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노점상에서 200억대 자산가, 그리고 주가조작"…슈퍼개미의 몰락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 혐의로 실형 선고
코스닥 상장사 주식 사 모은 뒤 주가 부양해 처분한 혐의
법원 “일반 투자자에게 큰 손실…범행 수법 등 죄질 나빠”
  • 등록 2020-08-10 오후 2:01:18

    수정 2020-08-10 오후 2:01:18

[이데일리 박순엽 기자] 노점상 등을 통해 모은 돈으로 주식투자에 뛰어든 이후 한때 주식 평가액만 200억원대에 이르렀던 것으로 알려진 투자자가 주가 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른바 ‘슈퍼개미’였던 그의 행위가 일반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입혔다며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했다.

(일러스트=이미지투데이)
표씨 등 일당, 상장사 유통물량 매집 후 주가 조작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부장 신혁재)는 지난달 22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표모(66)씨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고 10일 밝혔다. 표씨와 함께 재판에 넘겨진 10명 중 증권사 직원 박모씨 등 5명에겐 징역 2~5년이, 2명에겐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 각각 선고됐다. 나머지 3명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에 따르면 표씨 등은 코스닥 상장사 A사의 주식을 사 모은 뒤 주가를 조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 일당은 지난 2009년부터 A사 주가를 조작할 계획을 세웠으며, 이후 주변인들에게 A사 주식 매수를 추천한 뒤 투자하겠다는 이들을 공범 박씨에게 소개해 주식 매매 권한을 일임하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들 중 일부는 투자자를 모으고, 또 다른 일부는 증권사 주식담보대출 등을 받아 자금을 조달하는 등 조직적으로 역할을 나눠 맡았다.

이들은 이 같은 방법으로 2009년부터 2011년까지 A사 주식을 지속해서 사들여 시장유통 물량의 60% 상당을 장악했다. 이후 이들은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종가관리 등을 통해 A사 주가를 관리하는 것과 동시에 추가 투자자금으로 A사 주식을 고가에 매수하는 방법 등으로 주가를 2011년 2만4750원에서 2014년 6만6100원대로 끌어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주가를 10만원대까지 올린 뒤 외국계 펀드를 유치하거나 개미 투자자들에게 보유 물량을 양도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챙기려 했지만, 2014년 8월 말부터 주가가 하락하면서 주식을 팔아치웠다. 이들 일당은 A사의 유통 주식 물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확보해 주가를 조작하기 쉽다고 판단해 A사를 범행 대상으로 삼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울러 주가가 폭락하자 표씨 등은 오모씨 등에게 시세를 조종해 하한가 지속 상황을 해결하면 14억원을 주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오씨 등은 시세 조종을 할 능력이나 의지가 없었지만, 우연히 주가가 반등하자 자신들이 시세 조종했다고 속여 표씨로부터 14억원을 받아 챙긴 것으로도 드러났다. 이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오씨는 지난해 7월 항소심에서 징역 1년 6개월형이 확정됐다.

서울남부지법 (사진=이데일리DB)
“시세 조종 아닌 가치투자” 해명에도…法 “인위적 요소 개입”

이에 대해 표씨 측은 A사 주가의 시세를 조종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표씨 측은 “평소 저평가된 주식을 장기 보유하는 가치투자 방식으로 주식투자를 해왔다”면서 “A사 주식이 저평가됐다고 판단해 A사 주식에 투자했고,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이 같은 생각으로) 투자를 권유했을 뿐”이라고 성토했다. 표씨와 함께 기소된 이들도 시세조종에 가담하거나 이를 공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들의 주장을 대체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표씨가 A사 주식 매매에 관여하면서 주가수익비율은 57배에서 최고 149.9배까지 상승했는데, 이는 주가수익비율의 분모에 해당하는 주당 순이익은 큰 변동이 없거나 일정하게 올랐으나 분자에 해당하는 주가만 급등한 결과”라며 표씨가 시세를 조종하는 기간 인위적인 주가 상승 요소가 개입됐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재판부는 “표씨는 A사 주식을 사 모은 뒤 시세조종성 주문을 제출하면서 주가를 부양하다가 짧은 기간에 보유 주식을 한 주만 남기고 모두 팔아 막대한 차익을 챙겼다”면서 “이 과정에서 자신이 유치한 일반 투자자들 주식의 반대매매가 이뤄져 이들로 하여금 큰 손실을 보게 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표씨는 1990년대부터 전업 투자자로 활동한 인물로, 외환위기 때 파산 위기까지 몰렸다가 노점상 등으로 돈을 모아 다시 주식 투자에 뛰어들어 200억원대 주식을 보유하는 자산가가 됐다. 그는 기업의 불합리한 배당 정책에 항의하는 운동을 벌이는 등 소액주주 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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