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국감]자꾸 고장나는 해군 고속정…엔진 시험 면제 결정 '왜?'

엔진 제작사서 제출한 엉뚱한 서류로 내구도시험 면제
방사청, 해군 함정서 운용했다며 시험 면제 최종 결정
잇딴 엔진 결함 발생으로 방사청 뒤늦은 감사 착수
해군, 30개월간 결함 엔진 달고 작전수행해야 할 판
  • 등록 2020-10-20 오후 2:08:56

    수정 2020-10-20 오후 2:08:56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해군의 차기 고속정인 검독수리-B 배치(Batch)-I 도입 사업의 관리 부실 문제로 전체 고속정의 엔진 결함 가능성이 제기됐다.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차기 고속정 사업과 관련, 방위사업청 고속함사업팀으로 제출받은 2013년 12월 ‘장비획득 기술심의회 결과보고’에 따르면 해당 함정의 엔진 기술협력 생산 업체인 H사는 미 해군 MIL-E-24455에 해당하는 검증자료를 체계업체인 조선소에 제출하기로 확약했다. 엔진 성능에 대한 8시간의 시험을 125회 반복한 뒤 분해해 공장 검사를 실시하거나 국내·외 해군함정에서 1000시간 이상 동일 엔진을 운용했다는 실적을 제출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해당 업체는 어느 조건도 만족시키지 않고 방사청으로부터 내구도 시험을 면제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4년 1월 방사청과 업체가 주고받은 기술심의회 후속 조치 공문을 보면, 업체는 약 10억원에 달하는 내구도시험 소요 예산을 언급하며 필요시 시험 후 결과를 제출하겠다는 답변과 함께 해당 비용을 방사청에 요구했다. 특히 미 해군 MIL-E-24455에 해당하는 내구도시험이 불가피함을 인지했던 업체는 돌연 2015년 4월 미 고속선의 1800시간 운용 실적을 제시해 별도의 내구도시험이 불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사청은 한술 더 떠 업체가 기존에 확약한 검증자료가 아닌 엉뚱한 자료에 더해, 우리 해군 군수지원정과 유조정에서도 해당 엔진을 1800시간 이상 운용했다며 2015년 5월 차기고속정에 탑재될 엔진 내구도시험 면제를 최종 결정했다.

PKMR-211호정이 해군에 인도되기 전 최종 장비 확인 점검을 위해 부산 근해를 항해하고 있다. [사진=방위사업청]
홍 의원은 “면제 사실 자체보다 더 문제인 것은 방사청의 해당 결정이 단순 판단 착오가 아닌 방산비리에 준하는 결정이었다”고 지적했다. 체계업체인 H사가 2015년 4월 방사청에 회신한 공문을 살펴보면 우리 해군 함정에서 사용한 엔진 모델은 동일하지만, 출력이 상이해 내구도 시험을 갈음할 실적이 아니라는 것을 방사청도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방사청은 현용 해군 함정에서의 엔진 운용 실적을 내구도 시험 면제를 뒷받침하기 위한 근거로 제시했다.

결국 내구성 검증도 온전히 거치지 않은 엔진을 탑재한 채 전력화된 신형 고속정 4척과 현재 시운전 중인 1척까지 2020년 10월 기준 총 5척 함정의 엔진 개방 검사에서 유사한 형상의 균열이 발견됐다. 4척의 함정 모두 800시간 이내에 엔진 실린더가 파손되는 결함이 있었다. 심지어 시운전 중인 5번함은 운행 500시간도 채우지 못하고 균열이 발생했다. 선도함의 경우 두 번의 부품 교체에도 세 번째 엔진 실린더가 깨진 상황이다.

최근 해군의 내구도시험 요청으로 방사청은 최초 엔진 성능 검증 필요성이 제기된 지 7년 만에 제작사에 시험을 재요구했다. 하지만 업체는 2020년 7월 내구도시험을 위한 소프트웨어, 시험장 확보 등의 사유로 시험 종료까지 총 30개월이 소요된다는 답변을 내놨다. 해군이 30개월 동안 언제 깨질지 모르는 심장을 달고 작전을 수행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방사청은 심각성을 인지하고 뒤늦게 감사에 착수했다. 2020년 4월 이미 4번 함까지 모든 엔진 실린더가 깨졌는데 8월이 돼서야 이뤄진 조치다. 게다가 당시 엔진 내구도시험 면제를 결정한 고속함사업팀장은 올해 6월 퇴직해 사실상 자체 감사로 사업관리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어려운 상황이다.

홍 의원은 “엔진 내구도시험 면제 과정에서 불법적인 부분은 없었는지 방사청이 명백히 밝혀내야 한다”면서 “필요시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라도 엔진 결함의 원인을 밝혀내고 현용 및 후속함정에 대한 근본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차기고속정 사업은 총 두 차례에 걸쳐 130㎜ 유도로켓 등으로 무장을 강화한 30여척의 신형고속정을 도입하는 사업이다. 2002년 제2연평해전 이후 소요가 제기됐다. 이번 엔진 결함이 발생한 1차 사업 예산은 1조 3000억원에 달한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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