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리포트)김재박 경영학

  • 등록 2004-11-10 오후 5:37:36

    수정 2004-11-10 오후 5:37:36

[edaily 문주용기자] 역대 프로야구 최고의 선수라는 선동열 코치가 삼성 라이온즈팀의 감독이 됐습니다. 이제 삼성은 우리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차범근 감독(축구)와 선동열 감독을 다 차지했습니다. 그렇지만 선동열 코치를 감독으로 조기 등판시킨 사람은 김재박 감독이라는 또다른 스타입니다. 감재박 감독의 야구는 왜 강할까요. 경제부 문주용 부장이 `김재박 경영학`을 정리합니다. edaily 리포트를 즐겨 읽으시는 분중에 2년여전 `히딩크 경영학`을 기억하시는 분이 계실지. 2002년 5월에 제가 썼던 `히딩크 경영학`은 당시 기업 독자들로부터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동명의 책들이 마구잡이로 출간되기도 했죠. 월드컵이 시작되기 직전에 썼던 글에서 저는 "히딩크 감독이 이번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를 내더라도 비난하지 않겠다"고 다짐하고 그 글을 썼고, 멋지게 히트시켰습니다. 스포츠를 경영에 빗대어 보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적은 숫자의 구성원들이 저마다 `전형적인` 역할을 하는 거대 조직의 축소판 같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구성원간 복잡한 작용과 반작용을 도식화하고, 행동의 원인과 결과, 즉 인과관계를 분명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올해 프로야구는 현대 유니콘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한때 재계 라이벌이던 삼성을 꺾었다는 상징적 의미에다, 연장전을 두차례나 치르면서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는 내용적인 면때문에 극적인 맛이 컸습니다. 팀의 승패보다 더 극적인 의미는 김재박 감독의 승리, 김응용 감독의 패배일 것입니다. 프로야구 22년을 지키면서 10회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군 김응용 감독을 패퇴시킨 김재박감독의 승리 원인은 과연 무엇일까요. 9년째 감독을 맡으면서 4번의 한국시리즈 4회 우승에 현역감독중 최고 승률인 0.573을 기록하고 있으니 그의 승리는 결코 우연이 아닙니다. 김재박 경영학의 첫번째 비결은 `약점없는 조직`론입니다. 개인이나 조직을 평가할때 강점이 뛰어나다, 특기가 많다는 식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정반대로 약점이 적다, 실수를 안한다는 평가를 내릴 때도 있습니다. 분위기가 좋을 때, 예컨대 기업으로 치면 실적이 좋을 때나 경기가 좋을 때, 강점이 많은 조직은 연속으로 히트상품을 내거나, 조직원들의 자신감넘치는 자세가 성공스토리를 만들어낼 것입니다. 하지만 분위기가 안좋을때-실적이 안좋거나, 외부경영여건이 나쁠때-는 약점이 없는 조직이 더 유리할 수 있습니다. 김재박의 경영학 첫번째 신조는 바로 `무결점주의 또는 최소약점주의`입니다. 김 감독은 각 포지션의 최정상이라 말하긴 어려운 선수로 팀을 구성했습니다. 이들을 화려한 플레이보다는 실수를 하지 않는 차분한 플레이가 돋보이고 제 역할을 꾸준히 하는 정상급 선수들 입니다. 비록 1등은 아니지만 그 포지션에서 2, 3등은 확실히 합니다. 투수진의 경우 선발, 중간, 마무리에 이를 때까지 한구석도 빈틈이 없을 정도입니다. 이들은 언제, 어느때나 김 감독이 펼치는 작전을 정확히 이해, 수행합니다. `약점없는 조직`은 위기나 승부의 고비에서 제 빛을 발합니다. 김 감독의 두번째 비결은 `이길 수 있을 때는 반드시 이긴다`는 승부의식입니다. 승패에 대한 구분이 중요한 까닭은 조직원들의 자신감 때문입니다. 누구나 질 때가 있지만 이길 수 있을 때에 반드시 이겨낸다면 조직원들사이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전세를 역전시킬수 있다`는 자신감이 자리할 것입니다. 