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도 높다”…깐깐해진 대출 문턱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를 보면 국내 은행이 예상한 가계주택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는 -30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 -27보다 더 낮아진데다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 사태 조짐이 보였던 2007년 1분기 -41을 기록한 이후 최저다.
대출 태도의 동향·전망을 나타내는 이 지수가 마이너스(-)면 금리나 만기연장 조건 등의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고 응답한 금융기관이 완화하겠다고 답한 기관보다 많다는 뜻이다.
가계일반에 대한 대출태도지수도 -10을 기록해 전분기에 이어 2008년 4분기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했다.
조항서 한은 은행분석팀 과장은 “가계부채가 쌓이면서 취약계층의 재무건전성이 악화하는 데다 소득 정체 속에 대출금리가 시장금리에 연동해 오르고 있어 채무상환능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올해 1월부터 집단대출에 대해서도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을 적용해야 하는 등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방안도 영향을 미쳤다.
작년 12월 주택담보대출 증가폭 뚝
이같은 은행들의 깐깐한 대출태도 효과는 이미 작년 12월부터 나타났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IBK기업 등 6대 은행의 작년 12월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380조8190억원으로 전월대비 1808억원 늘어나는데 그쳤다. 11월 증가액 3조1633억원에 비하면 17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진 것이며 지난 2010년 이후 6년 만에 최저 증가폭이다.
은행 대출태도에 더해 금리가 오르면서 실수요자 뿐 아니라 투자목적의 수요자들이 대출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11월 말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 가중평균 금리는 3.36%로 전월대비 0.07%포인트 올랐다. 작년 3월 3.5%를 고점으로 계속 내리막길을 걷다가 8월 보합에 머문 뒤 석달째 상승세다.
게다가 부동산 시장도 주춤한 상황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작년 한해 전국 아파트값은 1.5% 올라 전년 5.06%에 비해 크게 둔화했다. 월별로 12월에 0.08% 오르는데 그쳐 전월 0.32%에 비해 4분의 1 수준을 보였고, 7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재건축과 청약시장도 얼어붙어 지난해 12월 분양한 아파트 79개 단지의 1순위 청약경쟁률은 평균 7.3 대 1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0월 20.5대1, 11월 18.2대1에 비해 크게 낮아진 것이다.
임진 한국금융연구원 가계부채연구 센터장은 “최근 부동산 시장 전망이 안 좋고 위험요인도 있어서 대출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예전처럼 가계대출이 11~12%씩 성장하기는 어렵겠고 집단대출은 일정대로 나가야 하니 과거 연평균 성장률인 7%를 조금 넘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