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영해"vs"불청객"…390명 아프간人 수용에 뜨거운 찬반논쟁

'특별 기여자' 아프간人 390명, 이틀에 걸쳐 한국 도착
"사태 심각, 환영해" vs "코로나19 걱정, 종교 문제도"
전문가 "난민 수용 관련 정책 필요…사회적 합의 중요"
  • 등록 2021-08-27 오후 5:09:46

    수정 2021-08-27 오후 5:09:46

[이데일리 김대연 기자] “카불 공항 폭탄 테러 상황이 심각하더라고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프간인들을 수용해야죠.”

“정부가 사회적 합의도 없이 거의 400명이나 되는 난민을 받다니...종교도 다른데 너무 화가 나네요.”

과거 한국 정부 사업에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 현지인들과 그 가족들 총 390명이 탈레반의 위협에서 벗어나 26일과 27일, 이틀에 걸쳐 한국 땅을 밟았다. 26일 국내에 도착한 아프간인 중에는 이달 태어난 신생아 3명을 포함해 5세 미만 영유아가 100여명 포함됐다.

정부가 이들을 ‘난민’이 아닌 ‘특별 기여자’ 자격으로 수용한 가운데, 이들의 이송을 계기로 시민들의 주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면서 난민 수용에 대한 찬반 논쟁이 재점화하고 있다.

26일 오후 6시 5분 아프가니스탄 현지인 직원과 그 가족들이 입국하고 있다. (사진=김대연 기자)
“카불은 위험, 환영해” VS “불청객”…아프간인 입국에 ‘갑론을박’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이 점령한 아프간 수도 카불의 하미드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26일(현지 시각) 오후 폭탄 테러가 발생해 전 세계가 혼란에 휩싸인 가운데, 전날에 이어 이날까지 아프간 현지인 직원과 그 가족들 총 390명이 마침내 한국에 도착했다. 이로써 탈레반의 보복 위험에 처했던 아프간 현지인들을 무사히 국내로 이송하는 ‘미라클 작전’은 성공적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이들의 이송을 두고 시민들 간 갑론을박이 펼쳐지면서 난민 수용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아프간인을 받아들이면 국익이 향상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수용을 찬성하는 입장과 종교적·문화적 이질감과 코로나19 감염 우려 등으로 인해 수용을 반대하는 입장이 팽팽하게 맞서는 형국이다.

카불 공항 상황이 매우 위험해 보인다고 강조한 정범래(55) 미얀마민주주의네트워크 공동대표는 “당연히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는 난민들을 받아줘야 한다”며 “우리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를 지켜야 우리가 전 세계로부터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 닥칠 때 그 가치를 보호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난민을 수용하는 것은 국익·인도적 차원에서 찬성하지만, 국민 정서를 고려해 그들의 신분 등을 철저히 확인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었다. 직장인 최모(27·여)씨는 “오랜 기간 외국에서 살다 와서 그런지 어려운 상황에 놓인 외국인들을 보면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며 “다만 신원이 보장돼야 하고 전반적으로 난민 관련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대학원생 이모(24·여)씨도 “우리나라도 선진국인데 위험한 상황에 처한 아프간인들에게 장기 체류를 가능하게 한 일이 자랑스럽다”며 “그렇지만 ‘난민 수용’에 관해서는 조금 더 논의가 필요한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프간인들의 종교와 문화가 우리나라와 매우 다르고, 어느 순간 우리 국민이 테러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며 이번 이송을 반대하는 이들도 많았다.

류모(57·남)씨는 “솔직히 아프간인들도 자국에 이웃·친인척이 있을 텐데 내버리고 온 것 아니냐”며 “영화나 소설에 나온 것처럼 우리나라에 첩보를 수집하러 온 걸까 봐 두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모(53·남)씨도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정신없는 시국에 아프간인들까지 포용하는 건 아닌 것 같다”며 “자국민들도 일자리가 없는데 정부가 우리나라 국민부터 챙기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법무부는 아프간인 특별 기여자들을 대상으로 단기 방문(C-3) 비자를 발급했고, 이후 장기 체류가 허용되는 체류 자격(F-1)으로 신분을 변경해 안정적인 체류 지위를 허용할 계획을 밝혔다. 또 충북 진천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서 이들의 임시 생활 단계가 지나면 취업 활동에 제한이 따르지 않는 체류 자격(F-2)을 부여해 자립을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취업준비생인 김모(23·여)씨는 “우리와 합의도 없이 갑자기 400명 가까이 되는 인원을 수용했으면서 취업까지 신경 써준다”며 “지금 당장은 테러 위협이 없을 수 있어도 미래는 아무도 모른다”고 울분을 토했다. 김모(30·남)씨도 “우리집 자식들은 굶고 있는데 이웃 도와준다고 쌀 챙겨주는 노릇”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한국을 도왔던 아프가니스탄 협력자와 그 가족들이 26일 오후 우리 공군 다목적 공중급유 수송기를 이용해 인천공항에 도착한 뒤 임시 방역 시설로 가기 위해 버스에 오른 뒤 인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도 의견 엇갈리지만…“난민 관련 명확한 정책 필요”

전문가들도 ‘아프간인들 수용’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가운데, 이번 사태를 계기로 난민 수용과 관련한 정책을 제대로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유와인권연구소 소속 박성제 변호사는 “어려움에 처한 이들에게 도의와 신의를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런 식의 특혜를 어느 정도까지 베풀어야 하는지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번에는 390명이 들어왔지만 이분들이 한국에 계속 거주한다면 지금의 10배 인원이 들어온 것과 마찬가지”라고 난민 수용에 반대했다. 박 변호사는 “미래를 염두에 두고 사전에 국민의 동의를 받아야 했다”며 사회적 합의의 중요성을 당부했다.

반면, 김범중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심각한데 외국인들을 잘 교육하고 우리나라에 동화시키면 훌륭한 인적 자원이 될 것”이라며 “지금 한국은 난민 수용률이 선진국에 비해 턱도 없이 저조하다”고 지적했다.

실제 우리나라의 난민 인정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도 하위권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2020년 접수된 난민 신청자 수는 6684명이며, 이 기간에 난민 지위를 인정받은 신청자는 69명으로 1% 수준의 수용률을 보였다.

김 교수는 이어 “한국은 헌법이 보장하는 인종 차별 없는 나라로서 이번 일이 포용 국가의 기틀을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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