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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를 계기로 백신의 공동개발과 협업, 지원 필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허가를 받은 기허가 백신이 오롯이 개별 기업 힘으로 만든 것이 아닌 경우가 많아서다. 국내에서도 백신 개발 과정에 더 많은 협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주요 코로나19 백신은 공동개발 형식으로 탄생한 게 많다.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은 독일의 바이오벤처 바이오엔테크와 함께 개발한 백신이다.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역시 영국의 옥스포드대와 협업을 통해 나왔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9년 매출 기준 화이자는 세계 3위, AZ는 11위 제약사다. 한 전문가는 “화이자나 아스트라제네카도 백신을 스스로 개발한 게 아니라 바이오벤처나 대학이 개발한 것을 도입한 뒤 공동개발 형식으로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모더나는 메신저리보핵산(mRNA)백신을 독자개발했지만, 내용을 뜯어보면 100% 독자개발이라고 하기 어려운 구석이 많다. mRNA 백신 개발의 핵심 기술인 지질나노입자(LNP)기술(mRNA 안정화 및 전달 기술)은 미국의 바이오벤처 알뷰튜스(Arbutus)에, 원액 생산은 스위스 론자에, 충전 과정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에 의존하고 있어서다. 모더나는 임상 3상 비용으로 8000억원을 썼는데 미국 정부가 1조2000억원을 초기에 지원한 금액에서 충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mRAN관련 기술은 코로나 백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항암백신(예방이 아닌 치료 목적 항암제)등을 위주로 개발돼 왔지만, 코로나 이전까지만 해도 관련 기업이 자금조달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을 정도로 기술적으로 완성돼 있지 않은 상태였다. mRNA백신은 코로나19를 계기로 처음 상용화됐다. AZ가 사용한 아데노바이러스 벡터(전달체) 플랫폼 기술 역시 감염병 백신으로는 지난해 유럽 식약청(EMA)에서 얀센이 허가받은 에볼라 백신 이후에 두번째로 상용화된 케이스다. 반면 이런 완전히 검증되지 않은 신기술이 있는 회사는 대규모 임상 및 생산을 감당할 수 없는 말 그대로 바이오벤처에 불과하기에 백신 개발과 대량 생산을 위해서는 빅파마와 결합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국내 회사들도 협업을 통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진행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가 개발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중의 하나인 ‘GBP510’은 미국 워싱턴대학 항원디자인연구소와 공동으로 합성합원 방식으로 개발한 것이다. 유바이오로직스(206650) 역시 자체적으로 보유한 면역증강기술(EuIMT 기술)에다 회사가 출자한 미국 팝바이오텍사(POP Biotechnologies)의 항원디스플레이 기술(SNAP 기술)을 융합한 플랫폼 기술을 통해 코로나19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팝바이오텍은 미국 뉴욕주 버팔로대 교수(Jonathan Lovel)가 2016년에 설립한 회사다.
mRNA 백신을 국내에서 개발하기 위해서도 기업간 협업이 필수적이라는 조언이다. 묵현상 국가신약개발사업 단장은 최근 이데일리 인터뷰에서 ”mRNA 합성기술과 전달기술(lnp기술 등)을 가진 회사를 엮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혁진 이대 약대 교수도 ”한 회사가 (mRNA관련한) 모든 기술을 갖기 어려워 각 기술을 잘 수행할 수 있는 회사들의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게 적절하다“며 “mRNA 코로나 백신 개발에 필요한 기술을 국내에서 (여러 기업 등을 통해) 모을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