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신조’ 이후 다시 열린 북악 남측… 최고 핫플은 ‘법흥사터’

54년 만에 공개된 북악산 남측 탐방로 직접 올라보니
군사용 순찰로 정비, 문 대통령 걸었던 코스 1시간 30분
‘불교 논란’ 야기한 법흥사터, 사후 대처도 미흡
탐방로만 5.2㎞, 여의도 4.7배 면적 시민 품으로… “열린 청와대”
  • 등록 2022-04-12 오후 4:06:19

    수정 2022-04-12 오후 4:06:19

[이데일리 이정현 기자] 북악산은 해발 342m의 산이다. 광화문 광장에서 경복궁을 바라보면 궁 뒤편으로 우뚝 솟아 위엄차다. 과거에는 ‘백악’이라는 이름으로 불린 이 산은 1968년 김신조 사건 당시 침투코스로 사용돼 오랫동안 입산이 금지됐다. 서울과 가장 가까운 산이지만 대통령이 기거하는 청와대를 감쌌다는 이유로 오를 수 없었던 산이 문을 열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후보 당시 약속한 ‘북악산 및 인왕산 전면 개방’에 따라 남측면 탐방로까지 완전 개방하기로 하면서다.

지난 6일 민간에 공개된 북악 남측 탐방로 법흥사터. 한 등산객이 초석에 앉아 휴식을 취하고 있다. 법흥사터 초석은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등반 당시 앉았다가 불교계의 반발을 산 바 있다.
지난 주말, 54년 만에 민간에 개방된 북악산 남측 탐방로를 찾았다. 삼청공원 건너편 삼청안내소에서 시작해 법흥사터를 지나 청운대 쉼터까지 올랐다 만세동방 약수터로 내려오는 코스다. 5일 문재인 대통령이 북악산 완전 개방을 기념해 다녀온 그 길이다. 문 대통령은 이 길을 약 1시간 반 만에 걸었다.

오르는 길이 등산객으로 촘촘하다. 완연한 봄기운과 북악산 탐방로에 대한 기대감 덕이다. 두툼한 등산화를 신고 스틱으로 바닥을 쿡쿡 찌르며 오르는 이부터 운동화를 신은 채 손을 잡은 젊은 연인까지 다양하다. 북악(北岳)은 ‘북쪽의 큰 산’이라는 의지로 언뜻 험해 보이나 길이 잘 정비돼 있어 간편한 운동화로도 오를 만하다. 나무데크에는 미끄럼 방지를 비롯해 발 헛디딤을 막기위한 표시까지 돼 있다. 다만 만세동방으로 내려오는 길은 다소 험해 주의가 필요하다.

민간에 공개되긴 했으나 탐방로를 조금만 벗어나면 군사구역이다. 출발지점인 삼청안내소에서 목걸이 형태를 비표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하다. 이후 3m 남짓 철책부터 만난다. 한때 물길을 막아 장병들의 수영장으로 썼다는 삼청쉼터와 사진 촬영을 금하는 안내문까지. 이곳이 한때 민간인은 오를 수 없던 곳임을 알려주는 흔적이 도처에 남았다.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하더니 법흥사터다. 문 대통령이 초석에 앉았다 문화재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며 불교계의 반발을 산 곳이다. 좁은 공간에 스무개 남짓한 초석만 남은 곳이나 탐방로에서 가장 등산객이 많이 몰린 곳이다.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중년 사내는 “여기는 각하도 못 앉는 곳 아니냐”며 문제의 초석에 걸터 앉아 사진을 찍었다.

법흥사는 신라 진평왕때 나옹 스님이 창건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후 터만 남은 곳이다. 큰 사각형태로 놓인 초석과 이곳이 ‘법흥사터’임을 알려주는 표지판 외에는 별다른 안내문이 없었다. 현직 대통령을 놓고 논란이 있었던 곳이나 초석에 앉는 등산객을 제지하는 안내원도 없었다.

논란 당시 박수현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고, 문화재청이 나서 “해당 초석은 지정 또는 등록 문화재가 아니다”고 해명했다. 대한불교조계종은 문화재청장과 박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다만 불교계 일각에서도 초석 착석이 문제될 것 없다는 의견을 내놓기도 하는 등 현재진행형이다.

북악 남측 탐방로 법흥사터에서 청운대쉼터로 오르는 길에 바라본 서울시 일대. 멀리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법흥사터에서 청운대 쉼터까지 오르는 길은 경사가 가파른 계단이다. 히말라야 트래킹까지 다녀온 문 대통령도 정상에서는 가쁜 숨과 함께 땀을 닦았다.

하산길에서 만세동방 약수터를 만난다. 만수무강하라는 의미로 북악산 내 문화유산이기도 하다. 지금도 물이 솟아오르고 있으나 식수로는 부적합하다고 하여 막아놓았다. 과거에는 기도를 하기 위해 찾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 방향 탐방로는 청와대와 가까워 지는 만큼 광화문 광장 쪽에서는 보지 못한 청와대 뒤편의 모습이 어렴풋이 보이는 듯하다.

문 대통령은 지난 2020년 11월1일 1단계에 해당하는 북악산 북측면을 공개한 데 이어 1년 6개월여 만에 여의도공원 4.7배에 해당하는 북악산 면적을 전면 개방했다. 이번에 개방된 탐방로 길이만 5.2㎞에 달하며 서대문구 안산에서 출발해 인왕산-부암동-북악산 북측면-한양도성 성곽-북악산 남측면-삼청동 구간이 단절 없이 이어지게 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열린 청와대라는 상징적 변화를 이끌어 낸 것”이라 자평했다.

정부는 북악산 완전 개방에 맞춰 문화·역사 체험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한국문화재재단(탐방안내소 운영)은 봄철(4~5월)과 가을철(9~10월)에 주요거점 쉼터에서 퓨전클래식 공연 등 작은 음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종로구에서는 코로나19가 안정되는 시점에 ‘한양도성 스탬프투어’ ‘북악산 둘레길 탐방 프로그램’과 ‘걷기대회’ 등을 계획 중이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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