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로 공연이 줄줄이 취소됐다. 국가애도기간은 지난 5일 끝났지만 공연이 재개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선 추모를 위해 공연을 취소해야 한다고 하지만 공연계는 “공연장으로 출근한다고 우리의 애도가 끝난 건 아니다”라며 반발한다.
◇ 애도기간이 끝났는데 공연 재개는 불투명
작곡가 겸 DJ 래피는 지난 9일 이데일리 스냅타임과의 통화에서 “국가애도기간 중 주변 예술인 대부분이 공연 취소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5일 국가애도기간은 공식적으로 종료됐다. 하지만 이태원동이 속한 용산구는 다음달 31일까지 애도기간이 이어진다. 공연계의 한 관계자는 “아직 애도기간인 용산구는 생계형 예술인이 많은 지역이라 우려가 더 크다”고 전했다.
◇ 애도는 눈물로만? 음악으로 추모
9일 이데일리 스냅타임과의 인터뷰에서 기타리스트 김진아는 “음악하는 사람에게서 마이크와 악기를 빼앗은 것과 같은 상황인데,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컬 김지원은 “애도의 자리이기에 슬픈 음악만 해야 한다는 것 또한 규제일 수도 있다”면서 “평소 하던 음악대로 애도의 뜻을 전하고 관객을 위로할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 “공연은 함께 추모하는 사회적 표현의 하나”
이경엽 목포대 국문학과 교수는 15일 이데일리 스냅타임과의 통화에서 “국가애도기간이 끝났음에도 형식적 애도, 통제된 애도로 남을까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우리 전통에선 누군가의 죽음을 고립되고 쓸쓸한 죽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며 “노래와 춤으로 공동체가 함께 위로하고 슬퍼하는 사회적 장치들이 많았다”고 설명했다.
이은정 영남대 문화인류학 교수는 “2019년 뉴질랜드 크라이스트처치 모스크에서 발생한 테러 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뉴질랜드 사람들이 마오리족 ‘하카(HAKA)’라는 춤으로 공연을 했었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춤과 노래는 기쁠 때만 추는 것이 아니”라며 “엄숙한 방식으로 추모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때로는 춤 등 공연으로 더 깊은 감정의 결속을 불러오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래피는 “국가애도기간은 끝났는데도 당시 분위기 여파로 연말 공연까지 취소됐다”며 “각자의 방법으로 추모하는 걸 인정하는 성숙한 사회가 된다면 공연계의 속앓이도 멈추게 될 것”이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