼든 감세정책에 대해서는 과연 실효성이 있을까 하는 논란이 여전하다. 특히 재정확대와 함께 감세를 동시에 추진함으로써 재정의 건전성이 훼손될 것이란 우려가 많아 정기국회에서의 논의 과정이 주목된다. ◇세부담 완화…소득세1%P인하, 공제확대 내수 부진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에게는 소득세 인하가 가장 반가운 소식이다. 물가상승과 수입 감소로 생활형편이 날로 어려워지는 판에 한 푼이라도 돈 쓸일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정부와 우리당은 1일 당정협의를 갖고 지난달 30일 경제토론회에서 논의한 근로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와 이자.배당소득세율 1%포인트 인하 등의 감세정책을 확정했다. 정기국회에서 이 안이 통과되면 근로소득세율은 현행 9~36%에서 8~35%로, 이자·배당소득세율은 10%와 15%에서 각각 9%와 14%로 낮아진다. 그러나 이 같은 소득세 인하 정책은 저소득층보다는 고소득층에 혜택이 집중돼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예를 들어 연평균 1500만원을 버는 근로자의 경우 올해 근로소득세로 9만원을 내지만 소득세가 1%포인트 인하되면 8만원정도를 낸다. 반면 1억 연봉 근로자는 소득세1%포인트 인하에 따른 세금 부담이 1710만원에서 1630만원으로 80만원이나 줄어든다. 일률적인 소득세 인하는 우리당의 적극 요청을 정부가 수용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정부가 제시한 세부담 경감대책은 이와는 정반대다. 연말 정산을 할 때 의료비, 교육비등 증빙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기본적으로 소득에서 공제해 주는 표준 공제액을 확대해 줌으로써 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완화해 준다는 내용이다. 재경부는 세율을 그대로 놔두는 대신 봉급생활자 표준공제를 현행 6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40만원 확대했다. 이종규 재경부 세제실장은 “표준공제액 확대는 연간 총급여가 3000만원 미만인 서민.중산층이 주된 타깃으로 수혜대상이 면세자를 포함해 연간 75만명이 추가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재경부는 이 조치로 내년부터는 총급여 2000만원 미만은 4인가족 기준으로 연간 1만6000원, 3000만원 미만 근로자는 5만원의 세금을 각각 덜 내도 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 노인에 대한 세제혜택 확대 정부안 가운데 60세 이상 노인이 역모기지론으로 노후를 보낼 경우 세제지원을 확대하는 내용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권혁세 재산소비세심의관은 “노령자가 보유하고 있는 집을 담보로 연금식 대출을 통해 노후 생활자금을 확보할 수 있도록 1세대1주택 요건을 대폭 완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자녀들과 떨어져 살던 60세 이상의 노인이 자녀들과의 합가에 따라 1세대2주택이 되는 경우에도 1가구1주택을 그대로 인정해 한 채를 팔더라도 양도소득세를 비과세할 방침이다. 또 서울과 과천, 분당, 일산, 평촌, 산본, 중동등 5대 신도시에 적용되는 1가구1주택 양도세 비과세 기간요건(2년)도 적용이 제외된다. 다시말해 1가구1주택인 60세이상의 노인이 집을 담보로 제공하고 역모기지론을 받을 경우에는 2년이상 거주하지 않더라도 양도시에 양도세가 부과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같은 조치는 우리나라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데 따른 대응조치로 풀이된다. ◇파생금융상품 양도차익 과세 정부가 과세대상이 되는 기타소득에 선물, 옵션등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차익과 외화환산 차익을 새로 넣은 것도 관심을 끈다. 정부는 세법을 고쳐 새로운 경제적 이익(소득) 출현에 대비한 포괄적인 과세 근거를 신설했다. 여기에는 파생금융상품 양도차익과 외화환산 차익, 동산의 양도차익이 들어있다. 우리나라의 소득세법은 소득원천설을 근거로 과세대상소득을 정하고 있지만 지금까지 파생상품거래에 대한 직접적인 과세규정이 없다. 이 때문에 파생상품거래에서 얻은 소득은 일부의 사업소득을 제외하고는 소득세법상 과세되지 않아 납세의무자의 조세회피 가능성이 꾸준하게 제기되어 왔다. 정부가 올 세제개편안에 이 내용을 넣은 것도 이 같은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국창수 삼정회계법인 공인회계사는 “파생상품에 대한 과세가 어떤 식으로 이뤄질 지 구체적인 논의가 더 이뤄져야 알겠지만 기타소득으로 포함될 경우 소득의 22%를 물게 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에서는 근거만 마련해 놓고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조심스런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시행시기를 2006년이후로 미뤄놓은 것도 같은 이유다. 