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 광풍을 바라보는 한국은행의 '복잡한 시선'

가상화폐 광풍, 現 화폐시스템에 적잖은 시사점
한은 법정화폐 외에 민간 가상화폐 혼용 가능해
"비트코인 과열 맞지만…가상화폐 논의 더 해야"
  • 등록 2017-12-12 오후 4:21:02

    수정 2017-12-12 오후 6:11:47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중구 한은 본점에서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현재 통화정책은 금통위의 판단으로 결정되고 있다. 사진=신태현 기자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지난달 30일 오전 9시(현지시간) 이탈리아의 수도 로마. 유럽중앙은행(ECB)과 이탈리아 중앙은행이 공동 컨퍼런스를 열었다.

주제는 결제 환경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이그나시오 비스코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의 환영사로 행사는 시작됐다. 곧이어 이브 메르시 ECB 정책위원(전 룩셈부르크 중앙은행 총재), 위라타이 산티프라홉 태국 중앙은행 총재 등도 연사로 직접 나섰다.

그외에 프랑스,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의 중앙은행 부총재들이 토론자로 함께 했고, 각국 중앙은행 지급결제 쪽 고위관계자들도 모였다. 유럽 각국은 디지털통화에 고민이 깊다. 스웨덴, 영국, 네덜란드 등이 대표적이다.

이번 컨퍼런스가 관심을 모은 건 최근 비트코인 광풍(狂風)도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각국 인사들은 다소 부정적이었다고 한다. “투기판에 다름 아니다”는 것이다. 한 참석자는 “비트코인만 보면 너무 과열돼 있다는데 공감이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다만 “새로운 통화의 등장 가능성까지 무시해서는 안 될 것 같다”고도 전했다.

최근 가상화폐 광풍은 화폐를 독점 관리하고 있는 중앙은행에 적잖은 시사점을 던지고 있다.

12일 한국은행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를 비롯한 거의 모든 국가의 중앙은행은 독점적으로 법정화폐(legal tender)를 발행하고 있다.

화폐의 가장 중요한 조건은 가치 안정성이다. 지금 갖고 있는 만원짜리 지폐가 당분간 비슷한 수준의 구매력을 지닐 것이라는 믿음과 신뢰다. 그 전제 하에 물건값을 정하고 채무를 기록하는 기준이 되고, 또 편리한 지급수단이 될 수 있다.

이를 관리하는 게 한은이다. 한은은 현재 유통되는 화폐량을 측정하고 있으며, 이를 더 풀거나 더 조이는 통화정책을 통해 적정 수준으로 화폐량을 조절한다. 오직 한은만 하고 있는 일이다. 한은 내부가 비트코인에 부정적인건 이런 배경과 무관하지 않다. 한은 한 고위관계자는 “오늘 1비트코인의 가치가 내일은 몇 배가 되는 상황에서 화폐의 미래인 것처럼 얘기되는 건 옳지 않다”면서 “큰 도박판일 뿐”이라고 일갈했다. 변동성이 워낙 큰 만큼 화폐의 조건에 하나도 부합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방침도 규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범정부 태스크포스(TF)는 오는 15일 처음 머리를 맞댄다.

다만 일각에서는 중앙은행의 화폐 시스템에 대한 균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이를테면 기존 중앙은행의 법정화폐에 더해, 민간의 가상화폐가 함께 통용되는 그림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중앙은행이 가상화폐를 직접 발행할 수도 있다. ECB의 이번 디지털통화 컨퍼런스도 그 일환으로 보인다.

한 당국 인사는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민간의 가상화폐가 널리 쓰일 경우 중앙은행이 쓰지 말라고 강제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범정부 TF에 참석하는 한 관계자도 “국내 가상화폐 전면 금지안에 대해서는 부처마다 견해 차이가 있다”고 전했다.

게다가 가상화폐는 글로벌 통화로 확장될 여지도 있다. 현재 각국이 다른 화폐를 쓰는 것보다 거래비용이 확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또다른 한은 관계자는 “비트코인 광풍이 갑자기 닥쳐오다보니 개념 정립부터 쉽지 않다”면서 “통화정책의 근간이 바뀔 수 있는 문제인 만큼 준비가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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