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수정의 문화로 엿보는 세상] "관광 말고 여행가자"…유럽블로그

"보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진정한 여행의 의미를 전하다
  • 등록 2016-07-12 오후 3:00:06

    수정 2016-07-12 오후 3:00:06

[이데일리 e뉴스 유수정 기자] 흔히 문화는 ‘사회를 투영하는 창’이라 표현하죠. 문화에는 그 시대의 현실은 물론 과거와 미래가 함께 공존하고 있습니다. 이에 매주 화요일 이 시간에는 전반적인 문화계 이슈는 물론 문화에 녹아내린 사회적 현실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고자 합니다. 문화로 엿보는 세상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사진=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공식 홈페이지)
여행에 대한 갈망이 커지는 시즌이 돌아왔다. 약 두 달이라는 방학 기간 동안 세계 곳곳으로의 배낭여행을 꿈꾸는 대학생들과, 지금은 짧은 여름휴가로 만족할 수밖에 없지만 언젠가는 회사를 뒤로 한 채 길고 긴 여행을 꿈꾸는 직장인까지. 이처럼 7월과 8월은 모든 이들의 머릿속에 ‘여행’이라는 단어가 24시간 존재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러나 여행에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바로 시간과 돈이다. 대부분의 이들에게는 시간이 있으면 돈이 부족하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연출되기 때문.

가끔 시간과 돈을 모두 가진 상황이 오더라도 우선순위에서 여행은 항상 밀리기 일쑤다. 이에 사람들은 ‘여행’이라는 단어를 늘 입에 달고 살지만, 막상 실천에 옮기기 보다는 실상은 단순히 꿈만 꾸는 것으로 치부해버린다.

이 때문일까. 종종 사람들은 여행을 주제로 한 TV 프로그램에 자신의 눈과 귀를 맡긴 채 대리만족을 하곤 한다. TV 브라운관 화면 속에 담긴 여행지를 보며 마치 자신이 그 곳을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상상하는 것. 그러나 이런 프로그램들은 시청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해줄 뿐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생각을 심어주기엔 역부족이다.

이런 와중에 새롭게 기획된 tvN ‘꽃보다 청춘’ 시리즈는 여행을 꿈꾸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신선한 매력을 제공했다. 지금까지의 여행 프로그램들이 단순히 관광지를 소개하는 차원으로 흘러갔다면, ‘꽃보다 청춘’은 동갑내기 친구들이 함께 여행하는 과정과 그 속에서 펼쳐진 에피소드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특히 ‘꽃보다 청춘’의 경우 앞서 방영됐던 ‘할배’나 ‘누나’와는 달리, 아무것도 계획되지 않은 상태에서 갑작스럽게 오른 여행길이라는 점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요소 중 하나였다.

준비 하나 없이 떠밀리듯 비행기에 몸을 실었지만, 당황하는 모습도 잠시 뿐 ‘청춘’이라는 이름 하나로 어느 샌가 진정한 의미의 여행을 느끼고 추억을 쌓고 있는 이들의 모습은 시청자들에게 ‘진짜 여행하고 싶다’는 느낌을 전달하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음악극 ‘유럽블로그’는 관객들로 하여금 진정한 의미의 여행에 대해 되새김 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한다. (사진=유수정 기자)
지난 8일 3번째 시즌으로 돌아온 음악극 ‘유럽블로그’ 역시 관객들에게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전했다. 오히려 ‘지금 당장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야 겠다’는 말이 더 잘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유럽블로그’는 지금까지 우리가 생각하고 계획했던 잘못된 여행 방식에 경종을 울렸다. 또한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진정한 의미의 여행에 대해 되새김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일류 대학을 졸업한 뒤 입사한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길고 긴 유럽 여행길에 오른 동욱에게 “네가 하는 것은 여행이 아니라 관광”이라며 일침을 날리고, 바람난 여자친구를 찾기 위해 유럽까지 먼 길을 찾은 석호에게 ‘진정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만들어 준 여행블로거 종일.

우연치 않은 기회로 만난 세 사람의 좌충우돌 에피소드를 통해 관객들은 진짜 여행의 의미를 되찾고, 진정한 의미의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가슴 속에 품게 됐다며 입을 모았다.

음악극 ‘유럽블로그’는 극장 밖을 나서는 관객들로 하여금 잘 짜여진 극본이나 뮤지컬 넘버, 배우들의 탄탄한 연기 등을 기억하게 만들지 않았다. 약 2시간동안 펼쳐진 무대 위에는 실제 유럽을 여행 중인 이들의 모습만이 가득했을 뿐이었기 때문이다.

어색하거나 과장된 연기가 아닌 실제 상황이 눈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무대 구성은 관객들이 한 편의 잘 짜여진 공연을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이들의 에피소드를 함께 공감하는데 주력할 수 있도록 도왔다.

여기에 주인공들이 직접 유럽여행을 다녀온 뒤 그간의 에피소드나 풍경을 담은 영상을 무대 뒤쪽에 함께 상영하고, 3명의 연주자가 펼치는 아름다운 선율이 극에 자연스럽게 녹아내린 점은 마치 관객들이 실제 유럽에 와 있는 느낌을 더하기에 충분했다.

음악극 ‘유럽블로그’에 등장하는 세명의 연주자는 단순히 공연 음악을 연주하는 것이 아닌, 관객들에게 유럽의 감성을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사진=유수정 기자)
“저는 여행 중 촬영하는 사진에 풍경이나 관광지의 모습을 담지 않아요. 단지 그 때의 느낌을 담을 뿐이죠. 사진 속에 담긴 떨리는 제 손이 당시의 추위를 기억하고 있고, 목 뒤로 흐르는 땀방울이 더위를 기억하고 있죠. 이처럼 여행은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닌 느끼는 것이에요. 풍경이나 랜드마크를 보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여행이 아닌 관광이라 말할 수 있겠죠. 어느 때나 볼 수 있는 것을 보기 위해 떠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나만이 느낄 수 있던 감정을 돌아온 후에도 추억할 수 있는 것. 이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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