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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탈원전, 정치가 아니라 과학이 먼저다

탈원전 정책 4년만에 대학까지 붕괴 위기
과학자들이 에너지 불모지 설움 딛고 자립국 이뤄
일각서 원자력 반대하나 탄소중립·기후위기 속 역할 있어
이념이 아니라 과학기술 자체로 바라봐야
  • 등록 2021-09-23 오후 4:04:04

    수정 2021-09-23 오후 6:37:07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 “저도 학교에 다닐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발생하자 두려움에 외국으로 도망갔던 공학자입니다. 그땐 정부라도 나섰지만, 이제는….” 모 대학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위기에 처한 대학 상황을 설명하다 씁쓸해했다.

이데일리 강민구 기자.(사진=이데일리)
국가 장학금을 받고 공부한 학생들이 수년간 노력했던 전공을 포기하고, 법전을 파거나 코딩을 배우려는 걸 탓하기 어려운 교수의 심정이 안타깝게 느껴졌다.

정부가 탈원전 정책을 추진한 지 4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취재 현장에서 본 전국 원자력공학과의 상황은 심각했다. 국내 최고 명문대인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서울대 학생들은 박사 진학을 포기하거나 자퇴하거나 다른 분야로 갔다. 이대로면 학과 자체가 사라질 것이라는 말들이 무겁게 다가왔다.

원자력이 어떠한 기술인가. 러시아 체르노빌 원전사고, 미국 스리마일 섬 원전사고,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국민 불안감이 큰 것은 사실이다. 원전에서 부품이 고장 났다거나 방사성폐기물 일부가 유출됐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시민단체들은 원자력 발전을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욱 높인다.

하지만 원자력은 한국이 ‘무’에서 ‘유’를 만든 거의 유일한 과학기술이라는 점도 함께 기억했으면 한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기술을 전부 확보하고 있다. 원자력 연구부터 원전 설계, 건설까지 할 수 있는 기업들도 있다. ‘에너지 불모지’에서 ‘에너지 독립국’을 이뤄내 오늘날 전기요금 걱정 없이 기업들이 활동하고, UAE,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중동국가에 기술을 수출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런 성과는 쉽게 이뤄진 게 아니다. 1980년대 후반, 한국원자력연구원 연구진들은 ‘기술독립을 이뤄내지 못하면 태평양에 빠져 죽겠다’는 각오로 미국 회사에 가서 원전 설계 계통 기술을 배웠다고 한다.

장기적으로는 원자력 비중을 줄이는 게 맞다. 하지만, 기후위기에 따른 탄소 중립이 절실한 상황에서 원자력은 현재로선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소형모듈원자로(SMR) 같은 차세대 원자력기술이나 북핵 문제,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 같은 외교 문제에 대응할 때도 원자력핵공학 전문가들은 필요하다. 원자력 발전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상당하나, 정치를 떠나 과학의 눈으로 원자력 발전 생태계를 들여다보며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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