또한 단 한번의 승부가 아니라 1년동안 수시로 승부를 하는 페넌트시리즈같은 대장정에는 최종 결과를 예측하고 이에 대비하는 전략도 짤 수가 있습니다. 김 감독은 페넌트레이스에서 절대 연패를 허용하지 않으려 했습니다. 연패는 조직의 자신감을 떨어뜨리고 쓸데없는 징크스를 만든다고 판단합니다. 그래서 상대 팀에 2패 한 후 맞이한 게임에서는 전 선수를 동원하는 한이 있어도 반드시 승리를 따내려 합니다. 간혹 잔꾀를 부리기도 해 승부에 너무 집착한다는 비난을 사기도 하지만 말입니다. 팀은 올 페넌트레이스에서 딱 한번 3연패했습니다. 아마 1등선수출신들이 아니었기 때문에 더욱더 `연패안하는 팀`을 만들려했는지 모릅니다. 김 감독은 "이기려는 것은 당연하다. 관중들은 이기는 경기를 보러온다. 지면 나는 잘린다"고 그 이유를 명쾌하게 정리합니다. 김재박 경영학의 세번째 비결은 `리더와 조직원간 깊은 신뢰`입니다. 김 감독은 무뚝뚝해보이기도 하지만, 마운드에 올라가 선수들과 대화할 때는 마치 친형님같은 표정입니다. 긴장해 있는 선수에게 웃으면서 말을 건네고, 지시가 아니라 뭔가 상의하는 듯합니다. 어떨 땐 왜 선수들에게 갔을까 싶을 정도로, 선수들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만 가만히 지켜봅니다. 훈련으로 단련된 선수들이 스스로 답을 찾아가도록 하려는 것같습니다. 슬럼프에 빠진 선수들에게는 회복될 때까지 끝까지 기다립니다. 보채지도 않고, 실망하지도 않습니다. 평소 지도자와 조직원간에 쌓아둔 신뢰의 두께를 느끼게 하는 장면들입니다. 리더와 하부 조직원간 거리가 무척 가깝다는 것, 김재박 경영학의 또다른 비결입니다. 김재박 경영학은 또 `지도자는 뛰어난 실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현대 유니콘스팀은 신인상을 수년째 독점하고 있습니다. 모든 팀마다 신인들이 새로 입단하지만 유독 현대 팀이 흙속의 진주를 제대로 캐내는 것을 보면 감독이나 코치들의 조련술이 탁월하다는 평가입니다. 김 감독은 현역시절, 유격수를 비롯한 내야 거의 모든 포지션을 경험하고 심지어 곧잘 투수로도 마운드에 올랐습니다. 타격은 실업야구때 한때 7관왕에 오를 실력이었습니다. 이러다 보니 각 선수들마다 어려움을 이해해주고, 기술적 고충에 대해 답을 제시할 수 있지 않나 하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또 투수코치로는 김시진 코치가 오래동안 보좌하고 있습니다. 한때 국내 최고 투수자리에 올랐던 그입니다. 투수왕국 삼성보다 더 강한 마운드를 만들었습니다. 이처럼 지도자는 선수들과 대충 묻어가는게 아니라 이들을 이끌고, 비전을 제시해내는 실력을 갖추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김재박 경영학의 백미는 `거품이 없다`는 것입니다. 현대 유니콘스는 든든한 구단주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수년전 그룹이 몰락하면서 극심한 구조조정기를 거쳤습니다. 최고 연봉선수들도 있었지만 차츰 연봉킹은 다른 팀을 찾아 떠났습니다. 대신 값싸고 잠재력이 풍부한 선수들이 자리를 메웠습니다. 이들은 실적이 아닌 실력을 전면에 내세웁니다. 풍부한 자금으로 호화로운 팀운영을 하던 삼성과는 달리 이들은 `구두쇠` 팀으로 변했습니다. 우승때마다 타계한 정몽헌 현대회장을 그리워하지만 이들이 화려한 돈잔치를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지금은 현대해상이 구단주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사이 김재박 경영학엔 거품이 없어졌습니다. 내년 프로야구는 더욱 볼 만할 것입니다. 감독초년 시절 김응용 감독의 지략에 당했던 김재박 감독이 멋지게 김응용감독을 넉다운시켜지만 선동열 이라는 무서운 신인 감독의 도전을 받게 됐습니다. 선 감독의 무기는 역시 실력과 친화력 입니다. 이들의 전쟁에서 우리는 또다른 경영학의 코드를 읽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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