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직 전환 삐걱.."우리가 노예냐" Vs "9급 공무원 허탈"

전국 최초 정규직 전환 앞둔 정부청사 임금 갈등
정부 임금표준안 발표 지연, 전체회의 올스톱
비정규직 "지자체보다 열악..동일노동·임금 아냐"
기재부 "재정부담 우려..단계적 처우개선 해야"
  • 등록 2017-11-06 오후 5:00:45

    수정 2017-11-06 오후 5:00:45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6월 23일 정부세종청사 1동 환경미화원 휴게실을 찾아 “국가가 고용안정을 책임지겠다는 게 문재인 대통령의 약속”이라며 “(비정규직 분들의) 입장을 대변하겠다. 힘내시라”고 말했다. 전국 최초로 정규직 전환하는 10개 정부청사 비정규직은 청소·경비 등 2426명(현원 기준)이다. 현재 정부와 청사 비정규직들은 임금 수준을 놓고 이견을 빚고 있다. 정규직 전환 전체회의는 3주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사진=최훈길 기자]
[세종=이데일리 최훈길 기자] 정부가 모범사례로 만들겠다던 정부청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협의가 난항을 빚고 있다. 정부의 임금 표준안 발표가 늦어지는 데다 임금 수준을 놓고 이견이 크기 때문이다. 정부가 연말까지 처우개선, 고용안정을 약속했지만 이대로 가면 파리바게트·인천공항공사처럼 갈등이 커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임금 표준안 발표 지연, 전체회의 난항

6일 기획재정부·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정부청사관리본부가 주재하는 ‘정부청사 정규직 전환 협의회’ 전체회의는 지난달 13일 개최된 이후 3주 넘게 열리지 않고 있다. 당초 정부는 이달 중에 정규직 전환 계획을 확정하기로 했다. 이어 내달 용역업체와의 계약을 종료하면서 정규직 전환을 완료하기로 했다. 전국 최초로 정규직 전환하는 10개 정부청사 비정규직은 청소·경비 등 2426명(현원 기준)에 달한다.

하지만 당초 지난주에 열기로 했던 전체회의는 연기됐다. 다음 전체회의 일정도 확정되지 않아 공지조차 못 한 상태다. 행안부 관계자는 “임금 관련한 협의가 늦어질 것 같다”며 “고용노동부에서 임금체계 표준안 발표가 없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고민”이라고 말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10월까지 표준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작업이 수월하지 않아 지연됐다”며 “11월 말까지는 나올 것”이라고 전했다.

정책 발표가 늦어지자 현장에선 임금 수준을 놓고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행안부가 마련한 임금표(기본급 기준) 설계안을 확인한 결과, 정규직 전환 시 일반직종 사원의 기본급(일반사무·청소·안내 등 군미필자 다급 기준)은 월 157만3770원으로 책정됐다. 기술직종(시설·통신·승강기·조경)까지 포함하면 사원의 최고 기본급은 167만3000원(기술직종 군필 다급 기준)이다.

내년도 예산안이 처리되면 이 같은 기본급에 수당이 포함된다. 상여금(100만원), 식대(월 13만원), 복지포인트(연 40만원)가 추가될 예정이다. 행안부 관계자는 “내년에 1인당 월 20만원 정도 월급이 오를 것”이라고 추산했다. 현재 정부청사는 사원(1926명·79.4%)에서 대리(주임)·부장·점장으로 갈수록 임금이 올라간다.

비정규직 반발 “무늬만 정규직 전환”

내년도 정부청사 비정규직의 기본급이 서울, 인천 등 지자체 생활임금보다 월 22만~47만원 낮았다. 기본급은 생활임금을 시행 중인 지자체의 2018년 생활임금에 월 임금산정시간(209시간)을 곱한 것이다. 천단위 이하는 버림했다. 정부청사 기본급은 행정안전부 정부청사관리소가 설계한 일반직종 다급(군미필자 사원)에 적용한 내년도 기본급으로 잠정안이다.[단위=원, 출처=지자체, 행안부]
정부세종청사에서 5년간 근무한 환경 미화원인 A씨가 구정 연휴가 있던 지난 1월 받은 월급(세후 급여)은 147만1570원에 불과했다.[사진=제보자 A씨]
이 같은 임금표를 통보 받은 비정규직들은 “무늬만 정규직”이라며 반발했다. 지자체 비정규직보다도 턱없이 임금이 낮다는 이유에서다. 지자체의 내년도 생활임금(기본급·209시간 근로 기준)에 따르면 광주 광산구는 월 204만4000원, 서울은 192만5000원, 성남시는 188만1000원, 인천시는 179만7000원이었다. 내년도 정부청사 비정규직의 기본급보다 많게는 50만원 가량 높은 수준이다. 조례에 따라 지자체를 중심으로 시행 중인 생활임금은 한 가구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적정 급여를 책정한 것이다.

한 비정규직 관계자는 중앙부처·지자체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에 대해 “그동안 중앙부처가 시중노임단가를 인정하지 않은 데다 최저낙찰가로 용역업체를 정했기 때문”이라며 “매년 예산 부족 타령에 ‘쥐꼬리 임금’만 받는 우리가 공무원의 노예인가”라고 반문했다. 지난달 26일 고용노동부가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취지를 반영해 정규직 전환을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논의 상황은 딴판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는 재정부담이 우려된다며 난색을 표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청사 비정규직을 이렇게 높여주면 다른 공공기관까지 여파가 있다”고 말했다. 2020년까지 정규직 전환 규모는 20만5000명이다. 재정당국 입장은 보다 강경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처우개선은 재원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해야 한다. 하늘에서 돈이 떨어지는 게 아니다”며 “이렇게 비정규직 임금이 오르면 9급 공무원이 되려고 애쓰는 청년들 입장에선 허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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