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약 없으면 전세계약 안 해요”...보증보험 사각지대에 선 청년들

깡통전세 대란...청년 주거 형태 취약
전세보증 보험 가입 거절 ‘역대 최다’
전문가 “전세보증보험...세부적으로 기준 달리해야”
  • 등록 2022-09-22 오후 4:54:20

    수정 2022-09-22 오후 6:08:23

[이데일리 한승구 인턴기자] 동대문구에서 9년째 부동산중개업을 하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청년들이 요구하는 ‘특약’ 사항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년층이 전세를 계약할 때 전세보증보험 가입과 관련해 다양한 특약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김씨는 22일 이데일리 스냅타임과의 통화에서 최근 전세 피해 소식과 함께 청년들의 특약 조건 요구가 급증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3개월 동안 전세 사기나 보증금 미반환 관련한 소식이 많이 들리면서 청년층 사이에서 특약 요구가 많아졌다”며 “특히 보증보험 의무가입에 대한 요청이 증가했다”고 말했다. 김씨의 설명에 따르면 청년들이 제시한 특약 조건은 보증보험 의무가입을 기본으로 집 하자에 대한 집주인의 보수 책임부터 계약금 반환까지 다양했다.

그러나 청년들의 특약 요구는 최근 전세 대란에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대응책일 뿐이다. 잇따른 전세 계약 피해 소식에 청년들의 불안감이 나날이 높아져도 마땅한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김씨는 “청년층이 정보가 부족하다”며 “청년들이 계약할 때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제시하는 특약이 기존 계약서에 기본적으로 들어가는 항목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1일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업소에 아파트 시세표가 붙어 있다. (사진=이데일리)


깡통전세 대란...청년 주거 형태에 취약

높아진 전세 가격은 청년들에게 치명적이다. 국토교통부에서 실시한 주거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의 경우 1인 가구(61.9%)가 많고, 다세대주택(빌라)에 거주하는 비율도 다른 가구에 비해 높았다. 그중 빌라와 다세대주택은 전세보증보험을 가입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주거 형태다. 신축 빌라는 매매 가격을 정확히 알기 어려운 탓에 높은 전세 가격으로 계약을 맺은 후 보험 가입신청을 하면 보증한도 초과를 이유로 가입이 거절되기도 한다.

지난 8월 서울시에서 발표한 ‘전·월세 시장지표’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주택(빌라)의 신규 계약 평균 전세가율은 84.5%를 차지했다, 전세가율은 주택매매 가격에 대비한 전세 가격의 비율이다. 주로 건물이 경매에 넘어갈 때를 고려해 전세가율이 80%를 넘으면 위험하다고 말한다. 전세가율이 높으면 계약 만료 시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깡통전세’가 될 우려도 큰데, 그렇게 되면 보증한도 초과로 전세보증보험 가입도 어려워진다.

청년은 다른 가구에 비해 1인 가구와 거주 이동 비율이 높은 것도 특징이다. 전세 사기나 보증금 미반환의 피해자가 되기가 쉬운 환경인 것이다. 실제로 주택도시 보증 공사(HUG)가 분석한 올해 상반기 1595건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에서 20~30대의 사고 건수는 1118건이었다. 이는 전체 반환보증 사고 중 무려 70%에 달하는 비율이다.

전세보증보험 가입 거절 ‘역대 최다’

그 가운데, 전세보증보험 가입 거절은 역대 최다 수치를 기록했다. 21일 HUG가 국회 교통위원회 소속 홍기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보험 가입을 거절당한 사례가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집계됐다. 가입을 신청했지만 거절당한 건수는 총 1765건으로 월평균 약 220건이다. 전세보증보험 가입은 계약 체결 이후 계약서를 기반으로 이뤄지는데 계약 체결 이후 가입이 거절되면 전세 사고 위험에 무방비로 놓이게 된다. 청년들이 부동산 계약 경험과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계약 시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보장받지 못하는 것이다.

전문가 “전세보증보험...세부적으로 기준 달리해야”

이에 대해 전문가는 최근 깡통전세 대란과 맞물려 아파트를 제외한 주택에서 공시 가격과 시세와 차이가 큰 점을 문제로 지적한다. 성창협 대한주택임대인협회 회장은 “현재 고금리 상황에 집값이 추락하면서 깡통전세가 많아졌다”며 “빌라나 수도권 원룸 같은 경우 공시 가격이 시세와의 괴리가 커 보험 가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시 가격과 보증금 한도의 간극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야 한다”며 “아파트와 빌라 등 주택 유형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또한. 너무 싼 매물은 오히려 위험하다며 청년 입장에서도 최대한 몸을 사려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청년들이 많이 거주하는 빌라와 같은 건축물의 경우 전세 사기의 위험성이 높다”며 “확정일자와 전입신고로 대항력을 갖추고 집주인이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악성 체납자인지 등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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