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 장기화의 역습…亞 증시 '검은 수요일'

미국 10년 국채금리 4.9% 근접…5% 돌파 시간문제
  • 등록 2023-10-04 오후 5:54:55

    수정 2023-10-04 오후 7:24:57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뉴욕=김상윤 특파원] ‘고금리 장기화’의 역습이 본격화하고 있다. 글로벌 장기시장금리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어느덧 5%에 근접했다. 여기에 사상 초유의 미국 하원의장 추출로 불확실성까지 더해지면서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는 ‘검은 수요일’이 현실로 나타났다. 가계와 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높아지면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채권시장에서 미국 10년물 국채금리는 장중 4.8%를 터치했다. 전거래일 대비 11bp(1bp=0.01%포인트) 이상 급등한 수치다(국채금리 상승·국채가격 하락). 미국 시장에 뒤이어 아시아 시장에서는 장중 4.887%까지 치솟으며 단박에 4.9%에 근접했다. 2007년 7월 이후 16년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고금리 장기화 우려에 코스피와 코스닥이 동반 급락한 4일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사진=방인권 기자)


이번 금리 폭등은 인플레이션이 끈적한 탓이다.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해 3월 이후 1년반여 만에 기준금리를 525bp 인상했음에도 물가를 잡지 못하자, 고금리가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퍼지고 있는 것이다. 그 이면에는 미국 정부의 돈 풀기가 자리하고 있다. 근래 미국 재무부는 올해 3분기 차입금 추정치를 1조70억달러(약 1372조원)로 기존 7330억달러 대비 상향 조정했다. 중국과의 패권 전쟁, 우크라이나 지원, 청정에너지 투자 등 돈 쓸 곳이 많다 보니, 장기국채를 더 발행해 자금을 끌어오겠다는 의미다. 시장에 국채 공급이 늘면 가격은 하락 압력(금리는 상승 압력)을 받는다. 월가 일각에서 통화정책과 재정정책의 ‘엇박자’를 끈적한 고물가의 요인으로 지목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대로 가면 2020년대 구조적인 고물가 시대가 열릴 수 있다는 의미다.

원조 채권왕으로 명성을 떨친 빌 그로스는 △미국 정부의 국채 공급 전망 △연준의 고금리 장기화 기조 등을 이유로 “국채금리가 5%까지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투자자들은 미국 정부 적자가 심해지는 상황과 씨름해야 하는 처지”라고 했다. 심지어 제이미 다이먼 JP모건 회장은 기준금리 7% 수치까지 제시했다.

게다가 케빈 매카시 미국 하원의장이 해임되는 예상 밖 사태까지 겹쳤다. 미국에서 대통령, 부통령에 이어 권력 순위 3위인 하원의장이 해임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주요국 증시는 패닉에 빠졌다. 한국 코스피 지수(-2.41%)는 가장 큰 낙폭을 기록하며 검은 수요일을 연출했다. 일본 닛케이 지수(-2.28%), 홍콩 항셍 지수(-0.78%), 호주 ASX 지수(-0.77%) 등도 내렸다. 통화 가치 역시 뚝뚝 떨어졌다.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14.2원 급등한 1363.5원에 마감했다(달러화 강세·원화 약세). 지난해 11월 10일 이후 최고치다. 1400원 재진입 가능성을 열어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가뜩이나 침체 기로에 서 있는 글로벌 경제가 더 가라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움직이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장기물 역시 뒤따를 게 유력한데, 이는 가계뿐 아니라 기업, 정부 등의 자금 차입 비용을 끌어올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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