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마 키운 '불쏘시개' 드라이비트, 막을 방법 없나?

  • 등록 2017-12-22 오후 3:34:49

    수정 2017-12-22 오후 6:51:30

화재로 29명이 사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현장이 22일 오전 처참한 외형을 드러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강경래·박경훈 기자]제천 화재 사건을 ‘참사’로 만든 게 건물 외장재 공법 중 하나인 ‘드라이비트’였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약 1000억원의 피해를 남긴 대구 서문시장 화재 역시 외장재 공법 ‘샌드위치패널’이 문제였다. 해마다 부실한 외장재로 인한 대형사고가 이어지면서 최근 건자재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 21일 오후 충북 제천에 있는 한 스포츠센터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와 관련, 주된 원인으로 건물 외장재 공법인 드라이비트가 지목된다. 소방당국은 이번 스포츠센터 화재로 총 29명이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건물 아래에서 발생한 불이 순식간에 지상 10층까지 타고 올라간 것과 관련, 건자재 업계에서는 난연성(불에 잘 타지 않는 성질)이 약한 드라이비트 공법을 사용했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드라이비트 공법은 건물 외벽 콘크리트 위에 단열재를 붙이고 매시(섬유)를 더한 후 시멘트를 바르는 공법이다. 벽돌 등 일반적인 외장재와 비교해 시공 가격이 20∼30%에 불과하다. 시공 역시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에 상가 등 10층 이하 건물에 주로 쓰인다.

문제는 단열재 소재로 값비싼 미네랄울, 글라스울 등을 대신해 저렴한 스티로폼이 주로 활용된다는 것. 글라스울 등은 KCC(002380) 등 중견 건자재 업체들이 생산 중이다. 드라이비트 공법의 경우, 가연성이 있는 매시에 스티로폼까지 더해질 경우, 화재가 발생하면 외장재가 사실상 ‘불쏘시개’ 역할을 하게 된다는 게 건자재 업계 중론이다.

건물 외장재와 관련, 드라이비트 공법뿐 아니라 샌드위치패널 공법 역시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말 대구 서문시장에서는 화재로 인해 700여개 점포가 불에 타고 100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일이 벌어졌다. 불이 건물에서 건물로 삽시간에 옮겨 붙은 탓이었다. 화재를 모두 진압하는 데만 총 59시간이 소요됐다. 작은 화재로 끝났을 일이 대형 참사로 번진 데는 난연 기능을 확보하지 못한 샌드위치패널 공법이 원인이었다.

샌드위치패널은 철판, 알루미늄 등으로 철재로 된 외부 양쪽 면과 함께 그 사이에 들어가는 단열재로 구성된다. 통상적으로 샌드위치패널은 제품과 자재 등을 저장하는 창고에 주로 쓰인다. 샌드위치패널 역시 글라스울 등을 단열재로 채용할 경우 화재 위험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다. 다만 샌드위치패널 역시 드라이비트 공법과 마찬가지로 스티로폼이 주로 단열재로 사용되고 있어, 화재가 발생할 경우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국토교통부가 지난 2014년 샌드위치패널 업체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첫 현장조사에서 제품 80%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 다행히 이듬해 실시한 2차 현장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50%까지 떨어졌다. 이렇듯 부적합 판정 비율은 해마다 줄어드는 추세다. 하지만 시중에서 부적합 판정을 받은 제품들이 유통되는 것을 막을 방법은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번에 제천 참사를 불러온 드라이비트 공법은 샌드위치패널보다도 시공 가격이 저렴하다는 데 문제가 있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드라이비트와 샌드위치패널 공법을 시공하는 업체들은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이라며 “원가 부담 때문에 글라스울 등 난연성이 보장된 단열재를 활용하지 않고 값싼 스티로폼을 쓰고 있어, 잠재적인 화재 위험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외장재로 인한 참사로부터 자유롭기 위해서는 가연성 외장재에 대한 강도 높은 법적 제제가 필요하다는 게 건자재 업계 중론이다. 건자재 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지어지는 건물에 대해서는 개정된 건축법으로 안전장치가 마련되겠지만, 이전에 지어진 건물은 사실상 무방비 상태”라며 “이러한 건물에도 소중한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하도록 법의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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