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인하정책 전면수정..제약 `안도`·시민단체 `반발`

복지부, 기등재목록정비 `백지화` 선언..약가인하 대상·폭 축소
상당수 청구실적 상위권 의약품 `구제`
  • 등록 2010-07-28 오후 7:45:14

    수정 2010-07-28 오후 11:04:07

[이데일리 천승현 기자] 정부가 건강보험 적용을 받는 의약품 전체의 약가를 재평가하는 방식에서 과거에 등재된 고가의 약만 가격을 인하키로 약가인하 정책을 선회했다. 기존에 추진했던 정책과 비교하면 약가인하 대상 및 인하폭이 대폭 축소되는 셈이다.

이로써 주력제품들에 대한 큰 폭의 약가인하를 우려했던 제약사들은 한숨을 돌리게 됐다. 반면 약가인하를 통한 약제비 절감을 기대했던 시민단체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 약가인하정책 전면 수정..대상·인하폭 대폭 축소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의 효과를 검증해 약가를 인하하는 기등재 의약품 목록정비 방법을 간소화 하기로 29일 결정했다.

당초 정부는 총 1만6529개 의약품을 효능군별로 분류, 임상적 유용성 등을 검증해 약가를 재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하지만 시간이 오래 걸리고 각 연구결과에 대한 이견이 제기됨에 따라 이 정책의 로드맵을 변경했다고 복지부는 설명했다. 

새로운 약가인하 정책은 의약품을 성분별로 분류한 후 이중 최고가의 80% 이상이면 보험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80% 수준으로 약가를 인하하면 급여를 유지키로 했다.

예를 들어 같은 성분의 의약품 A(10원), B(50원), C(80원), D(100원) 등 4개가 있다고 가정하면 100원짜리 D를 80원으로 인하하고 나머지는 약가를 유지할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약제비 적정화 방안이 시행된 2006년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을 평가 대상으로 한정했다는 점이다.

지난 2006년부터 시행된 새로운 약가정책은 오리지널 의약품의 제네릭(복제약)이 새롭게 등재되면 해당 오리지널의 약가는 80%로 인하되고 제네릭은 68%의 약가를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정부가 이번에 약가인하 대상을 2006년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을 대상으로 한 이유도 이들 의약품은 새로운 약가인하 정책이 적용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높은 약가를 받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또 2006년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이더라도 아직 제네릭이 등재되지 않은 의약품도 평가 대상에서 제외됐다. 이들 의약품은 추후 제네릭이 등재되면 약가가 20% 인하되기 때문에 사실상 2006년 이후 시행된 약가정책의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결국 새로운 정책에 적용되는 의약품은 `2006년 이전에 등재된 의약품중 동일 성분의 다른 약보다 비싼 약`에 해당한다. 이중에서도 제네릭이 등재되지 않은 오리지널은 제외된다. 약가인하 폭도 의약품에 따라 최대 20%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개선안에 대해 정부가 2년전부터 추진했던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에 대해 사실상 백지화를 선언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정부가 기존에 추진했던 기등재목록정비 방향이 1만6529개 전체를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약가인하 대상은 큰폭으로 줄어들었을 뿐더러 약가인하 폭도 예상보다 줄었기 때문이다.
 
최근 의료계가 정부의 기등재약 목록정비 사업에 강력하게 반발한 점이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변경의 가장 큰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재 진행중인 첫 번째 본평가 사업인 고혈압약의 경우 정부가 약물기전의 특성을 무시하고 혈압강하만을 근거로 처방중인 약가를 인하하겠다는 원칙을 공개하자 의료계에서 "실제 처방 현장을 무시한채 비과학적인 방법을 통해 약물을 평가한다"며 비난이 쏟아졌다. 
 
건강보험에 등재된 의약품의 가격을 일괄적으로 인하하는 안도 고려됐지만 이 경우 법리적인 문제가 노출될 수 있고, 저가약의 피해가 클 수 있다는 이유로 추진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약가인하 효과 `미미`..제약사 `환영`·시민단체 `반발`
 
제약업체들은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변경에 환영하는 분위기다.

새로운 기전의 약물이 속속 등장하는 전문의약품 특성상 제약사들의 주력 제품은 대부분 최근에 출시된 제품들이다. 또 약가인하 대상의 축소에 따라 상당수 의약품들이 약가인하를 모면하게 됐기 때문이다.

현재 추진중인 고혈압약의 경우 최근에 등재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받고 있던 ARB계열 약물은 최대 70% 이상 약가인하가 예고된 바 있다.
 
지난해 862억원의 청구실적을 기록했던 대웅제약(069620)의 고혈압약 `올메텍`은 당초 방침대로라면 70% 이상의 약가인하가 예고됐지만 약가 인하를 모면하게 됐다. 정부의 약가인하 정책 변경으로 올메텍은 추후 제네릭이 등재되면 단 20%의 약가인하만 감수하면 된다.

한미약품(008930)의 `아모디핀`(개량신약), 화이자의 `노바스크`·`리피토`(제네릭 등재 후 약가인하 기반영), 동아제약(000640)의 `스티렌, BMS의 `바라크루드`, 노바티스의 `글리벡`(이상 제네릭 미등재) 등 지난해 청구실적 상위권에 올랐던 대부분의 의약품들이 이번 약가인하 대상에서 제외될 전망이다.

한국노총,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등 시민단체들이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개선안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시민단체들은 "청구금액이 높은 제품에서도 적용 예외 품목이 많아 실제로 약가절감이 이뤄질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약제비 절감에 대한 구체적인 근거를 제시하라"면서 "이 사업을 강행한다면 향후 국민 감사청구, 행정소송 등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저항하겠다"고 압박했다.
 
이와 관련 복지부 관계자는 "정확한 약가 인하 대상과 개별 약물들의 인하폭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정책을 통해 연간 8000억의 재정 절감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칸의 여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