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이 언급한 내년 키워드는 ‘생존’이었다. 내년에는 더 추운 겨울이 오기 때문에 살아남는 게 1순위 과제라는 것이다. 돈맥경화로 스타트업 자금줄이 마르고, 가상자산 시장도 더 얼어붙을 것이란 전망이다. IT 업계 전반이 구조조정, 줄도산으로 흉흉한 한 해가 될 것이란 우려도 나왔다.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에 잠을 못 잔다는 CEO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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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규제 부담까지 커졌다.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지난달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 후폭풍이다. 빅테크의 문어발식 사업 때문이라며 규제 논의에 시동이 걸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시장지배적 지위남용 행위 엄단’ 방침을 밝혔고,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도 주시하고 있다. 민주당은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제정까지 나섰다. 이에 빅테크는 긴장하고, 중소 핀테크는 패닉 상황이다. 한 CEO는 “자금경색 상황에 전방위 IT 규제까지 하면 중소 스타트업 모두 죽는다”고 토로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생존 비법은 없을까. IT CEO들 내년 전략을 보면, 일단 ‘군살 빼기’부터 하라는 것이다. 한계에 부딪힌 서비스·사업부터 정리하라는 것이다. 딱 2~3가지만 선택과 집중하라는 거다. 둘째로는 군살 뺀 뒤 요요 현상 오지 않도록 ‘리스크 관리’를 하라는 거다. 한 CEO는 “작은 문제가 보이면 더 큰 문제로 커지기 전에 잘라내라”고 조언했다. “유연하고 신속해져라”는 지적도 나왔다.
그런데 이것만으론 부족하다.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만드는 열정 있는 IT 기업만 생존한다는 것이다. 10명의 CEO들 얘기를 들으며 가장 와 닿았던 생존 전략이다. 탄탄한 기술력에 기반한 ‘킬러 서비스’가 있어야 한다. 이런 완벽한 기업이 있을까. 있다. 돈맥경화 상황에서도 투자를 받는 스타트업, 미친 속도감으로 끝없이 혁신 서비스를 내놓은 단단한 기업을 주시하라. 이 기업들의 행보가 바로 생존전략이다.
여기에 한 가지만 덧붙이고 싶다. 새롭게 규제를 만드는 것은 신중 또 신중해달라. 10명의 IT CEO 모두 한목소리로 국회와 정부에 전한 요청이다. 이런 판국에 새로운 규제를 만드는 건 기업이 리스크라는 불씨를 끄고 있는데 기름을 붓는 격이다. 내년에는 지속 가능한 서비스로 뜨겁게 생존하려는 기업을 독려하고 지원하는 게 더욱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