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사령관 지시에 따른 감찰조사에서 이같은 구타 및 가혹행위 사실이 설문조사에 나타났지만, 감찰실 조사관(영관급 장교)은 이를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해당 시기는 박찬주 대장 부부의 이른바 ‘공관병 갑질’ 의혹으로 국방부 장관이 전 군에 공관병 및 복지시설 근무병 등 비전투 병사들에 대한 전수 조사를 지시한 때였다. 해병대의 사건 감추기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번 복지시설 근무병에 대한 구타 및 가혹행위 사건은 26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이와 관련 해병대는 이날 “지난 21일 가혹행위를 처음 인지하고 해병대사령부 차원에서 직접 헌병을 투입해 수사를 진행 중에 있다”면서 “구타 및 가혹행위 부분이 사실인 것으로 확인돼 25일 비위 행위 부사관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가해자로 지목된 해당 간부는 “업무 중 대원이 미숙해서 그런 것이다. 친해지려고 장난으로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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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해병대가 지난 8월 사령관 지시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연습 중 실시한 부대 특별진단에서 해당 간부의 구타 및 가혹행위 정황을 인지했음에도 이를 그냥 넘겼다는 것이다. 해병대 설명에 따르면 당시 한 병사가 설문조사에서 ‘간부로부터 욕을 듣고 뺨을 맞았다’고 진술했는데도 조사담당관은 이를 무시했다.
뺨을 맞았다고 진술한 병사는 당시 설문 내용에 “과업중 일을 잘 못해서 욕을 먹고, 툭툭 치고, 넥타이 조금 풀렸다고 뺨을 맞았다. 귀와 입에 가위를 들이댔는데 장난이었다고 하지만 기분이 불쾌했다”라고 썼다.
해병대는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다가 모 언론 매체의 취재로 해당 사실을 파악하고 관련 수사를 시작했다.
해병대는 현재 덕산스포텔의 구타 및 가혹행위를 묵살한 감찰실 조사담당자와 가해자의 동료 간부 3명 등 4명을 보직해임 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해병대는 조사 중 200만원 상당의 주류를 사적으로 사용하는 등의 일부 편법행위도 포착돼 이를 포함한 전면적인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해병대 측은 “이번 사건과 관련해 모든 복지시설과 취약지역 등을 포함한 전 부대 동시 정밀부대진단을 지난 24일부터 진행하고 있다”면서 “11월 1일에는 해병대 인권자문위원회를 개최해 위원회에서 제기하는 권고사항을 추가 조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해병대 관계자는 “국방부 장관의 공관병 갑질 의혹 및 복지시설 관리병 전수조사 지시와 관련, 당시 해병대는 이번에 문제가 된 복지시설에 대한 실태조사를 했는데 그때는 구타 및 가혹행위 관련 문제가 식별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