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 미달에, 중도 이탈에`… 재정지원 일자리사업 구멍 `숭숭`

文정부 들어 일자리 사업예산 30兆 폭증…2017년 대비 2배 올라
작년 일자리 사업 145개 평가해보니 개선필요 36개, 감액 14개 등 ‘부실’
정부 “노동시장 회복하면 직접일자리 취업성과 개선될 것”
전문가 “복지 성격 재정지원 사업 한계…기업의 고용 유연성 확보도 고민해야”
  • 등록 2021-07-05 오후 6:25:54

    수정 2021-07-06 오전 8:14:26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40대 주부인 A씨는 대학에서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연구원 생활을 하다 결혼과 출산 후 경력단절여성이 됐다. 이후 정부의 산업 R&D 전문여성 아카데미 모집공고를 본 A씨는 다시 연구직으로 근무할 꿈을 품었다. 그러나 A씨는 기대와는 달리 실제 교육과정에 파워포인트, 엑셀 등 일반 사무직 과정만 진행되자 결국 중간에 포기했다.

60대 남성인 B씨는 인근 산을 돌아다니면서 화재 위험이 있는지 살펴보기만 하면 된다는 이유로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사업에 벌써 3번째 참여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참여했던 사람은 민간 회사로 옮겨야 하지만, 민간에서는 비슷한 일을 할 곳이 없어 계속해서 지원해 월급을 받고 있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예산이 해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정책이 급조되면서 부실한 일자리 사업도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인한 고용 위기를 극복하겠다며 추가경정예산까지 33조원에 달하는 예산이 투입됐지만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 3개 중 1개는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해마다 늘어난 일자리 예산…부실 사업 ‘속출’

5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들어 일자리 예산은 해마다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 본예산 기준 2017년 15조 9452억원 수준이었던 일자리 예산은 △2018년 18조 181억원 △2019년 21조 2374억원 △2020년 25조 4998억원으로 불어났다. 올해도 일자리 예산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30조 5131억이 편성됐다.

특히 코로나19 위기가 찾아온 지난해에는 4차례의 추경으로 8조 1000억원이 더해지면서 일자리 예산만 33조 6000억원에 달했다. 정부는 지난해 일자리 사업을 통해 총 671만명, 22만 6000개 사업장이 지원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지난해엔 전년 대비 11만 2000명이 늘어난 총 80만 4000명의 취약계층에게 직접일자리를 통해 소득보조 및 일경험 기회를 제공했고, 청년은 259만 4000명이 직업훈련, 고용서비스, 고용장려금 등 일자리사업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고용부는 이 같은 일자리 사업으로 지난해 코로나19에 따른 노동시장 위축이 주요 선진국 중 가장 작은 수준이라고 전했다. 또 사상 유례없는 감염병 확산 상황에서 일자리사업의 대상업무 확대, 업무방식 전환 등 탄력적 운영방안을 시행했고, 사업별 비대면 활동 전환 등 운영개선도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현 정부 들어 급조된 일자리 사업 대부분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이다. 고용부가 올해 처음으로 공개한 2020년 일자리 사업 성과평가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위원회는 145개의 일자리 사업에 대해 △‘우수’ 14개 △‘양호’ 81개 △‘개선 필요’ 36개 △‘감액’ 14개로 평가했다. 개선과 감액이 필요한 사업만 50개(34.4%)로 지난해 코로나19 고용 위기에 대응한다며 쏟아부은 재정지원 일자리 3개 중 1개는 부실했다는 평가다.

특히 감액 평가를 받은 14개 사업은 목적이 불분명하거나 민간일자리로 연계가 어려워 계속 재정지원에만 의존해야 하는 사업들이 꼽혔다. 먼저 청년 구직자가 박물관에서 단기간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박물관 운영 활성화 사업은 사업에 참여한 청년의 취업률이 33.1%로 다른 인턴사업형 평균(58.4%)에 비해 크게 낮았다. 또 벽오지 박물관에 배정받은 참여자 42명이 중도 이탈하기도 했다.

또 산불진화와 예방활동을 지원하는 산불전문예방진화대 사업은 기존 참가자가 반복적으로 참가한다는 문제점도 나타났다. 사업 특성상 신체역량도 갖춰야 하고, 참여자 선발 자체도 산림 인근 지역 주민 대상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특히 참여 종료 후 민간일자리와의 연계도 어려웠다.

설계 자체가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은 사업들도 다수였다. 방위산업 전문인력 양성 사업은 수요 파악조차 부실하다고 평가 받았고, 기업인력애로센터를 활용한 취업 지원사업은 일자리 사업으로서 사업설계, 집행, 성과 등의 관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지지 않아 사업의 효과성 자체를 판단하기가 불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감액 사업에는 일자리 주무부처인 고용부의 사업도 다수 포함됐다. 만 50세 이상의 퇴직한 신중년이 경력을 활용해 지역사회에서 봉사나 근로를 하도록 지원하는 신중년 사회공헌 사업은 수요 파악에 실패해 참여자가 미달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중증 장애인 맞춤형 취업 지원사업은 지난해 예산집행률이 39%로 저조하기도 했다.

[그래픽=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재정지원 일자리 줄이고 민간 창출에 집중해야”

고용부는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19 상황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민간 노동시장 여건이 급격히 악화돼 직접일자리 참여자 중 취약계층 비율은 증가했지만 직접일자리 종료 후 민간일자리 취업자의 고용유지율은 예년에 비해 하락했다”며 “노동시장 회복에 대비해 직접일자리 참여단계별로 민간일자리로 우선 진입하도록 유도하면 민간의 고용 창출력과 직접일자리 취업성과도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재정지원 일자리로는 민간 일자리 창출에 한계가 있다며 민간 일자리 창출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소영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은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 사업적 성격으로는 의미가 있지만, 생산성은 민간일자리 보다 떨어져 경기회복세의 고용정책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경기 회복세에 맞춰 고용이 늘어날 수 있도록 재정지원 일자리 사업을 줄이고 기업의 고용 유연성을 확보하기 위한 정책적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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