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물가 중금리 시대 왔나…美 국채금리 폭등세 이유는

①중국·일본 미국채 매각 추세
②연준 양적긴축 장기화 전망
③미국 정부 국채 발행량 증가
④미국 나홀로 경제지표 호조
  • 등록 2023-08-18 오후 3:58:29

    수정 2023-08-18 오후 3:58:29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 장기국채금리가 연일 치솟으면서 금융시장 전반에 충격을 안기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볼 수 없던 레벨까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올 정도다.

17일(현지시간)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간밤 뉴욕채권시장에서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328%까지 급등했다(국채가격 급락). 4% 중반대를 향하는 레벨은 지난 2007년 금융위기 당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0년물 금리는 올해 3월 3% 초중반대를 기점으로 계속 올랐다. 길게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직후인 2020년 7~8월 당시 0.5%를 바닥으로 꾸준히 상승했다.

월가는 심리적 저항선인 4%대에서 추가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월가 한 금융자문사의 채권전략가는 “4% 정도면 충분히 매수가 들어올 수 있는 레벨인데, 지금 분위기는 그렇지 않다”며 “채권시장이 얼어붙었다”고 전했다. 문제는 지금보다 더 뛰어 4% 중후반대까지 갈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라고 이 전략가는 전했다. 미국 장기국채금리 급등세가 일시적이 아니라 추세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AFP 제공)


①중국·일본 미국채 매각 추세

그렇다면 뉴욕채권시장이 연일 요동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첫째로는 ‘큰 손’ 중국과 일본이 꾸준히 미국 국채 보유량을 줄이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올해 6월 중국의 미국 국채 보유액은 8354억달러(약 1120조원)로 1년 전(9388억달러)보다 11.01% 감소했다. 이는 2009년 5월 이후 14년여 만에 가장 작은 규모다.

중국은 일본에 이은 미국 국채 보유량 2위 국가다. 중국은 2000년부터 매입을 늘렸다가, 2014년을 정점으로 차츰 축소했다. 지난해 4월 당시 상징적인 지표인 1조달러 아래까지 떨어뜨렸다. 미중 갈등이 격화하면서 중국이 자산 다변화에 나선 게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 내부에서는 미국이 달러화를 무기화하는 경향이 짙어지고 있다는 점을 줄곧 경고해 왔다.

게다가 최근 위안화 가치가 폭락에 중국 당국의 국채 매도 압력은 더 커졌다. 시장에서 환율 방어를 위해 달러화를 투입하려면 그만큼 채권을 팔아 달러화를 확보해야 해서다.

일본 역시 최근 1년간 미국 국채 보유액을 10.31%(1조2327억달러→1조1056억달러) 축소했다. 영국(6173억달러→6723억달러), 벨기에(2735억달러→3324억달러), 룩셈부르크(3093억달러→3318억달러), 스위스(2915억달러→3057억달러) 같은 유럽 주요국들과 캐나다(2062억달러→2710억달러) 등이 1년새 꾸준히 매입에 나섰지만, 일본과 중국의 매도세만큼 영향력이 크지는 않았다.

②연준 양적긴축 장기화 전망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 인상을 중단해도 양적긴축(QT)은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국채 수급에 악재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토대로 연준 위원들이 금리 인하를 시작할 때 QT를 멈추지 않을 가능성에 대해 진지하게 논의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QT는 중앙은행이 양적완화(QE)를 통해 보유한 시중의 채권을 직접 매도하는 식으로 유동성을 줄이는 조치다. 재무부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연준이 보유한 미국 국채 보유액은 5조61억달러에 달한다. 일본, 중국 등 해외 모든 나라들이 갖고 있는 보유액(7조5629억달러)에 견줄 만할 정도로 많다. 두 부문이 보유한 규모는 전체의 40%가 넘는다. 그외 나머지 민간 투자자들 역시 연준과 각국 정부와 발을 맞출 가능성이 있다. 연준과 일본, 중국이 국채시장 수급에 절대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로이터통신은 “연준은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팬데믹 기간 불어났던 대차대조표 규모를 계속 줄이기를 원한다”고 전했다.

③최근 미국 국채 발행량 증가

국채 수요가 떨어지는 와중에 미국 정부가 발행량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금리를 띄우고 있다. 미국은 올해 3분기 차입 규모를 1조70억달러로 정했는데, 이는 5월 발표 계획보다 무려 2740억달러가 늘어난 수치다. 세출보다 세입이 적어 적자가 확대했고, 미국 정부는 이를 국채 발행을 통해 메우려 하는 것이다. 또 앞서 저금리에 발행했던 국채에 대해 만기 도래시 금리가 높아진 국채로 차환해 이자 부담이 커졌고, 이 역시 국채 발행으로 해결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가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무엇보다 미국은 재정 중독 증상이 심각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기축통화국 지위를 이용해 달러화를 찍어내도(국채를 많이 발행해도) 언제든 수요가 탄탄할 것이라는 낙관론이 그 기저에 있는데,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는 지적이 부쩍 많아졌다. 미국 예산관리국(OMB)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현재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은 120.2%를 기록했다.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 2분기 때는 134.8%였다. 이 수치는 2011년 상반기 당시 92%대였다.

래리 서머스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정부 지출 확대에 따른 재정적자 압력 등을 거론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과 같은 초저금리는 당분간 없을 것”이라고 했다. 2020년대 들어 중물가 중금리 시대가 이미 왔다는 의미다.

④미국 나홀로 경제지표 호조

미국의 경제 지표가 나홀로 호조를 보이면서 긴축 전망이 사라지지 않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노동부에 따르면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23만9000건으로 전주 대비 1만1000건이 감소했다. 월가 예상치(24만건)를 밑돌았다. 실업수당 청구가 적다는 것은 그만큼 노동시장이 과열돼 있다는 의미다. 연준이 지난 1년여간 역대급 긴축을 해왔음에도 노동시장은 여전히 타이트하다는 뜻이다. 상무부가 최근 공개한 지난달 미국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0.7% 증가했다. 4개월 연속 증가세다. 월가 전망치(0.4%) 역시 웃돌았다.

이에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GDP 나우’는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전기 대비 연율 기준) 전망치를 5.8%까지 상향 조정했다. GDP 나우는 대표적인 경제 예상 모델로 새로운 지표가 나올 때마다 수정한다. GDP 나우는 애틀랜타 연은의 공식 전망치는 아니지만, 추후 경기 경로를 참고하는데 많이 쓰인다. GDP 나우는 지난달 28일만 해도 2분기 성장률을 3.5%로 점쳤으나, 지금은 6% 가까운 고성장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이미 월가는 경기 연착륙론에 기울어 있다. 미국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와 2위 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가 이번달 초 침체에서 연착륙 쪽으로 전망을 바꿨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 역시 비슷한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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