재경부는 또 이 사실이 시장에 알려질 경우의 충격과 파장을 우려해서 였는지 보도자료 56페이지의 관련내용을 색깔이 같은 종이로 덧붙여 쉽게 발견할 수 없도록 하기도 했다. 이종규 세제실장은 “세제발전심의회에서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차익에도 과세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구체적인 시행방법과 근거, 대상(상품)등에 대한 검토가 더 필요하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내년 기업들 세금혜택 벼락 매년 세제개편 내용에 단골메뉴처럼 등장했지만 기업들에 대한 세제 지원방안이 이번에도 빠지지 않았다. 기업들의 투자의욕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조치다. 정부는 기업이 강하게 요구해온 대기업 최저한세율을 내년부터 2% 포인트 내리기로 했다. 다만 과세표준이 1000만원이하에 한정된다. 과표가 그 이상을 넘으면 지금처럼 15%가 그대로 적용된다. 이 같은 조치는 내년부터 법인세율이 2%포인트 인하되고 중소기업(12%→10%)과 개인사업자(40%→35%)의 최저한세율을 인하한 것과 형평을 맞추려는 시도로 풀이된다. 기업들은 이외에도 올 세제개편에 따라 사회간접자본(SOC)사업 부가가치세 면제, 동북아 경제중심기반 구축 관련 물류기업 세법인세 감면, 에너지절약시설 투자 세액공제 확대, 외국인전용단지 입주 외국인투자기업 법인세 감면등의 혜택을 받게 된다. 당정 협의로 소상공인들의 중소기업특별세액 감면률도 2배로 확대된다.소상공인 특별세액 감면율은 수도권의 제조.건설.물류업이 10%에서 20%, 비수도권의 제조.건설.물류업이 15%에서 30%, 도.소매업이 5%에서 10%로 각각 확대된다. 여하튼 기업들은 내년부터 법인세 인하에서 특별세액 감면까지 세금혜택의 벼락을 맞게 됐다. ◇경기활성화와 연결될 수 있을까 그러나 소득세 인하, 특소세 폐지, 기업 세부담 완화등 정부와 여당이 마련한 감세정책이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줄 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정부 안팎의 중론이다. 재경부는 진작부터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이 효력은 없고 세수만 축낸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혀왔다. 근로소득자의 47%, 자영업자의 51%가 면세점 이하로 세금을 안내고 있는 상태에서 소득세를 내려봤자 직접적인 세금 경감효과가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감세조치로 집중적인 혜택을 받게 되는 고소득층이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는 이유도 돈이 없거나 세금이 무거워서가 아니라 장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도 같은 맥락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세금 인하에 따른 직접적 효과보다 심리적 효과가 더 클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번 세제개편이 참여정부가 경제문제를 ‘이상’이 아닌 ‘현실’의 눈으로 바라보는 전환점이 됐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경제주체들의 불안감을 덜어준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예를 들어 소득세 인하로 고소득층의 혜택이 많아지는 것은 소득재분배를 강조해 온 참여정부의 코드와 엇박자다. 한 민간연구기관 관계자는 “지난 2001년부터 한시적이지만 특소세가 3번 인하되고 소득세도 10% 내렸지만 경기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면서 “이번 세제 개편에 따른 세금인하도 대규모 감세가 아닌만큼 경제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긴 힘들어 보인다”고 점쳤다. 이 관계자의 전망은 정기국회에서 세제개편안 논의과정이 주목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나라당은 보다 획기적이고 대규모로 감세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벼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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